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친분 보면 진짜 정책 보인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정치권이 대선 후보의 행보를 따라 요동치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 못지않게 분주한 곳이 재계다. 특히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가 ‘경제민주화’여서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는 한편 물밑에선 각 후보와의 연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후보와 직접적인 친분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것이다. 대관업무를 강화하는가 하면 대선 후보들의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그렇다면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재계 인맥은 어떨까. 세 후보의 재계 인맥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면면을 공개한다.
▲ 박근혜 후보가 양구 국군 유해발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세 유력 대선주자 중 표면적으로 재계 인맥이 가장 화려한 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사람이 적지 않은 데다 박 후보 역시 정치권에 뛰어들면서 재계 인사들과 관계가 형성돼왔다. 박 후보의 재계 인맥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대개 장충초, 성심여중·고, 서강대로 이어지는 학연과 친인척의 혼맥으로 연결돼 있다.
박 후보와 가장 가까이 연결돼 있는 기업은 한화그룹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과 박 후보가 장충초등학교 동창인 데다 김 회장의 동생 김호연 전 의원은 박근혜 경선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았을 만큼 친박계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김 전 의원은 1992년부터 2008년까지 빙그레 회장을 지냈다. 김 전 의원은 또 서강대 출신으로 박 후보와 학연으로도 연결돼 있다. 김 전 의원은 서강대총동문회장을 맡고 있으며 빙그레 최대주주(32.26%)다.
비록 친형제간이지만 김승연 회장과 김호연 전 의원은 사이가 썩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친형제라는 핏줄은 뗄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1998년 빙그레가 한화그룹에서 계열분리된 후에도 김 전 의원은 10년간 빙그레 회장을 맡았다. 현재 빙그레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건영 사장 역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 박 후보와 연결돼 있다.
김승연 회장은 정몽준 의원과 함께 박 후보와 초등학교 동기동창이라는 인연이 있다. 김정 한화그룹 고문도 서강대 출신으로 박 후보의 재계 인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김 회장은 현재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박 후보와 가장 가깝다고 알려진 한화그룹 총수가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 칼날’에 베인 것. 박 후보 역시 경제민주화를 대선공약 중 하나로 표방하고 있는 터여서 만약 박 후보가 대권을 거머쥔다 해도 한화그룹이 박근혜 후보와 인연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난 7월 박 후보 경선캠프 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오른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도 박근혜 후보의 대표적인 재계 인맥으로 통한다. 현 전 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에다 전경련 부회장까지 역임한 바 있어 박 후보의 재계 인맥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현 전 회장을 통해 박 후보와 재계의 연결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얘기가 오갈 정도다.
재계에서는 박 후보와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박근혜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적지 않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인 박근혜 후보의 동문들을 보면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신방 70), 김철규 전 SK텔링크 사장(전자공학 71), 산업은행장 출신의 민유성 티스톤 회장(경영 74),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경영 73), 김영태 SK그룹 사장(경영 75),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무역 75), 이효율 풀무원식품 사장(철학 75), 오규식 LG패션 사장(무역 76), 박동건 삼성전자 부사장(전자공학 77),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경영 77), 이상웅 세광그룹 부회장(경영 77), 이휘성 한국IBM 사장(회계 78),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전자공학 81), 최휘영 NHN비즈니스플랫폼 사장(영문 83) 등이 있다.
이렇게 펼쳐보면 한화 못지않게 박 후보와 가까운 기업은 SK그룹이다. 김철규 전 사장과 김영태 사장 외에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도 서강대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그러나 한화와 마찬가지로 SK 또한 공교롭게도 최태원 회장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서강바른금융인포럼, 서강대금융인회 등의 조직을 통해 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인사도 적지 않다. 특히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이상돈 전 외환은행 부행장, 민유성 티스톤 회장 등이 주축이 된 서강바른금융인포럼과 박지우 KB국민카드 부사장이 회장을, 정은상 GS자산운용 전무가 총무를 맡고 있는 서강대금융인회가 박 후보의 금융계 인맥을 대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성심여고 출신으로 박근혜 후보의 재계 여성 인맥으로 분류된다.
박 후보는 또 친인척의 혼맥으로도 현대차, 포스코 등 여러 대기업과 연결돼 있으나 워낙 거리가 멀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재계 인맥은 허투루 보아 넘길 수 없다. 박 후보가 남동생인 박지만 회장에 대해서는 무척 애틋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재계 인맥으로는 중앙고등학교 동문으로 연결되는 윤용로 외환은행장,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 구본걸 LG패션 대표,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등이 있다.
▲ 문재인 후보가 나주 평산리 마을을 다시 찾아 주민들과 대화를 가졌다. 사진제공=문재인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본인은 물론 친인척 간 혼맥으로도 재계와 깊숙이 연결되는 선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이 박근혜 후보와 다른 점 중 하나다. 현재 문 후보 곁에 있는 대표적 재계 출신 인사로는 이계안 전 의원과 문용식 전 나우콤 대표 정도다.
