사실상 긴축 종료 선언, 원화 강세 가능성 투자 자극 요인…중국 경제·지정학적 변수 등은 불안
연준과 함께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미국의 긴축 정책으로 만들어졌던 세계 경제의 악순환 고리가 선순환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다만 원유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가격과 전쟁 등 돌발 변수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2월 13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준금리 동결 사실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도 수정됐다. 기준금리 상단은 현재 5.5%지만 내년 말에는 4.6%, 2025년 말에는 3.6%, 2026년에는 2.9%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 미국 기준금리 고점은 2.5%였다. 2%대면 초저금리는 아닐지라도 고금리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금리가 낮아져 채권 이자수익이 줄면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진다. 가계 소비 여건이 개선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도 낮아진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아직 4%대인 미국 국채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는 이유다.
미국의 긴축 종료는 국내 증시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달러의 강세가 끝나면 원화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달러를 원화로 바꿔 한국 증시에 투자하려는 글로벌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다. 원화 강세로 수입물가 상승 부담이 낮아지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 여지가 커지고, 한미 금리 차가 좁혀지면 미국 채권 대비 국내 채권의 상대적 매력이 개선된다.
연준이 사실상 긴축 종료를 선언한 가장 큰 배경은 국제유가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 전월 대비 0.1%다. 그런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각각 4%, 0.3% 상승했다. 일반 물가보다 유가가 더 하락했다는 뜻이다.
미국산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근월물 가격은 2022년 상반기 120달러(약 15만 5300원)에 근접했지만 최근에는 70달러(약 9만 원)대로 떨어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에 맞서 미국이 공격적으로 원유 생산을 늘린 덕분이다. 현재의 유가 수준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은 재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유가 하락이 OPEC의 추가 감산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중국 경제의 회복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중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거둬 원유 수요가 늘어나면 유가 반등으로 물가 진정세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소강상태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도 여전하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만 총선은 친미 성향의 여당과 친중 성향의 야당이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결과는 미·중 관계뿐 아니라 반도체 등 글로벌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아 유가가 하락하면 기업들의 채산성이 높아진다. 인공지능(AI) 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개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적 개선에 금리까지 하락한다면 증시에는 호재다. 하지만 가계부채와 부동산PF 문제 해결이 숙제로 남아있다.
결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중요하다. 금리 하락이 빨리 진행될수록 국내 가계부채와 부동산PF의 부담도 빠르게 줄어든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이고 있지만 내년에도 저출산 대응을 명분으로 대규모 정책대출 공급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 특례보증대출 효과에서 드러난 것처럼 규제가 느슨한 정책 대출이 늘어나면 주택수요가 늘어난다.
최근 주춤해진 집값 상승세가 되살아나면 부동산PF의 부실 위험도 그만큼 줄어든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부동산PF 옥석 가리기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일단 옥석이 가려지면 불안요인이 감소해 주택공급 절벽이 해소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