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못 본 게장 ‘국물’에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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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간장게장 집 난투극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던 이종범. 그의 은퇴 이후 행보에 대해 걱정하는 야구인들이 적지 않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
9월 15일 오후 9시경.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간장게장 골목에서 큰 소란이 빚어졌다. 두 게장집 사이에 손님 호객 문제로 시비가 생긴 것이다. A 게장집은 “B 게장집이 우리 가게에 들어오려는 손님을 자기들 가게로 데려갔다”며 B 게장집에 찾아가 거칠게 항의했다.
B 게장집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손님들이 제 발로 들어온 것”이라고 맞섰다. 두 가게의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확대됐다. A 게장집 사장이 B 게장집 사장과 주차 요원 이 씨를 폭행하자, 흥분한 이 씨가 흉기를 휘두르며 A 게장집 사람들을 쫓아간 것. 순간 게장집 골목은 난리가 났다. 식사 중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칼부림을 보자 기겁했고, 주변 게장집 손님들도 이 씨가 칼을 휘두르자 ‘묻지마 살인’인 줄 알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경찰이 출동하며 난투극은 끝났지만, A 게장집 사람들에게 얼굴을 얻어 맞은 이 씨는 전치 10주의 큰 부상을 당했다.
서초경찰서는 난투극에 관련된 5명을 조사해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사건 당사자들이 깊이 반성하고, 치료비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것 같다”며 “사안의 경중을 따진다면 그리 큰 사건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게장 골목 난투극의 후폭풍은 엉뚱하게 야구계에 몰아치고 있다. A 게장집과 전·현직 야구선수들의 관계 때문이다.
# 게장집 사장과 이종범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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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프로’의 모기업은 유명 게장집이다. 이 게장 집의 대표 김 아무개 씨는 연예계와 스포츠계에선 마당발로 통한다. 이종범과도 몇 년 전부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안다. ‘더 프로’는 게장집 종업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인야구단이지 그리 거창한 건 아니다.”
문제는 김 대표가 누구냐는 것이다. 그는 바로 게장 골목 난투극의 장본인인 A 게장집 사장이었다. 김 씨는 난투극 당시 넥센 점퍼를 입고 주먹질을 해 그렇잖아도 ‘넥센 구단 관계자냐가 아니냐’는 오해를 샀다.
이종범이 김 씨 게장집 종업원들로 구성된 사회인 야구팀 ‘더 프로’의 감독을 맡는다는 소식이 알려진 날, 공교롭게 같은 날 김 씨가 주동이 된 난투극이 TV 뉴스를 통해 전해지며 한때 인터넷에선 이종범이 난투극에 연루된 것처럼 와전되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씨를 ‘조직폭력배’로 오인하는 시선도 많았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이종범은 “‘더 프로’ 감독을 맡는다는 소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종범은 “지인들이 얘길해줘서 내가 ‘더 프로’ 감독을 맡는다는 걸 알았다”며 “나도 모르는 감독 취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종범의 지인들도 같은 입장이었다. 이종범과 김 씨 관계를 잘 아는 모 야구인은 “김 씨와 이종범은 지인 사이일 뿐”이라며 “이종범은 처음부터 ‘더 프로’ 감독과는 아무 연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씨 역시 건실한 사업가인데, 소문이 이상하게 와전된 것 같다”며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는 친구”라고 전했다.
# 이종범과 달랐던 양준혁
야구인들은 이종범의 은퇴 후 행보를 두고 염려하는 분위기다. 이종범의 향후 거취가 전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 모 야구해설가는 “은퇴 후 야구계에 기웃거리지 않고, 소신있게 제2의 인생을 준비한 이가 바로 이종범”이라며 “그런 와중에 쓸데없는 소문에 휘말리게 돼 몹시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실이다. 이종범은 은퇴식 이후, 여타 은퇴 선수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야구계를 기웃거리며 자리를 요청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서지도 않았다. 시간 대부분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틈틈이 지인들을 만나며 현역시절 나누지 못한 소회를 풀거나 의미있는 강연에 참석했다.
원체 대스타라, 이종범을 원한 곳은 많았다. 특히 케이블 스포츠 채널들은 이종범을 야구해설가로 영입하려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였다. 모 방송사에선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며 수차례 구애에 나섰고, 다른 방송사는 메인 해설가 자릴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종범은 “은퇴하자마자 해설가로 TV 앞에 서는 건 KIA와 고생하는 후배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그렇다면 이종범의 향후 거취는 어떻게 결정 날까. 이종범의 후배 야구인은 “이 선배는 야구로부터 받은 사랑을 야구를 통해 되돌려 주기 위해 많은 구상을 하고 있다”며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유소년, 사회인야구 등 다양한 분야에 도움의 손길을 주려 준비 중”이라고 했다.
여기까지 듣는다면 이종범은 양준혁처럼 야구재단을 운영할 게 확실하다. 하지만 이종범의 생각은 달랐다. 이종범은 “야구를 통해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나는 천상 야구인”이라는 말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작은 힌트를 줬다. 이종범은 “프로야구팀의 코치로 들어가 젊은 선수들에게 내가 아는 노하우를 전달하고 싶다”며 “내 명예나 이름값과 상관없이 야구 발전을 위한 밀알이 될 참”이라고 밝혔다.
이종범이 ‘야구계에 돌아가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이종범을 둘러싼 9개 구단의 코치 영입전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