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차림은 눈 즐거운 ‘전주비빔밥’
▲ 최훈, 이현세, 윤준환, 이두호(왼쪽부터) 등 유명 만화작가들이 지난 9월 8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최종심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제1회 4100만 원에서 사상 최대 상금액을 경신한 올해 제2회 ‘창간 20주년 기념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수상작들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9월 16일 자정까지 접수된 작품은 총 70편. 제1회 공모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작품들의 수준도 골고루 올라갔다는 평가다. 응모된 모든 작품들은 9월 24일부터 10월 9일까지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홈페이지(www.ilyotoon.com)에서 선보였다.
그 사이 제효원 한국만화가협회 사무국장과 일요신문 편집국 만화공모전팀의 예심(9월 25일)을 거쳐 수상작의 2배수인 8편이 10월 8일 최종심에 올라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최종심은 제1회 공모전의 윤준환 이두호 최훈 심사위원과 함께 새로 이현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수상작은 상금 3000만 원이 걸린 대상(1편)을 비롯, 우수상(1편, 1000만 원), 가작(2편, 각 500만 원), 총 4편. 이제 그 영예의 작품들을 공개한다.
먼저 상금 각 500만 원인 ‘가작’에 오른 두 작품은 <고리>(허재호 작)와 <환향>(還鄕, 송동근 작).
허재호 작가는 ‘고리’가 ‘조직을 서로 연관되게 하는 하나하나의 구성 부분 또는 그 이음매’를, 동음의 영어 ‘Gory’는 ‘유혈의, 유혈과 폭력이 난무하는’을 뜻한다고 <고리> 작품해설 첫머리에 소개했다. 외딴 섬에 불시착한 사람들과 먼저 불시착해있던 UFO의 외계인이 만나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코믹 SF 미스터리물’로 고리의 뜻과 연결된다.
심사위원단은 <고리>에 대해 “개성 있는 캐릭터와 빠른 전개, 재치 있는 대사처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쉽게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해주는 강점이 있다”고 평했다. 다만 “다수의 등장인물들이 매끄럽게 처리되지 않아 산만한 느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가작 수상 이유를 밝혔다.
‘나라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백성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또 다른 가작 <환향>의 이야기다. 조선시대 호란 전후 청나라에 끌려간 수많은 조선의 여인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환향녀’로 불렸다. 송동근 작가는 병자호란이 있기 전 만주에서 벌어진, 알려지지 않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조선군과 오랑캐에 납치됐다가 도망친 조선 여인의 고군분투 귀향기를 그렸다.
“<환향>은 극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여유로움이 매력적이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에 두고 작가는 느린 템포로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독자를 사로잡을 만한 임팩트의 부족함이 느껴졌다”는 것이 심사평이다.
지난해 500만 원에서 올해 두 배인 1000만 원의 상금을 내건 ‘우수상’의 주인공은 <붉은 알약>(김경민 작). 사이비 종교 단체에 가입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조카와 이를 저지하려는 삼촌의 이야기를 담았다. 3류 소설가에게 10년 만에 교도소에서 풀려난 하나뿐인 조카가 찾아오고, 동시에 주인공이 동네 3인조 양아치에게 걸려들어 괴롭힘을 당하는 도입부부터 독자는 자연스레 빨려 들어간다.
심사위원단은 “<붉은 알약>은 흡입력 있는 문장과 부드러운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도 응모작들 중 단연 돋보이는 스토리 라인을 보여주었다”며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의 대상 선정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하였으나,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작화력을 들어 결국 우수상으로 선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상금 3000만 원, 제2회 ‘창간 20주년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영예의 대상은 <DEAD BLOOD-731>(데드 블러드-731, 김영오 작)이 차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중국의 하얼빈(哈爾濱)에 주둔시켰던 세균전 부대인 ‘731부대’를 배경으로 좀비(Zombie, 살아있는 시체)와 마적을 등장시켰다. ‘죽지 않는 자들’과 한·중·일 주인공들이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내용.
