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씹는 ‘호박씨’ 한가득
국회의원 보좌진이나 국회사무처 직원, 당직자들로 추정되는 ‘대나무숲’ 이용자들은 “출근지는 여의도 국회라 근사해 보이지만 현실은 비정규직에 파리목숨”이라고 항변한다. 이들은 선거와 국감 기간 야근을 많이 하는 업무 특성상 “저녁(야근) 있는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는 “피자 좀 그만 먹고 싶다. 여의도 도시락은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맛이 없느냐”는 사소한 불만부터 시작해 “휴일에 국감 준비하러 나온 건데 영감 커피 타주고, 배고프대서 빵 썰어주고, 과일 달래서 사과 깎아주니 하루가 다 갔다”는 푸념도 섞여있었다.
특히 한 이용자가 “추석명절에 상여금으로 만 원짜리 한 장 안 주면서 추석 다음날부터 나와 국감 준비하라고 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라며 ‘격려금’ 문제를 언급하자 “우리 방(의원실)은 의원 아들 친구를 비서로 등록해놓고 그 돈은 자기 활동비로 쓰고 인턴한테 일을 시킨다”라고 맞장구치는 등 마냥 웃어넘기기 힘든 내용들도 눈에 띈다.
‘대나무숲’ 계정에 글을 올리는 이들의 불만은 대부분 자신들이 모시고 있는 국회의원에게 집중된다. 관련 내용을 모아보니, “밤새 질의서 써놨더니 회의장 들어가기 10분 전에 나타나 쓱 훑어보고 들어가서는 절반도 소화하지 못 하면 한숨만 난다” “나도 처음 가는 지방의 한 행사장에서 카라멜 마키아토를 사오라고 했을 때, 자기 구두 닦아오라고 했을 때, 차로 자녀들 학원 데려다주고 오라고 시킬 때, 진짜 쌍시옷 소리가 절로 난다” 등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이 중에는 “어떤 방(의원실)에서는 의원이 전화 연결 할 때 본인이 수화기 직접 안 들고 비서가 방에 가서 수화기를 의원 귀에 대 줘야 한다더라”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도 섞여있다.
관련 계정에 관해 전해들은 새누리당 소속 한 보좌관은 “대부분의 내용이 보좌관이 아닌 그 밑의 비서들이나 인턴이 쓴 것 같다. 신세한탄은 어느 업계나 있는 것이고 국회는 의원실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다들 소일거리로 즐기는 수준 아니겠느냐”라면서도 “몇몇 이야기들은 상당히 공감이 가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