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전공의 사직서 제출 450여 명…보건부 “업무개시명령”
- 병원측 "현장 피로감 가중"…업무 공백 장기화 '우려'
- 시민단체 "국민 생명 담보, 집단 진료 거부 중단해야"
[일요신문] 정부의 의과대학 확대 발표에 반발하는 전공의의 집단 사직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국내 '빅5 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소속의 전공의 1000여 명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 대구·경북에서도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거부에 나선 모양새다.
- 전공의 집단 사직…환자들 '불안'
20일 대구 중구 봉덕동 경북대병원. 여느 때보다 병원 내부는 진료를 받기 위한 환자들로 북적였다. 의료대란에 불안감이 커진 시민들은 진료가 취소될까봐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검사 진료 접수증을 들고 있는 한 환자는 답답한 듯 진료가 정상대로 진행되는지 재차 묻기도 했다. 불안했던 환자의 다소 거친 언행에 소란이 일기도 했다.
다행인 점은 외래진료의 경우 대체적으로 차질 없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남구에서 손자와 함께 병원에 온 최모(70대·여)씨는 "불안해서 아침 일찍부터 나와 기다렸다. 평소보다 30분 가량 늦기는 했지만 다행히 진료는 받고 약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다. 빨리 병원 사태가 정상적으로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응급실의 경우도 비슷했다. 하지만 내원 환자와 이송환자 등 상태에 따라 환자 수용 여부를 정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응급실에 이송된 김모(60대)씨는 "생각보다 대기시간이 길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바쁜지 안내 같은게 별로 없고, 물어봐도 '우선 기다려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라 많이 답답했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편 지난 19일 오후 2시 기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 전공의 사직서 제출 현황은 경북대병원 179명, 대구가톨릭대병원 83명, 칠곡경북대병원 81명, 영남대의료원 65명, 파티마병원 23명, 대구동산·성서동산병원 21명 등 총 452명이다. 20일 오전 복지부 실사 결과에 따라 실제 전공의 이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병원 측, 업무 공백 장기화 '우려'
남아있는 의료진 역시 현 사태가 지속될 경우를 우려했다.
경북대병원 한 의료인은 "현장 의료진이 잘 버텨주고 있지만, (이같은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몰라 피로감이 평소보다 더해지는 것 같다"며 "특히 응급실을 더 힘들거다. 아마 다른 병원도 12시간씩 교대근무로 버틸 것 같다. 하루 빨리 정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아 있는 의료진의 피로감이 쌓일수록 환자들에게 양질의 시술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부 진료과에선 외래 진료의 요일과 시간을 줄이고 수술 일정도 일부 연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안 그래도 응급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이젠 체력 싸움이 될 것 같다. 교수와 나머지 의사들도 비상 근무를 준비 중"이라며 업무 공백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 대구시민단체 "국민 생명 담보, 집단 진료 거부 중단해야"
대구·경북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 출근을 하지 않자 지역 시민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참여연대는 20일 성명을 통해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진료 거부'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연대는 "이들의 집단적 진료 거부는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외면하고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벌이는 정당하지 않은 행위"라며 "그들의 주장대로 의료인의 고강도 장시간 노동이 문제라면 오히려 노동조건의 개선과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확충을 주장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대다수 국민이 의사 부족 문제에 공감하게 됐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국민 76%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고 부정적 답변은 16%뿐이었다"며 "그런데도 이들은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오히려 국민을 볼모로 잡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대는 한국 의사 평균 연봉이 OECD 최상위 수준으로 노동자 평균 임금의 6배를 넘는다고 주장하며, "의협은 의료인력 부족으로 발생한 수많은 비극에 대해서는 대안을 말하지 않고 의료수가 인상만 주장한다"고 비판하며 의사의 집단행동에 단호한 정부의 태도를 주장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한 의협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서자 집단행동금지 명령에 나섰다.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위반할 경우 의료법에 따라 1년 이하 면허정지 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 또는 교사·방조범으로 판단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20일 전국 병원을 상대로 현지 실사에 나선 복지부는 병원에 출근하지 않은 인원을 파악하는 한편,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았음에도 현장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복지부는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 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