요즘 뜨고 있는 ‘B급 문화’에 주목한 심사위원단은 “좀비와 마루타 부대라는 소재를 조합한 전형적인 B급 액션물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빠른 전개와 완성된 작화가 돋보인다”며 “얼핏 진부해 보이기도 하는 단순한 스토리가 단점이지만, 그것을 상쇄할 만한 힘을 가진 작품으로 평가했다”고 대상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심사를 마친 심사위원단은 “심사위원은 연재처의 성격에 따라 당선작을 가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사에서는 연재를 진행시킬 수 있는 연출의 안정성과 짧은 순간에 독자들의 눈을 잡아끌 수 있는 전개의 스피드감이 우선시되었다”면서 “일요신문 공모전을 포함한 여러 공모전에 출품할 작가들은 공모처의 성격에 따른 어느 정도의 전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사위원단은 이어 “공모전에 참가하며 쏟은 여러분들의 노고와 도전정신에 박수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일요신문사는 향후 당선작은 물론 당선되지 않은 응모작에 대해서도 작가와 협의, <일요신문>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당선작은 ilyotoon.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4인의 수상소감
<DEAD BLOOD-731> 김영오
“엄마! 막내 아들 사고쳤어요”
“제, 제가요?”
상금 3000만 원이 걸린 제2회 ‘창간 20주년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수화기 너머 김영오 작가(36)의 목소리는 떨렸다. 자다 깨서 통화한다는 그는 진짜 꿈인 듯싶었단다. 김 작가는 지난 1996년 만화 출판사 신인 만화공모전에서 수상, 데뷔했다. 군복무 후 1999년 학원물 <발작> 연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만화가의 삶을 살아온 그는 지난해엔 <주홍나비>라는 단행본을 출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좀비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를 소재로 자극적이고 유쾌한 만화를 그려보고 싶은 마음에 <DEAD BLOOD-731>을 구상해 4개월간 홀로 작업했다”며 “앞으로 <일요신문> 연재를 통해 정말 재미있는 만화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영오 작가의 대상 수상 소감.
“예전에 한국의 만화시장이 어렵다는 뉴스가 나올 때 시골(전북 고창)에서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네 만화책은 잘 팔리냐’며 ‘힘들면 내가 네 만화책 열 권 사줄까?!’라고 하셨지요. 5남 1녀의 막내로, 다른 친구들의 어머니보다 더 연로하신 할머니 같고, 소녀 같은 어머니의 마음에 웃음과 서글픔이 남았습니다. 그 연세에 지금도 소소한 농사일을 하시며 서른이 훌쩍 넘은 막내아들에게 항상 밥걱정을 하시는 어머니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만화공모전. 이건 단순한 눈요기 거리가 아닌 만화의 값어치를 높여준 희생이라 보입니다. 공모전을 주최해주신 일요신문사 관계자분들에게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응모작을 봤을 때 저보다 더 잘 그리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제가 과분하게도 대상을 수상하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죄송하기도 합니다.
막상 대상 수상이라는 연락을 받고 지금까지도 기뻐해야 하는데 너무 믿기지 않는 일이라서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대한민국 만화계에 이런 대형 공모전이라는 무대가 만화를 꿈꾸는 분들과 침체된 출판만화시장에 활력소가 되리라 믿습니다.”
<붉은 알약> 김경민
“접었던 꿈 펼치자 이런 행운이…”
1978년생으로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2002년 순천대학교 만화예술학과를 졸업한 김경민 작가는 수상자 중 가장 신예다. 경력은 대학을 졸업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허영만 화실 문하생이 전부. 그런 그를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이 다시 만화계로 돌아오게 했다. 다음은 수상 소감.
“그동안 만화가 아닌 다른 일들을 하면서 만화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꿈을 포기하지 말자며 정말 오랜만에 다시 펜을 잡고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촉박한 마감시간과 의도대도 진행되지 않는 작업에 힘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태어나 처음으로 5편까지 그리게 되었네요. 참가에만 의미를 두고 나름 만화의 끈을 놓지 말고 계속하자는 의지의 작업이었는데, 이렇게 우수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고리> 허재호
“공모전 통해 내 스타일 찾아”
<고리>의 허재호 작가(43)는 1996년 서울문화사 <영점프>에 <도망자>로 데뷔했다. 이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알랑방구> 등을 연재했으며 2007년과 2009년 <파이팅>, <페이스오프>가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작에 당선됐다. 최근엔 만화 사이트와 학습지 등에 연재 중이라고 한다. 다음은 수상 소감.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을 잊고 있다가 뒤늦게 기억나 매달려 작업했던 탓에 큰 기대는 안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아이들 관련 만화만 그리다 오랜만에 하고 싶은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니 정말 재미도 있었고 더구나 이 같은 좋은 결과를 얻고 보니 너무 기쁠 따름이네요.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더 열심히 하고 좋은 만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환향> 송동근
“작품 완성시킬 동력 얻었어요”
1997년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애니메이션 공모전 부문상을 수상한 송동근 작가(42)는 각종 매체 연재와 <지문사냥꾼>, <어린이를 위한 경제의 역사> 등 단행본 출간을 이어가고 있는 중견 작가다. 올해는 상복이 터졌는지 지난 8월엔 <피터 히스토리아>로 ‘부천만화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다음은 수상 소감.
