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여니 내 야구 단단해졌다”
▲ 윤희상은 생에 최초로 두 자릿수 승수를 딴 뒤 포스트시즌을 맞이하겠다는 각오다.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2004년 SK 2차 1라운드 3순위에 지명돼 2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SK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의 대부분의 생활은 1군이 아닌 2군이었다. 그러다 어깨 부상을 당했고,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수행하면서 점차 잊혀가는 선수가 될뻔한 윤희상은 뒤늦게 꽃이 핀 케이스다.
윤희상은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뛰고 있다. 당초 7승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어느새 9승을 거뒀고 생애 최초로 두 자릿수 승수를 딴 뒤 포스트시즌을 맞이하겠다는 각오도 내비친다.
윤희상은 SK 팬들이 달아준 ‘에이스’란 타이틀이 부담스럽기만 하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SK의 에이스는 김광현이기 때문이다.
윤희상은 오랜 시간 ‘무명 선수’로 머물며 가장 자신있었던 야구가 자신한테 부담을 주는 야구로 변모했던 부분이 마음 아팠다고 한다.
“나의 야구 인생은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던 전과 후로 나뉜다.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야구를 하려 했다. 그러다보니 자꾸 부딪히는 일들이 반복됐다. 하지만 공익근무요원으로 생활하며 사회를 보는 시각이 넓고 다양해진 것 같다. 사람들의 말에 귀를 열었고 마음도 조금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 야구도 성숙하고 단단해진 것 같다.”
국가대표급 포수를 보유하고 있는 SK이다보니 투수 윤희상은 스스로 ‘포수 복’이 많다고 자평한다. 그러면서 지난 삼성전에서 생애 처음으로 선배 박경완과 배터리를 이뤘던 장면을 떠올려본다.
“SK 입단하면서 한 가지 소원이 박경완 선배님과 호흡을 맞춰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려 그 기회가 찾아왔고 마침 삼성전이었다. 다행이 승리를 거두며 기쁨을 공유할 수 있었는데, 그날 경기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박경완 선배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나한테는 영광이었다고.”
윤희상은 설령 올 시즌 10승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미 목표로 세웠던 7승을 거뒀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올 시즌 45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그는 내년 시즌 억대 연봉 대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정도의 몸값을 받고 싶으냐는 질문에 윤희상은 “억대 연봉은 받을 것 같은데, 구단에서 알아서 해주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드러낸다.
윤희상의 마음 속에는 두 감독이 존재하는데 한 사람은 어떻게 야구를 해야 하는지 알게 해준 김성근 감독이고, 또 한 사람은 기회를 주고 윤희상이란 이름을 알려준 이만수 감독이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