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성 두 명 화물용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부산시 ‘옥상 개폐장치 의무화’ 대책 실효성 논란
베이스점핑(BASE jumping)은 지상에 있는 건물이나 절벽 등 높은 곳에서 낙하산으로 강하하는 스포츠를 말한다. BASE의 B는 Building(건축물), A는 Antenna(안테나). S는 Span(교량), E는 Earth(절벽)를 각각 뜻한다. 익스트림 스포츠의 하나로 분류되며,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해운대경찰서가 주거침입 혐의로 외국인 남성 2명의 행방을 추적 중인 가운데 한 명을 30대 미국인 남성으로 지목하고 2월 22일 인터폴에 수사공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들은 2월 15일 오전 7시 부산 해운대구 중동 소재 엘시티에 몰래 들어간 혐의를 받는다.
용의자로 지목된 미국인 남성은 전 세계 유명 마천루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베이스점핑 전문가이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시티는 지상 101층으로 높이가 411m에 이른다. 경찰은 해당 남성과 동료 등 2명이 전망대가 조성된 99층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법인 진인의 오주석 변호사는 이와 관련 “침입 경로에 따라 주거 침입이나 건조물 침입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99층 전망대는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용도 외의 목적으로 이용한다면 문제가 된다”며 “특히 이들이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전망대까지 올라갔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인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9년에도 러시아인 2명이 엘시티 등 해운대 고층 건물에서 점프했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큰 논란이 일자 해당 러시아인 2명에게는 출국 정지가 내려졌다. 이들은 벌금 500만 원을 예치한 이후 출국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의 베이스점핑 시도는 국내에서 부산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마천루 톱8 가운데 7곳이 부산에 소재하지만, 1위는 서울에 자리한 롯데월드타워이기 때문이다.
2018년 ‘스파이더맨’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암벽 등반가 알랭 로베르가 롯데월드타워 75층까지 외벽을 오르다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바가 있다. 2023년 6월에는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무단으로 오른 영국인 조지 킹-톰프슨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이 이처럼 세계 각국의 마천루를 돌며 베이스점핑을 하는 데는 영상촬영으로 인한 부가수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일부 익스트림 스포츠 유튜버들은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베이스점핑이 극단의 위험을 추구함에 따라 사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를 모방한 행위가 잇따를 수 있어 많은 국가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다.
한편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2019년 부산시가 발표한 베이스점핑 차단 대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시는 러시아인 2명이 베이스점핑한 사실로 문제가 일자, 부산지역의 21층 이상(연면적 10만㎡ 이상)의 고층 건축물 옥상에 비상개폐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건축위원회 운영세칙에 포함시켰다.
평소에는 잠긴 상태에서 위급할 때만 자동으로 열리는 문을 설치해 베이스점핑 등을 원천 차단한다는 게 목적이었지만, 또다시 베이스점핑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의 관련 대책이 실효성이 있는지에 강한 의문이 뒤따른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