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없이 작업하는 등 기본 수칙도 안 지켜…합천군 관계자 “계약일자는 단순 실수일 뿐”
합천군은 긴급공고를 통해 ‘양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입찰을 2022년 12월 16일 개시해 나흘 뒤인 12월 20일 개찰했다. 이를 통해 낙찰율 81%인 118여억 원에 (주)코원건설(소재지 성남시)과 (주)대명종합건설(소재지 산청군)을 낙찰자로 선정하고 1차분을 2023년 2월 10일에 계약했다.
문제는 착공일자가 계약일자를 앞서는 이해 못 할 상황이 공고 관련 공식 홈페이지에 버젓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합천군 공식 홈페이지 계약정보 계약현황에는 계약은 지난해 2월 10일에 이뤄졌고, 착공은 이에 앞선 지난해 1월 30일인 것으로 기재돼 있다.
합천군 재무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 “조달청으로부터 입찰 관련 서류를 늦게 받아 벌어진 일로 실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실수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존재한다. 계약은 조달청이 아닌 바로 합천군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군이 자신들의 행정실수를 덮으려고 조달청을 핑계로 삼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해당 현장의 관리 수준은 더욱 처참했다. 민원인의 제보를 받고 찾아간 공사장은 한마디로 중대재해법을 무시하고, 건설환경 관리지침을 망각한 모습이었다.
지역민의 안락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진펜스는 어디로 갔는지 없고, 공사장을 출입하는 건설기계 장비 세척을 위한 세륜기는 언제 가동을 멈췄는지 모를 정도로 관리가 안 돼 주변 도로바닥에는 흙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공사를 위해 흙을 쌓아둔 곳은 방진덮개로 덮지 않았을 뿐 아니라, 폐기물도 방진덮개로 덮지 않았고 배출자를 기록하지도 않았다.
특히 낮 12시경 노동자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안전관리자 등 현장대리인 및 감리 등은 보이지 않았다. 건설현장은 유사시를 대비해 현장관계자가 있는 상태에서 안전을 최우선시하며 작업에 임해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은 셈이다. 건설현장은 기본을 도외시한 작업을 할 경우에 중대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합천군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현장을 확인했다는 이 관계자에게 성토한 흙을 방진덮개로 덮지 않은 것에 대해 묻자 “성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원인이 “현장 내에 흙을 쌓아 놓은 것이 바로 성토다”라고 지적하는데도 군 관계자는 “성토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합천군 안전총괄과 관계자가 실제로 현장 확인을 했는지 대명종합건설 현장대리인에게 물었더니 그는 “군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답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