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는 ‘마리아’와 동일인일까
▲ 예수의 결혼설을 소재로 다뤄 화제가 된 영화 <다빈치 코드> 의 포스터. 과연 댄 브라운의 생각이 옳았던 것일까. |
2003년 출간되어 전 세계에 폭풍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의 핵심 내용이다. 이 소설이 출간되자 곧 예수의 결혼 여부가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대중들은 ‘어쩌면 그동안 교회가 세상을 속여 왔을지도 모른다’며 음모론을 들먹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 소설은 픽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근거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예수와 마리아와의 관계는 그간 기독교를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분분했으며, 이런 이유에서 현재 마리아의 존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다. 그만큼 마리아는 기독교에서 미스터리에 싸여 있는, 불분명하고 어딘지 모르게 신비스런 존재다.
그런데 최근 이런 논쟁에 불을 붙인 사건이 또 일어나 세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예수가 직접 ‘내 아내’라고 언급한 고대 파피루스 문서 조각이 발견된 것이다. 이른바 ‘예수 아내의 복음서’라고 명명된 이 문서 조각을 둘러싼 진위 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상태. 과연 이 문서에 쓰인 ‘내 아내’라는 단어 하나로 예수가 결혼을 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까. 그리고 지금껏 예수의 아내로 지목된 마리아는 우리가 알던 그 마리아가 맞을까.
“예수가 자신의 아내를 지칭한 현존하는 유일한 문서다.”
이번 문서를 해독한 하버드대 신학부의 캐런 L 킹 교수(여·58)는 지난 18일 국제콥트학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초기 기독교를 연구하는 권위가인 그녀가 제출한 파피루스 문서는 명함보다 작은 크기(가로 8㎝×세로 4㎝)로 현재 앞면의 여덟 개 문장과 뒷면의 ‘나의 어머니’ ‘셋’이라는 단어만 해독된 상태다. 4세기경 이집트 북부 지방에서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서는 초기 기독교 시절 이집트 남부에서 사용된 콥트어의 방언인 사히딕어로 쓰여 있으며, 서기 150년경 그리스어로 쓰인 원문의 필사본으로 추정된다.
▲ 문제의 파피루스 문서 조각을 들어보이고 있는 초기 기독교 연구가 캐런 L 킹 하버드대 신학부 교수. 이 문서에는 예수가 ‘내 아내’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어 진위논쟁을 불러일으켰다. |
하지만 킹 교수는 “이 문서는 예수가 사망한 지 수백 년이 지나 작성된 것이다. 따라서 예수가 결혼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는 없다”면서 “적어도 댄 브라운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녀는 “단지 당시에도 마리아가 예수의 아내였는지를 두고 논쟁이 되고 있었으며, 일부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증거는 될 수 있다”는 데 이번 문서의 의미를 두었다.
초기 기독교 시절에는 많은 필경사들이 자신들의 상상이나 전해내려 오는 이야기에 따른 기독교 이론을 전개하곤 했으며, 이 이론을 학술서에 적은 것이 아니라 복음서라고 부른 문서에 적어놓았다. 따라서 기독교 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파피루스 문서 조각 역시 어쩌면 이런 복음서의 일부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통 기독교에서 인정하는 복음서는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 등 모두 네 가지다. 하지만 초기 기독교 시절에는 이밖에도 교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수많은 다른 복음서들이 존재했다. 이 복음서들은 예수의 탄생, 일생, 그리고 죽음에 대해 저마다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가령 일부만 전해 내려오는 ‘빌립 복음서’ ‘배반자 유다 복음서’ ‘마리아 복음서’는 기존의 예수의 인생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 복음서들은 공식 복음서와 다르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배척당했으며, 이런 이유에서 오늘날의 후세대들은 교단이 선택한 복음서들만 읽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파피루스 문서가 잊힌 복음서라고 해서 진실을 담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한 명의 필경사 혹은 한 무리의 필경사들이 자신들의 처한 입장에 따라 예수를 재해석하려 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필경사 무리에 영향력 있는 여성들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이 복음서에 막달라 마리아를 중요 인물로 부각시키려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킹 교수는 이번 문서가 예수가 결혼했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는 없으며, 또한 이것이 예수가 독신이었다는 성경 말씀을 반박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 파피루스지 |
이 문서가 가짜이며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우선 출처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이 문서를 하버드대에 전달한 익명의 수집가는 현재 본인의 요구에 따라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저 1997년 독일의 수집가로부터 한 무더기의 파피루스 문서와 함께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0년 처음 킹 교수에게 해독을 부탁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또한 예수의 대중적 관심과 인기를 고려해서 의도적으로 만든 가짜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뮌스턴대의 스티븐 엠멜 콥트학 교수는 “이 문서의 문법이 부정확하다”며 그 이유를 들었다. 문장이 아니라 단어가 나열된 형태로 그 가운데 그저 ‘나의 아내’란 말이 언급됐다는 것이다.