“스스로 작품에 대한 확신보다는 미련이 많아서인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수상을 하게 됐다니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 <환향>을 꼭 완성시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이 대한민국 대표 만화공모전이 되길 바랍니다.”
“엄마! 막내 아들 사고쳤어요”
상금 3000만 원이 걸린 제2회 ‘창간 20주년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수화기 너머 김영오 작가(36)의 목소리는 떨렸다. 자다 깨서 통화한다는 그는 진짜 꿈인 듯싶었단다. 김 작가는 지난 1996년 만화 출판사 신인 만화공모전에서 수상, 데뷔했다. 군복무 후 1999년 학원물 <발작> 연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만화가의 삶을 살아온 그는 지난해엔 <주홍나비>라는 단행본을 출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좀비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를 소재로 자극적이고 유쾌한 만화를 그려보고 싶은 마음에 <DEAD BLOOD-731>을 구상해 4개월간 홀로 작업했다”며 “앞으로 <일요신문> 연재를 통해 정말 재미있는 만화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영오 작가의 대상 수상 소감.
“예전에 한국의 만화시장이 어렵다는 뉴스가 나올 때 시골(전북 고창)에서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네 만화책은 잘 팔리냐’며 ‘힘들면 내가 네 만화책 열 권 사줄까?!’라고 하셨지요. 5남 1녀의 막내로, 다른 친구들의 어머니보다 더 연로하신 할머니 같고, 소녀 같은 어머니의 마음에 웃음과 서글픔이 남았습니다. 그 연세에 지금도 소소한 농사일을 하시며 서른이 훌쩍 넘은 막내아들에게 항상 밥걱정을 하시는 어머니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만화공모전. 이건 단순한 눈요기 거리가 아닌 만화의 값어치를 높여준 희생이라 보입니다. 공모전을 주최해주신 일요신문사 관계자분들에게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응모작을 봤을 때 저보다 더 잘 그리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제가 과분하게도 대상을 수상하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죄송하기도 합니다.
막상 대상 수상이라는 연락을 받고 지금까지도 기뻐해야 하는데 너무 믿기지 않는 일이라서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대한민국 만화계에 이런 대형 공모전이라는 무대가 만화를 꿈꾸는 분들과 침체된 출판만화시장에 활력소가 되리라 믿습니다.”
“접었던 꿈 펼치자 이런 행운이…”
1978년생으로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2002년 순천대학교 만화예술학과를 졸업한 김경민 작가는 수상자 중 가장 신예다. 경력은 대학을 졸업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허영만 화실 문하생이 전부. 그런 그를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이 다시 만화계로 돌아오게 했다. 다음은 수상 소감.
“그동안 만화가 아닌 다른 일들을 하면서 만화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꿈을 포기하지 말자며 정말 오랜만에 다시 펜을 잡고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촉박한 마감시간과 의도대도 진행되지 않는 작업에 힘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태어나 처음으로 5편까지 그리게 되었네요. 참가에만 의미를 두고 나름 만화의 끈을 놓지 말고 계속하자는 의지의 작업이었는데, 이렇게 우수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고리> 허재호
“공모전 통해 내 스타일 찾아”
<고리>의 허재호 작가(43)는 1996년 서울문화사 <영점프>에 <도망자>로 데뷔했다. 이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알랑방구> 등을 연재했으며 2007년과 2009년 <파이팅>, <페이스오프>가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작에 당선됐다. 최근엔 만화 사이트와 학습지 등에 연재 중이라고 한다. 다음은 수상 소감.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을 잊고 있다가 뒤늦게 기억나 매달려 작업했던 탓에 큰 기대는 안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아이들 관련 만화만 그리다 오랜만에 하고 싶은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니 정말 재미도 있었고 더구나 이 같은 좋은 결과를 얻고 보니 너무 기쁠 따름이네요.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더 열심히 하고 좋은 만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작품 완성시킬 동력 얻었어요”
1997년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애니메이션 공모전 부문상을 수상한 송동근 작가(42)는 각종 매체 연재와 <지문사냥꾼>, <어린이를 위한 경제의 역사> 등 단행본 출간을 이어가고 있는 중견 작가다. 올해는 상복이 터졌는지 지난 8월엔 <피터 히스토리아>로 ‘부천만화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다음은 수상 소감.
“스스로 작품에 대한 확신보다는 미련이 많아서인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수상을 하게 됐다니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 <환향>을 꼭 완성시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이 대한민국 대표 만화공모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