17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캠프의 4대성장추진본부장을 맡았던 이 전 의원은 이제 재계 인물이라기보다 정치권 인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하다. 하지만 그의 경력을 들여다보면 단연 재계에 몸담고 있었던 기간이 화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현대차 사장, 현대캐피탈·카드 회장 등을 거친 이 전 의원은 문 후보 측근 중 ‘현대맨’으로 통한다.
문 후보의 경선캠프에서 디지털캠페인본부장을 맡았던 문용식 민주당 인터넷소통위원장은 이미 SNS를 통해 꽤 이름이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IT·벤처업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문 후보의 IT·벤처업계를 잇는 통로 역할을 한다.
문 후보는 비록 혼맥으로는 내로라하는 기업과 연결돼 있지 않지만 경남고-경희대 학맥을 중심으로 재계에 넓게 선이 닿고 있다. 경남고 출신 재계 인사로는 허창수 GS 회장을 비롯해 재경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 박종영 태영건설 사장, 박준 농심 사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정철길 SK C&C 사장 등이 있다.
삼성 비서실 출신인 데다 호텔롯데 대표를 거친 좌상봉 낙천기업관리유한공사 사장은 문 후보의 경남고 동기다. 좌 사장은 현재 롯데의 중국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계 인맥으로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이 있다. 이중 김정태 회장은 문 후보와 동기동창이다.
일각에서는 2010년 결성된 ‘덕경회’도 주목하고 있다. 경남중·고 출신 부산·울산·경남지역 기업인 모임인 덕경회에는 오완수 대한제강 회장, 안강태 대선조선 회장, 구자신 쿠쿠그룹 회장, 양성민 조광페인트 회장, 송규정 원스틸 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문 후보의 경희대 인맥도 무시할 수 없다. 최신원 SKC 회장을 비롯해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문주현 한국자산신탁 회장,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대표, 양호철 모건스탠리증권 대표, 이봉관 서희그룹 회장, 최평규 S&T그룹 회장, 하병호 현대백화점 대표, 허동섭 한일시멘트 회장 등이 경희대를 대표하는 재계 인사들로 문 후보의 재계 인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동문모임은 물론 문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기업인모임도 아직까지 문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문 후보와 연결시키려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도 감지되고 있다. 이 또한 일부 인사가 공개적으로 지지한 박근혜 후보와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안철수 후보가 목포 대불산단 입주기업 현장시찰 및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제공=안철수 |
표면적으로는 박근혜 후보의 재계 인맥이 가장 화려해 보이지만 상세히 들여다보면 안철수 후보의 재계 인맥이 더 깊고 강하다. 특히 안 후보는 부산고-서울대와 미국 유학에서 맺은 막강 학맥을 자랑한다. 또 ‘안철수연구소(현 안렙)’를 창업한 우리나라 벤처 1세대 출신답게 대기업은 물론 IT·벤처기업의 인맥도 상당하다. 명문고와 의대 출신, 사업가, 교수 등을 거친 과정에서 자연스레 형성된 인연이 재계 곳곳에 포진해 있다.
안 후보가 포스코 사외이사로 재직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뿐만 아니라 안 후보는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과 함께 ‘브이소사이어티’ 회원으로도 함께한 바 있다. 세 명의 유력 후보 중 유일하게 안 후보는 내로라하는 재벌 오너들과 직접적 친분이 있다.
IT·벤처 분야에서도 안 후보의 인맥은 세 후보 중 가장 돋보인다. IT·벤처 분야에서 안 후보와 가까운 사람으로는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대표를 들 수 있다. 비록 스스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안 후보의 정책포럼에도 참석하는 등 이 대표는 ‘안철수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다.
IT·벤처업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도 안철수 후보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사)벤처기업협회 공동회장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와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도 안 후보와 가까운 벤처인으로 통한다. 변대규 휴맥스 대표, 이홍선 나래텔레콤 대표 등도 IT·벤처업계의 대표적인 안철수 인맥으로 분류된다.
부산고-서울대 의대를 거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스탠퍼드대 비즈니스과정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안철수 후보는 세 후보 중 학맥에서는 ‘최강’이라 할 만하다.
먼저 안 후보의 부산고 재계 동문으로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 정경득 태광실업 부회장, 김종열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황창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전 삼성전자 사장), 장남식 LIG손해보험 사장, 조석제 LG화학 사장, 박기홍 포스코 부사장,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 정주형 이모션 사장 등을 들 수 있다. 하나같이 쟁쟁한 인물들이다.
서울대 의대 동문도 막강하다.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의사 외의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인 ‘경의지회’가 그 중심에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철준 한독약품 대표이사 사장, 정현진 이노셀 대표이사 사장 등이 이 모임에 속해 있다. 경의지회 회원은 아니지만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등도 안 후보의 서울의대 동문이다. 여기에다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의대 교수의 인맥도 무시하지 못한다.
미국 유학길에 자연스레 얻은 재계 인맥도 상당하다. 비록 직접 교류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들은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안 후보와 연결되는 사람들이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전무, 구광모 LG전자 차장 등은 스탠퍼드대 동문이며 김신배 SK 부회장, 박태형 인포뱅크 대표,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 등은 와튼스쿨 MBA 과정을 마친 재계 인사들로서 안 후보의 재계 인맥으로 분류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