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수색 안할 테니 미제 사건 덮어써라”
“어떻게 부하 직원의 와이프를 건드립니까.”
9월 12일 인천 삼산경찰서에 근무 중인 A 경감(33)과 B 경사(여·33)가 부평구에 위치한 한 모텔에 나란히 동행했다가 내부 제보를 받고 출동한 감찰에 의해 적발됐다.
경찰관계자에 따르면 이 경찰 불륜커플은 삼산서 ㄱ 팀 소속 상사, 부하 관계로 약 1년 전부터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 당시 현장에서 이들을 미행했던 감찰 직원은 1층 모텔 카운터에서 인터폰을 통해 5층에 투숙 중이던 A 경감에게 “다 알고 있으니 내려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A 경감, B 경사는 지시에 순순히 응하기보단 감찰을 피해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위험한 선택을 했다. 그동안 경찰업계에서 유부남, 유부녀 경찰관 간의 불륜스캔들이 공식적으로 적발된 경우가 거의 없었고, 적발될 시 직위 해제 등 대대적인 징계를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것 같다고 당시 감찰 관계자는 전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바로 옆 건물 5층 쪽으로 뛰어내려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던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이 ‘커플’은 그만 지상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현재 이들은 인근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 “불륜은 옳지 못한 행위이지만 경찰도 사생활이 있는데 ‘쌍팔년도’도 아니고 감찰까지 투입된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는 동정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동료 경찰들 다수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동료 경찰은 “A 경감이 어린 나이에 경감자리 꿰어 차고 기고만장하더니 부하 직원의 와이프까지 건드렸다. 아무리 사생활이라지만 그래도 고위 경찰 간부로서 품위 유지를 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A 경감은 경찰대 출신 기대주로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경찰 고위 간부의 꽃으로 불리는 경감 배지를 달았다. 동료 경찰들 사이에서는 평소 A 경감이 나이 많은 부하직원들의 인사도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불평이 쏟아졌다고 한다.
삼산경찰서 소속 한 경찰은 “A 경감이 1년 전부터 같은 팀에 근무하던 유부녀 B 경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 충격적인 것은 B 경사의 남편이 한때 A 경감의 부하직원이었다는 것이다. 부하직원의 와이프를 건드리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B 경사가 언제부턴가 사복 차림이 굉장히 야해지더라, 둘 다 멀쩡히 자식까지 뒀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하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와 관련 인천지방경찰청 감찰 관계자는 “A 경감 불륜에 대한 업계 소문이 좋지 않아 경찰 기강이 해이해질까 우려됐다. 공무원으로서의 품위 유지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확인해 적절한 징계를 내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불륜’ 경찰에 이어 ‘나몰라라’ 경찰들의 행각이 추가로 발각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9월 19일 인천에서 괴한으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한 20대 여성이 마침 지나가던 경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지금 다른 신고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이 여성의 구조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이 사건 현장에서 피를 흘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의 호소에 발뺌을 했다는 황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세간의 공분을 사고 있다. 현재 해당 경찰은 여성을 폭행한 신원 불명 범인에 대해 여태껏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번 양보해 불륜은 개인사, ‘나몰라라’ 출동은 업무상 과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변명조차 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 가출 청소년 성매매 사건으로 시끄러운 이때 직접 성매매에 나선 경찰이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 30대 C 경사가 돈을 주고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다가 발각됐다. 근래 들어 미성년자 성매매, 성폭력 사건 등이 세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대다수 경찰들이 청소년 성보호법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동료 경찰들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당시 C 경사는 업무를 마친 후 인근 유흥업소에서 만난 17세 여고생에게 혹해 10여 만 원 정도의 ‘약소한’ 화대를 건네고 성관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 경사는 조사 당시 “22세 여대생인 줄 알았다. 억울하다”고 거듭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선 “그렇다면 경찰이 여대생 성매매는 해도 된다는 것인가, 경찰들의 성 인식이 이러니 성(性)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비난을 더하고 있다.
