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부자면 자식들 의존 커지거나 재산싸움 부를 수도…자신의 행복 위해 살아야
하지만 너무 겁낼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은퇴 공포에 짓눌려 지나치게 호들갑 떠는 것 역시 피해야 한다. 은퇴 이후 삶에 대한 ‘겁주기식’ 언론 보도에 우리 스스로 강박증이나 조급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노후를 준비해야 하지만 극단적인 모습을 자신의 삶에 투영하면서 과도한 걱정으로 이어지니 문제다. 사람에 따라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다달이 나오는 국민연금이 있다. 실손보험까지 가입했다면 아파도 목돈 부담이 덜하다. 더욱이 대부분 60세가 넘어서도 경제활동을 한다. 정기적인 노동소득이 없더라도 공공근로를 하거나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한 푼이라도 더 번다. 한 지인은 “큰 병을 앓지 않는 한, 은퇴해도 재산이 줄어들기보다는 불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노후생활을 하는 데 어느 정도의 돈은 필요하다. 하지만 삶의 다른 가치를 제쳐둔 채 오로지 돈 불리기에 인생을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일정 금액이 넘어서면 재산이 늘어난 만큼 그와 비례해서 행복이 증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산이 너무 많으면 걱정도 함께 늘어난다. 옛말에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라고 했다. 아주 열악한 사정에 처한 사람을 제외하고 생각해보자. 자신이 중산층이라면 재산 규모가 20억 원이든, 50억 원이든 실제 내 노후의 삶은 큰 차이가 없다. 가진 재산을 자식에게 좀 더 물려주느냐, 덜 물려주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난해 말 서울 곳곳에 빌딩을 보유한 60대 부자인 A 씨를 만난 적이 있다. A 씨는 만나자마자 큰아들 얘기를 꺼냈다. 아들이 상사와 싸우더니 하루아침에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뒀다고 했다. 일반 샐러리맨이라면 회사생활을 그만두겠다는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대체로 가장이 회사를 관두면 생계가 막막하기 때문이다. 아들이 갑자기 회사를 그만둔 것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아들이 대놓고 말을 하지 않았을 뿐 그 버팀목은 아버지 소유의 건물이었다. 재취업을 안 하고 백수 생활을 하던 아들은 결국 건물 관리인이 되었다. A 씨는 자식 꼴을 보고 있으면 열불이 난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좋은 대학을 나왔으니 남들에게 내세울 만한 사회적 지위를 갖기를 기대했다. 그런 아들이 건물 관리를 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었다. A 씨는 “아버지의 많은 재산이 오히려 아들에게 해가 된 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식이 철드는 것은 부모의 재산과 반비례하는 것 같다. 부모가 부자면 기댈 수 있기에 굳이 ‘헝그리 정신’으로 살려고 하지 않는다. 의존적 인간이 되고 삶에 파이팅이 없다. 아득바득 모아서 자식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오히려 자식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재산을 놓고 자식들 간의 볼썽사나운 분쟁만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지혜로운 걸까.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개인의 자유다. 말이 쉽지, 부모 입장에서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답은 의외로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 어떤 결정을 하든, 그 기준은 자신에게 삶의 의미와 보람을 안겨주는 쪽이어야 한다.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