또한 함부르크대학의 알린 수키우 파피루스학 교수 역시 “위조된 것이다. 진본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볼프-피터 풍크 콥트어학자는 “세상에는 수천 개의 파피루스 문서 파편들이 존재한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것들도 많다. 이것 역시 그런 것들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는 돈을 노린 중개인들이 암시장을 통해 판매한 위조문서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배그널 교수는 이 주장에 반기를 들면서 “만일 돈을 노린 위조문서라면 왜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세상에 발견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위조범들은 보통 돈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파편들을 크게 찢어서 위조한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파편 조각은 너무나 작다”면서 “위조범들의 작품일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2~4세기에 유행했던 ‘영지주의’에 입각해서 만든 문서이기 때문에 신뢰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영지주의’란 육신과 영을 분리해서 보는 시각으로 정통 기독교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직관력을 터득해야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예수는 영적인식(영지)을 전달하기 위해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지상에 내려온 존재라고 말한다. 또한 예수는 깨달음을 통해 신성에 도달한 인간이라고 믿으면서 예수를 구원자로 보지 않고 교리를 전달하는 지도자로 간주한다.
이 영지주의는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선포되면서 이단으로 낙인 찍혔으며, 정통 기독교도들에 의해 배척됐다. 따라서 이번 문서가 영지주의자들이 만든 문서를 콥트어로 번역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교황청 및 기독교도들은 이 문서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한편 “이번 발표로 인해 교회의 입장이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단순히 ‘내 아내’란 단어 하나로 ‘예수가 결혼을 했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며, 여기서 ‘내 아내’란 실제 예수의 아내가 아닌 그저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문서에서 언급된 ‘마리아’는 누구일까. 일반적인 견해에 따르면 막달라 마리아라고 추정되며, 막달라 마리아는 지금까지 예수의 아내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회자되고 있다. 마리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독교에서 논란이 되어 온 인물로 <다빈치 코드>를 비롯해 많은 문학작품과 보고서들이 그녀의 존재에 대해 다뤄왔다.
마리아가 이렇게 많은 논란을 양산하는 이유는 그녀의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하기 때문이다. 가령 마리아는 그 중요도에 비해 성경에서 이상하리만치 적게 다뤄진 인물이다. 마리아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모습을 본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예수가 부활한 모습을 가장 처음 목격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중요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신약성서에서 하찮게 다뤄지고 있다. 또한 예수의 부활을 목격한 후부터 갑자기 마리아의 존재는 성서에서 사라진다. 사도행전에서도 그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중요한 시점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또 갑자기 사라진 셈이다.
이에 성경 외의 문서들, 즉 외경에서는 가능한 추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즉 예수의 애제자였던 마리아의 존재를 시기하던 다른 제자들이 예수가 죽자 그녀를 추방했다는 것이다. 이런 적개감은 도마복음 114절에 “베드로가 말하기를 ‘마리아를 쫓아내자’”라고 묘사되어 있으며, 마리아복음의 몇몇 구절에서도 마리아와 베드로의 마찰이 암시되어 있다.
베드로가 마리아를 제거하려고 했던 이유에 대해 학자들은 마리아가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즉 여성인 마리아가 지도자로 부상하면 어쩌나 하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리아는 예수와 대체 어떤 관계였을까. 오늘날 전해 내려오는 신약성서에서 마리아는 몸을 파는 창부로 묘사되어 있으며,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회개한 후 예수의 추종자가 되는 인물로 나타난다. 이 주장은 이렇다 할 명백한 증거 없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외경인 빌립 복음서에서는 마리아를 ‘예수의 가까운 친구’ 혹은 ‘동반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예수가 다른 모든 제자들 가운데 마리아를 가장 사랑하고 아꼈으며, 또 종종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고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작가 존 딕슨은 “초기 기독교 시절에는 인사를 나누는 방법으로 동료 신도들에게 키스를 하는 것이 널리 일반화되어 있었다”고 말하면서 따라서 여기서 키스의 의미는 로맨틱한 의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마리아가 예수의 첩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12~13세기 성행했던 카타르파는 예수가 세속에서 마리아를 첩으로 삼았으며, 비밀 회합에서 이런 가르침을 전파했다고 주장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외경 ‘마리아 복음서’에 나타난 막달라 마리아
‘가르침’ 잘 이해해 설교도 가능할 정도
2세기경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마리아 복음서는 현재 유일하게 전해 내려오는 여성의 이름으로 쓰인 초기 기독교 복음서다.
