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출신 3인·외부인사 3인 최종 후보군 공개…사법 리스크 KT와 닮은꼴, 정권 입김 우려도
#파이널 리스트에 누가 이름 올렸나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지난 1월 31일 차기 회장 파이널 리스트(최종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6명의 면면을 공개했다. 명단 공개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던 후추위는 9시간여의 회의를 이어간 끝에 파이널 리스트를 내놓았다. 파이널 리스트에는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후추위는 1월 24일에 뽑은 숏 리스트 명단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쳤지만 그간 재계 안팎에서는 전·현직 포스코 출신 인사들과 전직 장관, 외부 기업인들이 다양하게 거론됐다. 특히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전 부회장 등이 빠지지 않았는데 실제로도 최종 명단에 포함됐다. 반면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그동안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인물이라 주목을 받았다.
관례대로 ‘정통 포스코맨’ 출신의 내부·퇴직자 그룹에서 차기 수장이 나올지, 아니면 포스코 밖 외부 인사가 발탁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최종 후보들은 포스코 출신 3명과 비 포스코 출신 인사 3명으로 나뉜다. 김지용 원장은 2021년 포스코 광양제철소장을 맡았고, 전중선 전 사장은 포스코의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을 이끈 인사로 알려졌다. 장인화 전 사장은 2018~2021년 포스코 사장과 철강부문장을 역임했다. 다만 장인화 전 사장은 후추위 가동 시점인 2023년 12월 21일로부터 1년 이상 먼저 퇴직해 내부 인사로 구분되지 않는다.
반면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은 포스코에 몸담은 경험이 없다. 최근 포스코그룹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배터리 소재 등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외부 인사가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다. 권영수 전 부회장의 경우 재계 4위 LG그룹의 ‘간판 CEO’로 꼽히며 배터리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이 있다.
다만 포스코의 정체성이 ‘철강’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대세다. 1대부터 9대까지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포스코 회장은 항상 포스코 출신이 선임됐다. ‘정통 포스코맨’이 포스코 수장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역대 포스코 회장 중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2대 황경로 회장과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9대 최정우 회장을 제외하고 3대 정명식 회장(서울대 토목공학과), 5대 유상부 회장(서울대 토목공학과), 6대 이구택 회장(서울대 금속공학과), 7대 정준양 회장(서울대 공업교육학과), 8대 권오준 회장(서울대 금속공학과) 등이 모두 ‘공대 출신 엔지니어’다.
#KT처럼 외풍 우려도…
회장 선임까지 ‘외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에 적합한 인사보다 정권 친화적인 인사가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실제 국영기업이었다가 민영화가 된 포스코그룹은 회장 선임 때마다 정권의 입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포스코와 닮은꼴로 꼽히는 기업이 한발 앞서 지난해 8월에 대표 선임 절차를 끝낸 KT다. 포스코와 KT는 국민연금을 대주주로 두고 있다. 국민연금이 목소리를 내면서 연임을 시도하던 구현모 전 KT 대표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나란히 뜻을 접었다. 둘 다 지난 정권에 선임된 인사라 이번 정권에서는 ‘물갈이 대상’이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최정우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재계 인사들이 동반했던 해외 순방이나 대통령실 행사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못하는 등 불편한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말에는 포스코의 차기 회장 인선에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개입하고 있다는 이른바 지라시(정보지)가 돌아 김 전 실장이 직접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권영수 전 부회장은 김대기 전 실장과 한 살 차이에다 경기고-서울대 동문으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최종 후보 중 절반인 권 전 부회장, 우유철 전 부회장, 장인화 전 사장이 모두 경기고-서울대 출신인 까닭에 정치권의 경기고 출신 인맥이 특정 후보를 챙기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재계 한 인사는 “KT와 포스코의 사례가 붕어빵으로 찍어낸 듯이 똑같다. KT가 지금 낙하산 인사 논란에 시달리는 것처럼 포스코의 이후 행보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총선이 끝난 후 공천 못 받고 낙선한 이들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 역시 닮은꼴이다. 구현모 전 KT 대표는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구현모 전 대표의 후임으로 내정됐던 KT 내부 출신 윤경림 전 KT 사장도 사퇴했다. 당시 수사 압박을 버티지 못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후 각종 사법 리스크에 연루된 KT 출신들은 전부 낙마하고 LG CNS 출신인 김영섭 CEO가 차기 대표로 선임됐다.
포스코 경영진 역시 ‘초호화 해외 출장’ 이슈와 관련된 사법 리스크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포스코 출신인 김지용 사장과 장인화 전 사장, 전중선 전 사장 3명 모두 2019년 중국 이사회 출장과 2023년 캐나다 이사회 출장 고발과 관련해 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가 차기 회장 인선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후추위는 이들 후보자를 대상으로 2월 7~8일 심층면접을 실시한다. 2월 8일 오후 최종 후보 1명을 공개하고, 회장(CEO) 후보 선임안을 3월 21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후추위는 1월 31일 6명의 후보자 선정 과정을 놓고 “미래 도약과 변화를 위한 전문성과 리더십 역량”에 중점을 두고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