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다른데 목소리는 하나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어느덧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007 시리즈는 1962년 <살인번호>부터 이 달 말 개봉될 <스카이폴>까지 모두 23편이 제작됐으며, 이로써 할리우드 역사상 최장수 시리즈로 기록됐다.
007 시리즈의 묘미라고 하면 시리즈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최첨단 007 무기들을 보는 재미 외에도 숀 코너리, 로저 무어 등 역대 제임스 본드들의 다양한 매력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또한 단연 매 시리즈마다 관능미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본드걸들의 미모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하지만 과거 본드걸들의 관능미가 배가된 데에는 ‘숨은 조력자’의 공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본드걸들의 목소리 더빙을 했던 여성이 따로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 니키 반 데어 질 |
그녀가 본드걸들의 목소리 더빙을 했던 이유는 뭘까. 그녀는 최근 발간된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그 숨겨진 비밀을 공개했다. 안드레스의 경우에는 강한 스위스 독일어 억양이 문제였다. 강한 억양 때문에 미국 관객들이 대사를 알아듣기 힘들 것으로 판단한 테레스 영 감독이 목소리 더빙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이튼의 경우에는 영국식 억양이 문제였다. 촬영을 모두 마친 후에 제작진들은 이튼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한 번 질의 목소리를 빌리기로 결정했으며, 이로 인해 보다 감미롭고 섹시한 목소리를 가진 본드걸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질은 “지난 50년 동안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해 전혀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의상 디자이너나 무대 디자이너들은 크레디트 자막이 올라갈 때 이름이 나오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며 억울함 심정을 토로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