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안걸면 장사 못하게 한다” 악질
▲ 송 아무개 씨가 성매매 사이트를 운영하며 연간 20억 원의 불법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취재 결과 진짜 ‘몸통급’은 따로 있었다. 사진은 영화 <대한민국헌법 제1조>와 네티즌 합성. |
하지만 실제 사건 내용은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 취재 중 만난 이 사이트 회원들의 이야기다. 이번에 검거된 송 씨의 경우에는 사이트의 실제 운영자가 아니며 ‘현금 수금’을 주로 하는 ‘잡범’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몸통’은 따로 있고 ‘바지사장’ 역할을 하는 수금원만 잡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진실은 어떻게 된 것일까.
# 전문가들까지 동원
이번에 적발된 YT사이트는 그야말로 유사성행위 관련 사이트 중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400개의 업체가 등록되어 있으며, 매달 ‘제휴비’라는 명목으로 업소광고비 및 성매매 알선 비용을 내고 있었다. 특히 이번에 송 씨가 검거됨으로써 많은 사람들은 이 사이트가 폐쇄될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몸통’인 공동운영자 대여섯 명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런 사이트는 또 생길 수밖에 없다.
취재에 의하면 이 사이트에는 다양한 전문직종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포진해 이들 중 일부 운영자들은 이 사이트를 모태로 기타 다양한 성매매 사이트들을 만들어 운영하는 등 이른바 느슨한 체인화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현직 비뇨기과 원장이 이 사이트에서 운영위원이란 타이틀을 갖고 전문적으로 상담을 해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비뇨기과를 운영하고 있는 이 의사는 회원으로 가입한 후 사이트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게시판을 생성, 비뇨기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실제 성병에 걸린 회원들을 자신의 병원으로 내원하게 해 치료하는 등의 편의를 봐주었다는 것. 또한 서초동의 검찰청 건너편에 위치한 한 변호사 사무실 역시 단독으로 게시판을 생성해 성매매 단속이 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법률적인 조언과 변호사 선임 등의 지원을 해주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이 사이트들은 전문가들까지 동원해 회원들의 각종 ‘안전과 편익’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들 전문가들과 특별한 협력 체제가 구축되어 있다기보다는 그저 내방을 하거나 의뢰가 들어오는 고객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병원과 변호사 사무실의 입장에서 보면 불법의 소지가 없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사전에 ‘조율’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이들 전문가들의 도덕성은 충분히 비난받을 만하다. 한 평범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무리 돈을 받고 일을 수임하는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불법 성매매 사이트의 회원들에게 ‘단속당하지 않으려면 대포폰을 사용하라’는 식으로 지속적인 조언을 하는 것은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
# 체인화의 비밀
예를 들어 A 사이트가 있다면, 이 사이트는 업주들 모르게 B라는 별도의 사이트를 만든 후 ‘B 사이트에도 제휴배너를 걸어달라’는 요청을 한다. 만약 업주들이 협조를 하지 않으면 A 사이트는 ‘우리 사이트에서는 더 이상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고 ‘서비스 마인드’가 엉망인 곳으로 입소문을 내 회원들의 방문을 원천 차단할 것이라며 협박을 한다. 그렇게 되면 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B 사이트에 협조를 하게 되고, A 사이트는 자신의 사이트는 물론 B 사이트를 통해서도 상당한 수익을 챙기게 된다.
심지어 현재 한 사람이 이러한 불법 안마 사이트를 서너 개까지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업주들로서는 3배의 제휴비를 지속적으로 낼 수밖에 없다. 한 사이트의 제휴비가 업종별로 각각 다르긴 하지만 대개 30만~80만 원 안팎이라는 점에서 한 달이면 200만 원이 넘는 제휴비를 동일한 사이트의 운영자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불법 안마 사이트들의 이러한 악질적인 행태는 다른 기타 신생 사이트를 고사시키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C라는 신생 사이트가 업소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게 되면, A 사이트에서는 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만약 C사이트에 광고를 실을 경우 우리 사이트에서 광고를 빼겠다’고 말한다는 것. 따라서 신생 사이트들은 업소에 ‘무료로 광고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해도 업소 측에서는 광고를 낼 수 없다.
