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연합+새로운미래 ‘개혁미래당’ 창당 합의…이준석 표절 의혹 제기, 선관위 심사 예정
#‘개혁’ 단어 두고 신경전
1월 24일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양향자 대표의 한국의희망이 합당을 선언했다. 양당은 총선 전까지 당명을 개혁신당으로 유지하고, 선거가 끝나면 한국의희망으로 바꾸기로 정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직을 유지했고, 유일한 현역의원인 양 대표는 원내대표직을 맡았다.
양 원내대표는 일요신문에 “개혁신당이라는 이름이 국민들께 각인돼 있고, 한국의희망으로 바꾸려면 전 당원이 다 동의해야 하는 일”이라며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당 이름을 정할 때 나는) ‘무기가 개혁신당이라면 전략과 전술은 한국의희망이다’ 이렇게 이야기했었다”고 전했다.
1월 28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새로운미래와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원칙과 상식(이원욱 김종민 조응천)이 만든 미래대연합이 공동창당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날 박원석 미래대연합공동대표와 신경민 새로운미래 국민소통위원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 창당준비위원회는 기득권 혁파와 정치혁신, 사회개혁과 미래 전환에 나서라는 국민의 기대와 명령에 부응하기 위해 공동창당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명은 가칭 개혁미래당으로 정해졌다. 개혁신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이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당과 공동창당이 결정되면서 제3지대로 분류되는 정당은 개혁신당, 개혁미래당,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선택 등으로 좁혀졌다.
1월 28일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개혁신당이 개혁을 화두로 삼아 이슈를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개혁미래당’이라는 당명을 쓰겠다는 것은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 옆에 신장개업한 중국집 이름 조금 알려져 간다고 그대로 차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무임승차는 지하철이든, 당명이든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개혁신당 내부에서도 개혁미래당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양향자 원내대표는 “보편적 상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무언가 합의가 있어야 쓰는 것이지 (개혁이라는 단어를 그냥) 가져다가 그냥 쓴다는 것은 정상적인 생각으로는 할 수 없다고 본다”고 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메시지 자체로 받아들여 달라”며 “(개혁미래당이) 나쁜 의도로 그렇게 했을까 한데, 현실적으로 국민들께 혼동을 주는 면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대표께서도 (개혁미래당의 이름이) 좀 혼란을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석 공동대표는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미래라는 키워드가 공통으로 있다. 그래서 미래를 키워드로 당명을 찾자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미래당이라는 정당이 있었다”며 “정치개혁·사회개혁·민생개혁 등, 어쨌든 개혁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대정신이다. 그래서 개혁미래당을 붙인 것이지 이준석 대표 쪽을 특별히 의식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당명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당명을 가지고) 무임승차했다는 식의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개혁이라는 (단어가) 남들이 잘 안 쓰는 고유성이 있는 단어는 아니지 않나”며 “(당은) 신경전 같은 것으로 시간 낭비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고 답했다.
정가에선 이 대표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고개를 든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월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같이 안 할 거야’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면 ‘조금 더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공격을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건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대단히 신경질적인 반응으로서 상당히 부적절했다”며 “만약 이준석 대표가 계속 이런 식으로 즉각적이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면, 양쪽의 감정의 골은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채진원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좋게 봐줄 수도 있는 것인데 카피한 것 아니냐고 반응한 것을 보면 (이준석 대표가) 약간 경계 심리가 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채 교수는 “이준석 중심으로 (제3지대 통합정당을) 만들고 싶다는 판단이 있는 것 같다. 자기 색깔로 당을 장악해야 호소력이 있고, 지지층이 늘어날 것 같다는 판단”이라며 “이낙연으로는 표가 덜 나올 것이라는 생각도 있고, 양향자 의원이 붙었기 때문에 (여유가 생겨서) 이낙연의 (정치적) 색깔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통합 논의를) 늦추거나 경계하는 모습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채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당명이 비슷한 것을 보자) 성격상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통합·연대 논의는 잠정 중단
개혁미래당의 당명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당법 제41조 3항에는 “창당준비위원회 및 정당의 명칭(약칭을 포함한다)은 이미 신고 된 창당준비위원회 및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당 이름이 등록되면 선거관리위원회가 유사 당명 여부를 판단한다. 유권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다.
앞서 선관위는 2020년 2월 안철수 의원이 추진했던 국민당의 당명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미 등록된 정당인 국민새정당과 명칭이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를 두고 당시 국민당 창당준비위원회는 “2017년 8월 국민의당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국민새정당 당명 등록을 허락한 적이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안철수 신당 이름은 국민의당으로 결정됐다.
2020년 8월에는 국민의힘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새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정했다. 그러자 당명이 국민의당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국민의당은 “우리 국민의당처럼 중도정당, 실용정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평가하지만 당명 변경과 함께 실제 내용이 변하고 혁신하기를 바란다. 중도 코스프레가 아니길 바란다”며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최운열 새로운미래 미래비전위원장은 “(당명 논란이) 창당하는 데 영향은 없다. (당에서는) 여론조사를 통해서 가장 좋은 당명을 구하자고 했다. 창당대회 전까지만 확정되면 된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유권해석이 나와야 하니까 만약 (선관위에서) 안 된다고 그러면 (당명을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정치권은 이번 당명 논란을 개혁신당과 개혁미래당 간 주도권 싸움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양측의 내부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합당이나 연대 방식 등을 두고 내부 의견이 정돈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반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양당 내부에선 합당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혁신당에서는 당 정체성 확립이 먼저라는 측과 이견이 있더라도 합당을 통해 체급을 불려야 한다는 측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미래당에서는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는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이준석 대표 언행에 반감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신당과 개혁미래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책협의와 제3지대 연대를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의체는 운영이 잠정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1월 22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미래대연합 등은 제3지대 정책협의체 ‘비전대화’를 구성했다. 정태근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장, 천하람 개혁신당 최고위원, 최운열 새로운미래 위원장 등이 주축이 됐다.
3당은 토론을 통해 한국을 개혁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제3지대 정당의 공동 비전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천하람 최고위원은 “연대를 위한 연대를 해서는 안 된다. 연대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고 했다”면서도 “왜 연대가 필요한지, 연대를 위한 비전을 채우는 협의체를 가동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