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나 감독이 아무리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작업을 해서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해도, 그 이야기는 결국 배우들이 완성해야 한다. 그렇기에 영화 제작에서 캐스팅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스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그 하나는 타입 캐스팅이다. 즉 시나리오에서 완성된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가 이미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경우다. 즉 정의를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리고 앞뒤 안 재고 물리력으로도 해결해야 하는 배우가 필요하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은 마동석 같은 배우를 떠올릴 거다.
시나리오 속 캐릭터를 사람들이 거부감이나 의아함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캐스팅 방법이 타입 캐스팅이다. 이는 이미 형성된 이미지와 연기스타일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으로 관객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뭔가 신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두 번째는 역발상 캐스팅이다. 기존에 배우가 형성해 놓은 이미지를 완전히 반대로 해석해서 시나리오 속에 있는 캐릭터와 반대 이미지를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아예 배우에게 그런 이미지조차 없는 경우를 말한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주인공을 맡았던 이병헌 배우가 그런 케이스다. 이병헌 배우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기하기 전에 단 한 번도 사극을 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항상 도회적이고 젠틀하고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주로 해왔다. 특히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거의 없었다. 배우 본인도 캐스팅을 제안 받았을 때 역질문을 했다.
“이 역이 나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나 결과적으로 관객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백팔십도 다른 이병헌 배우의 연기 변신에 환호했다.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즉 역발상 캐스팅은 영화나 드라마를 소비해 줄 관객들에게 기존의 이미지를 가져다 쓸 수는 없으나 관객들이 상상도 못한 연기를 보면서 신선하고 흥미롭다는 감정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타입 캐스팅이 좋다’거나 ‘역발상 캐스팅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자든 후자든 기본은 ‘연기력’이다.
제작자와 감독 그리고 투자자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신선하게 갈 것인가. 아니면 안전하게 갈 것인가. 특히 예산이 크면 클수록 신선하게 역발상 캐스팅보다는 안전한 타입 캐스팅을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흥행경력이 많은 배우들을 모아놓은 작품이라 해도 그 배우들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기에 관계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이제 한 달 뒤면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진다. 지금 거대 양당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로운 정치세력들까지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한창이다. 신선한 사람을 영입하는 경우도 있고, 안전하고 검증된 기존 의원을 재공천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어떤 게 옳고 어떤 게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본’은 있다. 영화배우의 캐스팅의 가장 큰 잣대이자 기본이 연기력인 것처럼, 국회의원 공천에서 들여다봐야 할 기본은 능력과 도덕성이라고 생각한다.
새 인물로 물갈이를 하든, 기존 봐왔던 정치인을 쓰든 공천은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그 결정 과정도 투명해야 하고, 결과에 대해서도 참여한 사람들이 승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천된 인물이 우리 지역과 국가를 위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여부다. 또 지역과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국회의원 공천엔 잡음이 너무나 많다. 영화를 개봉하기도 전에 시장에 “주인공이 실력도 없는데 감독이랑 친해서 캐스팅 된 거래”라거나 “제작자가 자기 마음대로 배우들을 우겨 넣은 거래”라는 소문이 충무로에 파다해지면 아무리 그것이 거짓이라 해도 그 영화는 절대 흥행할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캐스팅이든 공천이든 실력과 도덕성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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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연 영화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