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은 시지프스 신화 같은 것’…국내외 주목받는 작가 서용선 자화상 개인전
서용선 작가는 자화상은 실패한 그림이라고 말한다. 서 작가는 “자화상은 실제로 그리는 순간 실패하는 그림이다. 선을 긋는 순간부터 안 닮는다.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 모습이 절대 안 나온다. 그래서 화가로서 가장 비극적인 그림 중의 하나가 자화상이다”리면서 “그런 점에서는 시지프스 신화와 같은 점이 있다. 실패를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계속 그려나간다. 그래도 먼저 그린 그림과 다음에 그린 그림은 차이가 있다. 그것 때문에 하는 거다. 부분적으로 조금씩 뭔가가 담겨 나가는 느낌이 있다”라고 말했다.
서용선은 자신을 그림 그리는 노동자라 말한다. 그는 자화상을 통해 인간 모습을 바라본다. 화면에서 표정 없는 얼굴로 정면을 담담하게 응시하는 작가의 모습을 마주하는 관람객은 그 그림과 말없는 대화를 나누며 자기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작가는 미술대학에 합격하고 처음 그린 그림이 자화상이라고 한다.
캔버스 앞에 당당하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의 자화상은 점차 세상을 응시하고, 대면하고, 좌절하며, 받아들이며, 또한 흥분하는 모습으로 변화되고, 그 모습은 격렬하게 그리는 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자화상을 통해서 자신이 해체되고 다시 결합되며 새롭게 탄생한다.
서용선 작가는 “자화상은 인간에 관한 것이다. 인간이라는 보편적 개념이 갖고 있는 운명의 핵심이 자아이고, 이것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 밖에 없다. 인간 연구를 하는데 자화상은 기본 단위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이미 한국현대회화에서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수많은 국내외 주요 미술관들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국내는 물론 미국, 독일, 일본, 호주 등에서 전시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995년부터 2024년까지 자화상을 그린 회화 작품 27점, C 프린트 8점, 입체 1점이 출품된다. 전시는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3월 17일까지 진행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