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마을’ 설립 과정 145억 원 편취 의혹…창시자 사망 10여 년간 은폐, 최근 청산 절차 밟아
지구멸망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자 A 씨는 2012년 12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선무위원들은 이 사실을 숨겼다. 또한 회원들을 기망해 수련비, 도서구입비, 지부회비 등 거액을 편취했다. 내부폭로와 JTBC 보도로 인해 이탈하는 회원이 늘어나자 명상단체는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운영비로 사들인 재산 처분과 피해 보상에는 아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의 반발은 거세질 전망이다.
#명상단체, 1997년 책 출판 이후 인기
방송작가 출신이었던 A 씨와 법학박사 B 씨 등은 1997년 명상 수련을 목적으로 이 단체를 창립했다. 당시 명상 수행기록이 담긴 책을 명상단체가 출판하자 대중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전국 각지에 지부와 공동체 마을, 수련원 등이 세워졌다. 더불어 미국,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B 씨는 A 씨가 사형(師兄)으로 지칭할 정도로 가르침을 준 인물로 알려졌다. B 씨는 명상 수련법, 한국의 선인들을 소개하는 내용, 우주 근본원리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 등이 담긴 원고를 A 씨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출판 당시 B 씨는 대통령비서실, 대법원 등 공직에 있었기 때문에 본인 이름으로 출판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에 A 씨가 명상단체 창시자가 됐다고 전해진다.
일요신문과 만난 B 씨는 A 씨에 대해 “천서(天書, 하늘의 글)를 받기엔 명상 수련이 덜 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몸에 산소가 충분히 들어갈 만큼 심호흡을 하면서 집중해야 에너지가 안정된다. 하지만 A 씨는 회원들에게 그걸 간과한 채 어떤 생각만 하도록 가르쳤다. 그런데 그 상태로는 천서를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구멸망 대비해 공동체 마을 만든다” 모금
스스로 조물주라 칭한 A 씨는 예수와 직접 대화했다고 주장한 내용을 100문 100답으로 엮은 책을 냈다. 그리고 2010년 7월 회원들에게 지구 멸망을 예고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파했다.
명상단체는 공동체 마을을 만들겠다는 명목으로 모금했다. 그 뒤 충북 충주시·보은군, 전남 고흥군·영암군, 제주 서귀포시 등 전국 각지에 토지를 구매한 뒤 공동체 마을을 형성했다. 이 공동체 마을들의 현재 소유주는 명상단체와 이 단체의 자회사 역할을 하는 농업법인, A 씨 자녀들이다.
모금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들이 자신들 통장에 모금액을 입금한 뒤 그 통장과 도장을 명상단체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자기 명의로 거래하는 예금통장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양수하면 처벌받는다. 피해자 측은 명상단체가 315명을 대상으로 총 145억 6151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파악했다.
#명상단체, 창시자 사망 사유 은폐
A 씨는 2012년 12월 29일 “지구대프로젝트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갑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유언장을 남긴 채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충주 관사와 XXX번지를 자신의 가족에게 남겨달라는 유언도 남겼다. 그리고 조용한 장례를 원한다며 병원으로 옮기지 말라고 당부했다.
생전 A 씨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추후 여러 생 동안 짐승으로 살아야 한다”고 경고하는 등 죄악으로 여겼다. 하지만 정작 창시자 자신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만약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면 명상단체 내부가 동요할 가능성이 커질 것을 우려한 선무위원들은 이를 10년여 동안 은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내부 폭로자는 “선무위원들은 A 씨의 사망 사유를 스스로의 극단적 선택이 아닌 심장마비, 자연사로 처리했다”며 “경찰에 사건 접수가 되지 않은 까닭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명상단체의 편취는 이어졌다고 한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명상단체는 300만 원의 입회비를 요구했다. 또한 천도재 비용을 모으고, 승급제를 도입해 각 승급 시 도서, 수련물품 등을 구입하도록 유도했다.
회원들이 사회나 가정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할 정도로 단체 활동을 강요하기도 했다. 한 제보자는 “남편과 함께 명상단체에 가입했는데 단체 측은 수련을 이유로 별거나 이혼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명상단체는 집중수련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수개월 동안 수련원에서 거의 하루 종일 수련해야 하기에 직장생활을 포기해야만 했다.
내부 폭로와 언론 보도 이후 탈퇴 회원이 늘어났다. 명상단체는 2월 10일부로 청산 절차를 진행한다고 공지하면서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했다. 고소인 측은 "명상단체가 피해 보상에 소극적이며, 내부 폭로자나 언론 제보자를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주장한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해 명상단체 대표이사에게 2월 19일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에 명상단체 측은 “회의 중이어서 추후에 연락을 드리겠다”고만 답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변이 없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