이렇듯 성매매 시장에서 강력한 권력을 형성하고 있은 불법 성매매 사이트들이 업계의 수익 흐름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여기서 얻은 수익으로 특정 업소에 지분을 넣어 매달 발생되는 수익의 일부를 배분받거나 수건이나 용품 등의 비품을 납품하는 업체를 만들어 강남권 전역에 납품해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다. 심지어는 아가씨나 실장 등을 대상으로 고리의 사채를 쓰게 한 후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유사성행위업소에서 성행위 업소로 이동하게 하거나 자신이 관여하는 특정업소에서 일하게 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 사기성 글로 네티즌 속이기도
더욱 악질적인 것은 이들이 제휴비를 받고 올리는 이른바 ‘후기’라는 것이 거의 ‘야설’ 수준의 ‘사기’라는 점이다. 대개 이러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사이트의 ‘부운영자’나 ‘특별회원’들이다. 이들은 회원이나 일반인들이 지불하는 성매매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 혹은 공짜티켓으로 각종 업소의 ‘서비스’를 즐긴 뒤, 이른바 홍보성 ‘낚시글’을 써준다. 일반 회원들은 이러한 낚시글을 보고 진짜라고 착각해 해당 업소에 가서 지갑을 열게 되는 것. 한마디로 불법 안마 사이트의 경우 호기심에 이런 글을 클릭하는 많은 남성들을 농락하고 있다. 하지만 업소나 남성들이나 다 불법을 저지르기 때문에 제대로 항의하지 못한다. 취재진은 과거 불법 안마성매매 사이트의 ‘특별회원’이었다는 남성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그 ‘바닥’에 환멸을 느껴 현재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며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물론 나도 불법 안마 사이트에서 성매매를 유도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내가 봐도 이들 불법 안마 사이트들의 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을 정도다. 낚시성 글 한번으로 해당 업소의 매출이 금세 뛰기 때문에 업소는 지속적으로 이러한 광고를 한다. 하지만 특정 사이트를 통해 받는 손님이 많을수록 결국 이들과의 연계가 없으면 매출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매매 업소들은 사이트 운영진에 더욱 충성을 하게 되고 사이트는 이들의 충성을 기반으로 계속해서 똑같은 유형의 다른 사이트들을 만들어 수익을 늘려나간다. 더럽혀져도 너무 더럽혀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아파트나 오피스텔 사무실을 개조한 이른바 오피스텔 성매매가 급속하게 강남을 비롯한 전국에 퍼지게 된 데에는 이들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많은 비용 없이 홍보가 가능하고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낚시질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창업컨설팅까지 제공한다.”
이러한 사기성 글에 대해 일반 회원들도 불만이 많다. 그때마다 사이트 측은 교묘하게 회유를 하거나 혹은 글쓰기 금지라는 방법으로 회원들을 상대해 왔다는 것. 실제 이들 사이트로부터 퇴출당했다는 한 회원이 이야기를 들어보자.
“불법 성매매 사이트들은 굉장히 폭압적인 방식으로 회원들을 대한다. 자신들에 대한 불만과 비난을 조금이라도 허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업소에 ‘블랙리스트’를 돌려서 회원이 해당 업소를 방문해도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우리도 불법 성매매를 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사이트와 회원 사이의 관계가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결국 힘이 약한 일반 회원들이 사이트를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자신들끼리 또다시 사이트를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 서버 일본으로 옮겨가는 추세
문제는 이러한 불법 사이트의 운영자들이 현실 세계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일명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을 하고 수익을 챙긴다. 현재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성매매 사이트의 운영자는 수시로 해외여행을 즐기면서 국내에 잘 머무르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중국 등 외국에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국 내의 남성들과 중국 필리핀 등의 성매매업소를 연계한 여행업을 버젓히 운영하기도 하고, 수십명에 이르는 회원수를 활용해 불법 도박 사이트를 개설한 후 스팸광고인 척하는 식으로 직접 운영하는 게시판을 통해 홍보, 별도의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불법 성매매 사이트들은 대개 중국이나 일본에 서버를 둔다. 국내에 두면 국내법을 적용받아 몇 번 단속에 걸리면 폐쇄되기 때문. 초기에는 호주나 미국 등의 서버를 주로 사용하다가 차츰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옮겨갔지만, 서버 인프라가 낙후돼 최근엔 일본 쪽으로 서버나 운영업체를 옮기는 게 추세라는 것. 일본의 경우 체류비가 매우 높음에도 이렇게 서버를 옮기는 것은 그만큼 일본과의 성매매 연계를 통해 불법 성매매 사이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법 성매매 사이트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버가 국내에 있든 해외에 있든 지속적으로 감시, 관찰해 계속해서 한국인들의 접속을 막으면 되기 때문이다. 접속이 막히면 사이트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접속을 막기 전에 신출귀몰하게 사이트를 이리 저리 옮기고, SNS를 통해 새 주소를 알려주는 사이트들의 행태다. 이러면 경찰은 뒤만 쫓다 시간을 다 보낼 수밖에 없다. 성매매와 막장 성관계의 산실로 알려진 S 사이트의 경우를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인터폴 등 외국 수사기관과 공조를 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단순한 사이트 접속만으로는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남성들을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사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재 수사당국에서도 이러한 불법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이 현저하게 부족하다. 국민들을 경악하게 하는 강력 범죄를 막는 데도 시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성매매도 범죄이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 시급한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물론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력을 기울일 것이지만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구성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