경찰이라는 지위를 한껏 이용해 전문적인 사기 행각을 벌인 ‘지능범’형 경찰도 있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피의자에게 하지도 않은 범죄를 자백할 것을 강요하거나, 평소 친하게 지내던 유흥업소 업주를 위해 공문서까지 위조하는 등 몇몇 경찰들의 파렴치한 행각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 강력팀 D 경사는 여죄를 해결할 경우 검거 실적이 높아져 인사고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구속된 피의자를 상대로 허위자백을 오랫동안 강요해왔다가 최근 덜미가 잡혔다. 일례로 D 경사는 피의자 권 아무개 씨에게 “수사보고서도 잘 써주고 전화나 인터넷 사용 등 편의도 봐주겠다. 어차피 특가법상 상습절도라서 건수와 상관없이 형량은 비슷하다. 네가 저지른 범죄는 3건인데 20건까지는 형량이 비슷하니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절도사건 17건을 네가 한 것으로 하고 안고 들어가라”라고 허위자백을 권유했다.
이런 식으로 허위자백을 받아낸 D 경사는 해당 피의자들을 데리고 다니며 허위 현장검증을 하는 여유까지 보였다고 한다. 또 D 경사는 “모친이 뇌출혈로 위중한 상황이니 가택수사만을 하지 말아 달라”는 피의자 홍 아무개 씨의 간곡한 부탁을 십분 이용해 “가택수색은 하지 않을 테니 근처에서 발생된 미제 사건 몇 건만 네가 떠안고 가라. 강도상해로 징역 7년 정도 나올 텐데 절도사건 몇 건 가져가도 형량이 그 이상 무거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회유했다. 이 같은 비열한 술수로 한 해당 16~17건 이상 실적을 올린 D 경사는 결국 꼬리가 잡혀 최근 경찰직을 박탈당했다.
이밖에도 한 ‘의리파(?)’ 경찰 고위간부가 유명 유흥업소 업주와 ‘호형호제’하며 지내다 종국엔 업주의 불법행위를 적극적으로 돕는 등 경찰 명예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는 사례도 있었다. 고위간부 E 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유흥업소 업주 김 아무개 씨가 올해 초 경찰에 의해 적발되자 직접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의리파’ E 씨는 자신이 이 사건을 맡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선 뒤 공문서 위조를 통해 ‘바지사장’의 이름을 바꿔치기하고 엉뚱한 사람을 붙잡아 넣는 등 일반인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공문서를 위조해 피의자를 바꿔치기한 E 씨는 ‘임의동행동의서’에 자신의 지장을 찍어 넣는 과감한 면모까지 보였다. 심지어 동료 경찰관의 수사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유흥업소 직원의 휴대폰을 빌려 직접 전화를 걸어보는 치밀한 수까지 쓴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까진 아니지만 ‘얄미운’ 꼼수를 부리는 ‘자기계발형’ 경찰들도 있다. 가사 휴직서를 제출하고 고시공부에 올인하는 경찰들이 최근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부친의 병이 위중해 간병을 해야 한다”며 가사휴직희망원을 제출하는 경찰들의 수가 점점 늘자 이를 이상하다고 여긴 서울 및 지역 경찰청 감찰 관계자들이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감찰조사 결과 가사휴직희망원을 제출한 경찰들 중 상당수가 신림동 고시촌에서 발견됐다. 발견된 이들 중에선 두꺼운 민법 책을 들고 학원에서 걸어 나오다 붙잡힌 경찰도 있었는데 이 경찰은 당시 감찰에게 “아버님께서 임종 직전 민법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하셨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벌어진 경찰들 천태만상을 두고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경찰도 사람인데 분명 실수를 하는 이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경찰 처우가 좀 더 개선되고 자체적인 윤리교육이 강화된다면 시민들 눈총을 받는 사례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촌평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