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비, 관련없는 회사 명함 제출 후 계약…시 “관련법에 어긋난 점 없다”
거제시는 ‘거제시문화예술회관 미디어 파사드 영상콘텐츠 개발 용역’을 예정액 8562만 원으로 산정해 지난해 12월에 공고했다. 같은 해 12월 14일 입찰을 개시해 12월 19일 입찰을 마감한 결과, (주)엘앤비가 낙찰률 88.376%인 7496만 원으로 낙찰을 받았다.
문제는 엘앤비가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된다는 점이다. 국내에는 페이퍼컴퍼니를 단정하는 표현은 ‘경제법인으로 설립과 등록은 돼 있으나 특별한 자산도 없고 영업활동도 하지 않고 있는 회사’다.
페이퍼컴퍼니를 구분하기란 쉽지는 않다. 관련법의 사각지대에서 자생하는 유령회사는 유관기관의 노력 없이는 사라지기 힘들다. 서류상 하자가 없으며 일일이 확인 작업을 거치기 힘들다는 맹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적발이 가능하다.
전기, 인터넷, 수도 등 사용요금을 추정해 구분할 수도 있지만, 회사를 방문해 우편물 수거현황을 파악하고 사무실을 운영하는지 살펴보는 방법이 최고의 구분 방법이다. 이에 앞서 위성지도에 나와 있는 로드뷰를 통해 간판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며, 간판이 보이지 않을 시 현장 확인을 하고 그 회사 주변에서 근무하는 시민들에게 해당 회사의 사정을 들어보면 바로 유령회사인지 알 수가 있다.
본지는 유령회사로 추정되는 엘앤비를 직접 방문했다.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으며 난방기는 가동되지 않았다. 사무실 운영을 하는 곳이라면 상근 근무자가 있을 법도 하지만 근무자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주변 부동산 사무실에 들러 직접 사무실을 운영하는지도 확인했다. 인근 회사에 근무하는 관계자는 “사무실을 운영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다가 우편물을 수거하러 오는지 가끔 보인다”고 말했다.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는 유령회사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대목이다.
지속적인 취재를 이어가자 엘앤비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그는 자신을 엘앤비 이 아무개 이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상주하는 직원이 없어 워크넷으로 구인 중”이라며 “본사는 사천에 있고 창원에 있는 영업소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함을 보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명함은 20여 일이 지나도록 보내지 않았다.
거제시 발주부서에 취재요청을 한 후 계약 및 업무를 협의한 엘앤비 직원의 명함을 살펴봤다. 명함에는 엘앤비 상호는 없고 KOAD 대표 이 아무개란 이름이 기록돼 있었다. 바로 엘앤비 이사라고 자칭한 자였다. 엘앤비 영업소라는 곳이 KOAD 본사인 게 드러난 셈이다.
거제시는 명함조차도 없는 유령회사와 업무협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누가 봐도 시에 제출한 명함에 엘앤비라는 글자를 찾아볼 수가 없어 의심을 가질 법한데, 시는 엘앤비와 계약금액 7496만 원에 지난해 12월 27일 계약했다.
거제시 회계담당자는 “계약에 따르는 서류를 다 맞춰왔기에 계약에는 하자가 없다”면서 “부정당업자라 인지할 수도 없지만 관련법에 어긋난 점이 없다”고 밝혔다. 계약 시 받은 엘앤비 명함을 공개해달라는 본지의 요청에는 “관련 명함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