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김의겸·김지호·이헌욱 등 공천권 획득 실퍠…이재명 대표 팬클럽 “시스템 공천” 평가
비명계는 이번 민주당 공천에서 상당수가 패배를 맛봤다. 친문계 핵심인 홍영표 의원이 컷오프(공천배제) 됐고, 이 대표의 차기 당권 경쟁자로 꼽히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컷오프 수순을 밟았다. 기동민 의원, 동작을의 이수진 의원 역시 경선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선거지로 지정돼 사실상 컷오프 된 이수진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백현동 사건을 언급하며 “법정 최고형이 나올 경우 액수가 5억 원 이상이라 특가법상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고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독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컷오프를 면한 이들도 험난한 경선을 피해갈 수 없었다. 2022년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선 패배 후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후보에게 “이재명이 DJ의 길을 가지 않고 이회창의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한 강병원 의원이 친명 김우영 예비후보에게 졌다. 김우영 예비후보는 강원도당위원장 사퇴 처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평을 출마 의사를 밝힌 뒤 지도부 주의까지 받은 상태였지만 경선에선 승리를 거뒀다.
3선 중진 박광온 의원도 하위 20%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패배했다. 박광온 의원은 원내대표이던 지난해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을 부결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강성지지층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탈당까지 종용받았다.
비명, 비주류 의원들이 모인 ‘원칙과 상식’ 멤버였던 윤영찬 의원도 비례 이수진 의원에게 패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서대문 지역사무소를 개소하며 서대문 출마를 준비하던 이수진 의원은 올해 1월 말 돌연 성남 중원으로 지역을 옮겼음에도 윤영찬 의원을 눌렀다. 3월 12일에는 비명 송갑석 의원과 문재인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친문 도종환 의원이 경선에서 패하며 비명학살, 비명횡사라는 주장에 무게가 더해졌다.
줄줄이 비명계가 컷오프, 낙천되는 상황에서도 이재명 대표는 의연했다. 이 대표는 3월 7일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친명계 원외 인사들에게 대거 패배한 것에 대해 “당원, 국민이 당당하게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양평군청 앞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농단 진상규명 농성장에서 이 대표는 “(공천 결과는) 친명, 비명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당원들에게 투표권을 드렸고 국민이 선택한 것 절반을 반영해 5 대 5로 결론이 난 것”이라며 “위대한 국민과 당원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3월 12일에도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민주당의 혁신공천을 뿌듯하게 생각한다”며 “혁신을 위한 진통 과정”이라고 말했다. 비명이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게 아니라 국민과 당원의 선택에 따른 결과라는 얘기다.
낙천된 비명계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지만 적어도 민주당 내 주류, 강성지지층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 팬클럽 카페나 커뮤니티에서는 친명-비명 간 경선에서 비명이 승리한 사례나 대표적 친명 주자들이 낙천한 사례를 들며 “시스템 공천”, “가장 투명한 혁신 공천”으로 평가하고 있다.
친명 낙천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군산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의겸 의원이 비명 신영대 의원에게 경선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김의겸 의원은 친명 지지층을 등에 업고 군산 지역 경쟁자이던 채이배 전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와 단일화까지 했지만 이 지역 현역의원인 신영대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도지사 비서실 비서관으로 이 대표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도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김지호 부대변인은 경기도 비서관, 이재명 대선캠프 현안대응 태스크포스(TF)장, 당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 등을 맡으며 경기도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실세 중 하나로 불리던 인물이다.
김지호 부대변인은 성남 분당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지만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전략공천 되며 컷오프됐다. 김 예비후보는 컷오프 직후 중앙당에 경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지만 이내 “선당후사의 자세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고 승복 의사를 밝혔다.
이헌욱 예비후보도 용인정에서 이언주 의원에 밀려 낙천됐다. 이헌욱 예비후보는 이재명 도지사 시절 GH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을 역임했고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엔 성남FC, 주빌리은행 고문변호사를 맡으며 성남에서부터 함께해 온 성골 인사로 꼽힌다.
임근재 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상임이사도 의정부을에서 경선을 치렀지만 승리하지 못했다. 경기도청 북부균형발전정책관, 20대 대선 선대위에서 정책본부팀장으로 활동했던 임근재 예비후보지만 결선 진출엔 실패했다. 다만 의정부을의 경우는 이재명 지사 시절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재강 전 평화부지사에게 패한 것이라 친명의 패배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