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이런 반응 때문인지 몰라도, 비례 후보 1번이었던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이 후보에서 사퇴했고 정영이 전국농민회총연맹 구례군 농민회장도 사퇴했다. 이번 사퇴와 관련해서 민주당 반응이 매우 신속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신속한 반응’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먼저 들 수 있는 이유는, 국민의힘의 프레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추천 후보들의 면면이 보도되자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은 “민주당 공약이 반미, 종북, 한미연합사 해체, 한미 연합훈련 중지인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는데, 민주당은 이런 발언이 일종의 새로운 프레임 만들기라고 받아들였을 수 있다.
민주당은 줄곧 정권 심판론으로 선거를 치르고자 했지만 한동훈 위원장이 운동권 심판론으로 대응, 한동안 정권 심판론의 기세가 꺾이는 듯했다. 그런데 정권 심판론이 조금씩 다시 살아나는 듯하니, 이런 상황에 대한 대응의 일종으로 한 위원장이 ‘반미, 친북’ 등 이념 문제를 들고 나왔다고 민주당은 판단한 듯하다는 것이다.
즉, 이런 문제 제기가 운동권 심판론에 이은 또 하나의 ‘심판론 만들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러니, 그런 프레임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고 보자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추천 비례 후보 교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추론 가능한 두 번째 이유는, 조국혁신당의 약진과 관계가 있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고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월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전화 면접 조사,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1.8%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비례정당 지지율은 국민의미래(32%) 조국혁신당(17%) 더불어민주연합(16%) 순이었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지지율을 추월하고 있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의 이런 돌풍은 중도층의 지지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잠깐 야당 지지층의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야당 지지층이라고 할 때는 민주당 지지층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총선의 성격이 ‘정권 심판’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야당 지지층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정권 심판론이 총선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 중 일부가 조국혁신당을 지지하고, 민주당 지지층이기는 하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은 받아들일 수 없는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 지지로 옮겨 갔다고 분석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민주당이 현재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중도층의 지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야권 지지층이 조국혁신당에 몰려간 것이라면 야당 지지층의 ‘파이’가 커졌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써는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방식의 지지층 확산을 꾀하지 않으면 조국혁신당의 기세에 눌릴 수밖에 없다. 기세에 눌리면 지역구 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중도층이 등을 돌릴 만한 요소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민주당은 시민사회 추천 몫의 비례 후보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에 대해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측은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공천 철회를 놓고 반발이 심하다. 시민사회의 반발 강도에 따라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시민사회를 달래야 할지, 아니면 중도층 공략을 위해 이들의 반발에 맞설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모습이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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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