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야당표 분산 기대 반면 투표율 상승 경계…민주, 보완재 기대하지만 ‘제1당 놓칠 수도’ 우려
조국혁신당은 지난 3월 3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었다. 조국 대표는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권의 역주행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며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검찰독재의 강’이며 ‘윤석열의 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출범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 등 제3지대 정당은 창당을 준비하며 초반 이슈몰이할 때 지지율이 10% 중반까지 나왔다가, 국민들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며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급락했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창당 이후 오히려 지지율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인다. 한국갤럽이 3월 12~14일 사흘간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자체 조사한 여론조사를 보면 ‘4·10 총선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 질문에 응답자 19%가 조국혁신당을 선택했다. 전주 조사(5~7일)에 비해 4%포인트(p) 오른 수치다.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와 민주당의 통합형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각각 34%와 24%를 기록했다.
알앤써치가 13일부터 14일까지 ARS 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비례대표 정당 투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이 28.3%, 더불어민주연합은 19.7%를 나타냈다. 오히려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연합을 오차범위 밖인 8.6%p 앞선 것. 국민의미래의 경우 34.2%를 보였다.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 비례정당 투표율을 합치면 한국갤럽 조사는 43%, 알앤써치는 48.0%에 달한다. 국민의미래에 각각 9%p, 13.8%p 격차를 벌리며 앞섰다(이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조국 대표를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조국 대표가 신당 창당을 밝히자 “조국 씨는 우리가 주장하는 병립형 제도 하에서는 절대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없다” “조 전 장관이 병립형으로 (비례대표 투표 득표율) 3%를 어떻게 넘나”라고 직격했다. 이어 3월 14일 ‘낙동강 벨트’인 김해를 찾아서는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을 후진시키느냐, 전진시키느냐의 선택”이라며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 같은 후진세력들이 대한민국을 후진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장의 공세에 조 대표는 “한 위원장은 본인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부터 공개하길 바란다”며 “한 위원장은 검사 시절부터 김건희 여사와 수백 번의 카톡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디올백 수령 사건에 대해 왜 입장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나. 수사가 필요 없는 것인가. 이에 답을 하고 난 뒤 나에게 질문을 해달라”고 맞받아쳤다.
조국 대표는 총선 1호 공약으로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선언했다. 수사 내용은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취소 항소심 고의 패소 의혹’, ‘한동훈 위원장 딸 논문 대필 의혹’ 등이 담겨있다. 조 대표는 “검찰 독재 정권 조기 종식과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한 것”이라며 “여러 범죄 의혹에도 제대로 된 수사조차 받지 않았던 검찰 독재의 황태자, 한 위원장이 평범한 사람과 같이 공정하게 수사받도록 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드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의 공세가 오히려 조국혁신당을 키워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에서 때론 무시도 필요하다. 상대가 아무리 나를 향해 비판을 해도 대꾸하지 않으면 공허한 외침에 그치고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 한 위원장은 끊임없이 조 대표를 언급하고 있다. 비대위원장이 나서니 국민의힘 지도부도 따라서 조국혁신당을 비판할 수밖에 없다”며 “조 대표가 한 위원장과 같은 체급으로 커졌다. 조 대표의 강도 높은 목소리가 주목을 받으면서, 총선의 성격이 다시 ‘윤석열 정부 심판론’으로 굳어지고 있다. 조국혁신당 지지율 상승에는 한 위원장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등장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한다. 조국혁신당이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 대표는 3월 5일 이 대표를 만나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의지가 있어도 조심해야 하는 캠페인을 담대하게 전개하겠다”며 “‘검찰독재 조기 종식’ ‘김건희 씨를 법정으로’ 등 캠페인을 해서 범민주진보 유권자들을 투표장에 나오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 예비후보는 “최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보면 역할분담을 한 것처럼 보인다. 이 대표는 거대 야당을 이끌다보니 언행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차마 하지 못하는 ‘사이다’ 모습을 조 대표가 대신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 대표가 정권 심판론에 선명한 메시지를 내면서 지지자들이 다시 뭉치고 있다”며 “민주당은 과거부터 투표율이 높으면 승리했다. 조국혁신당 효과로 진보·중도성향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많이 찾을 것으로 예측된다. 민주당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국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이 대표 입장에서는 마냥 달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 차기 대권가도에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 대표가 조국혁신당을 통해 정치세력을 확보해, 민주당으로 돌아가 당권·대권을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해석에 대해 조 대표는 3월 14일 “조국혁신당은 넓은 의미에서 범민주진영의 일원이다. 가장 큰 집이고 본진인 민주당과 항상 손잡고 연대해 나아갈 것”이라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또는 이재명 대표와 나를 이간질하거나 갈라치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절대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조국혁신당이 일각에서 나오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구호처럼 민주당보다 많은 비례의석수를 가져가면, 민주당이 원내 제1당을 국민의힘에 넘겨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민주당은 국회의장이나 주요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내줘야 한다.
조국혁신당이 현 지지율을 유지하고 총선에서 유의미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압도적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야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자들 생각은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원내 제1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되면, 지지층 사이에서 조국혁신당이 아닌 더불어민주연합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조국혁신당 입장에서도 이 대표와 민주당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