현재 절반가량만 발견되었으며, 신약성서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한동안 무시 받다가 현재는 일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정통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진실성과 중요성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킹 교수는 “이 복음서는 마리아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마리아는 예수의 가르침을 어느 사도들보다 더 잘 이해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으며, 심지어 다른 사도들에게 설교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표현되어 있다.
마리아 복음서 가운데 중요한 부분의 필사본은 5세기에 쓰인 파피루스 책으로, 가장 긴 문서는 1896년 카이로 골동품 시장에서 발견됐다. 독일 학자가 사들여서 1995년 처음 세상에 공개되어 출판됐으며, 훗날 다른 부분이 이집트에서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킹 교수는 이 복음서의 그리스어 원본이 125년~175년경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면서 아직도 전체의 절반 정도만 해독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복음서의 내용은 신약성서와는 다르기 때문에 자칫 이단으로 비칠 수도 있다. 가령 복음서에는 예수가 육신으로 부활하지 않았으며, 대신 영혼으로만 부활했다고 묘사되어 있다. 또한 예수의 재림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신약성서와 다르다.
마리아와 베드로의 갈등이 묘사되어 있는 부분은 논란의 중심이 되곤 한다. 한 남자 사도가 예수가 그들을 떠난 후 겁에 질려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문서 파편에서는 “그들이 슬피 울기 시작할 때 마리아가 그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이어 “마리아가 그들에게 ‘예수가 내게 나타나셔서 특별한 계시를 내려주셨다’고 말했다. 이에 베드로는 ‘그분은 우리의 지도자로 그녀를 택한 것일까?’라고 물었다”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다음 부분은 사라지고 없으며, 다음 문장은 “안드레와 베드로가 예수의 가르침에 담긴 뜻에 대해서 마리아와 다투기 시작했다”고 적혀 있다. 마테오가 마리아를 두둔하려 했다는 부분에서 잘려 있기 때문에 그 다음 내용은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영]
‘가르침’ 잘 이해해 설교도 가능할 정도
2세기경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마리아 복음서는 현재 유일하게 전해 내려오는 여성의 이름으로 쓰인 초기 기독교 복음서다.
현재 절반가량만 발견되었으며, 신약성서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한동안 무시 받다가 현재는 일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정통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진실성과 중요성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킹 교수는 “이 복음서는 마리아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마리아는 예수의 가르침을 어느 사도들보다 더 잘 이해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으며, 심지어 다른 사도들에게 설교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표현되어 있다.
마리아 복음서 가운데 중요한 부분의 필사본은 5세기에 쓰인 파피루스 책으로, 가장 긴 문서는 1896년 카이로 골동품 시장에서 발견됐다. 독일 학자가 사들여서 1995년 처음 세상에 공개되어 출판됐으며, 훗날 다른 부분이 이집트에서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킹 교수는 이 복음서의 그리스어 원본이 125년~175년경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면서 아직도 전체의 절반 정도만 해독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복음서의 내용은 신약성서와는 다르기 때문에 자칫 이단으로 비칠 수도 있다. 가령 복음서에는 예수가 육신으로 부활하지 않았으며, 대신 영혼으로만 부활했다고 묘사되어 있다. 또한 예수의 재림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신약성서와 다르다.
마리아와 베드로의 갈등이 묘사되어 있는 부분은 논란의 중심이 되곤 한다. 한 남자 사도가 예수가 그들을 떠난 후 겁에 질려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문서 파편에서는 “그들이 슬피 울기 시작할 때 마리아가 그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이어 “마리아가 그들에게 ‘예수가 내게 나타나셔서 특별한 계시를 내려주셨다’고 말했다. 이에 베드로는 ‘그분은 우리의 지도자로 그녀를 택한 것일까?’라고 물었다”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다음 부분은 사라지고 없으며, 다음 문장은 “안드레와 베드로가 예수의 가르침에 담긴 뜻에 대해서 마리아와 다투기 시작했다”고 적혀 있다. 마테오가 마리아를 두둔하려 했다는 부분에서 잘려 있기 때문에 그 다음 내용은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