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위기 지역 지정 만료 시 ‘체납보험’ 납부해야…“원청이 기성금 올려주지 않으면 회사 접어야” 하소연
거제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올해 6월까지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됐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거제 양대 조선소는 외국인 노동자를 1만 명으로 채용할 정도로 일감은 넘치는데 일손은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가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한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조선업은 10년이라는 장기 불황의 늪을 최근 벗어났다. 지난해부터 거제 양대 조선소는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협력사에 지급하는 기성금은 오르지 않았다. 이로 인해 협력사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지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부족한 인원을 채용하기 위해 높아진 임금을 적용하면 채산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협력사들은 부족한 노동자를 구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면서 임금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기술력이 떨어지고 언어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생산성 하락을 불러 납기일을 맞추기 힘든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화오션 협력사 관계자 A 씨는 “외국인 노동자를 한 번 채용하면 일정 기간 사용해야 한다. 언어소통 및 기술력이 떨어져 해고를 하고 싶어도 못 한다. 기술력이 떨어지면 가르치면 되지만 언어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술도 가르치지 못하기에 허드렛일하는 잡부로 전락하기 일쑤다”라고 말했다.
협력사의 어려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되면 4대보험 중 고용·산재보험 납부기한 연장 및 체납처분 유예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양대 조선소 협력사는 턱없이 부족한 기성금 탓에 자연스레 고용·산재보험 납부를 미뤘다.
고용위기 지역 지정이 만료되는 오는 7월부터는 협력사 대표들은 생사의 기로에 선다. 여태까지 미뤄온 산재·고용보험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데도 거제시는 체납 중인 협력사 및 기업 수를 공개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살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협력사 대표들은 금융권 및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곳이면 죄다 끌어오면서 간신히 버텨왔다. 제대로 된 기성금을 받으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기 때문이다. 고용위기 지역 지정이 이들의 생명을 조금 연장해 주는 유일한 통로였으나 이마저도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성갑 전 경남도의원은 “도의원으로 활동 중일 때 보고받은 연체금이 500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몇 해 전부터 연체한 4대보험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발생치 않도록 2022년 11월부터 간담회 및 기업을 방문해 납부를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협력사 대표 B 씨는 “고용위기 지역 지정이 만료돼 체납보험금 징수에 나서면 협력사 대표들은 이제 결단을 해야 한다. 원청이 기성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회사를 접는 길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당장 놓아버리면 직원이나 가족들이 길거리로 내몰릴까 염려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회사가 많다”고 전했다.
거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 문제로 인해 만약 연쇄적으로 협력사가 부도가 나면 원청사가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산재·고용보험 체납된 회사의 직원들도 고용보험 청구가 안 된다. 이렇게 된다면 지역경제는 나락으로 빠질 게 뻔하다”고 말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