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절벽 투신…펠리칸 차로 돌진…‘세상에 이런 일이’
▲ 고래가 뭍으로…지난 3월 2일 호주 타즈매니아의 킹아일랜드 해안가에 200마리가량의 들쇠고래가 뭍에 올라왔다. EPA/연합뉴스 |
지난 10월 1일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를 달리던 운전자들은 순간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갑자기 한 무리의 새들이 전선 위에서 뛰어 내려 자동차 앞유리를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충돌 사고로 숨진 새들은 최소 100마리.
대체 이 새들은 왜 갑자기 자동차 앞으로 돌진한 걸까? 혹시 집단 자살이라도 시도한 걸까? 지금까지 이런 비슷한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났던 것이 사실. 그때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추측을 내놓았지만 여태껏 이렇다 할 명확한 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동물들의 집단 자살을 의심케 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뉴질랜드 들쇠고래의 미스터리한 떼죽음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해안가로 떠밀려온 수십 마리의 고래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육지로 올라와 숨을 거두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뉴질랜드 남섬의 북쪽 끝에 위치한 해안가에서는 무려 61마리의 고래들이 죽은 채로 발견돼 충격을 안겨 주었다. 육지로 밀려 올라온 대다수의 고래들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으며, 그나마 숨이 붙어 있던 20마리의 고래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아무리 바다로 떠밀어도 다시 뭍으로 올라와 기어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런 현상은 1년에 두세 차례 벌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이렇다 할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고래들이 수심이 얕은 곳에 도달할 경우 수중음파탐지기가 혼란을 일으켜 방향감각을 상실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이밖에도 동물들이 집단적으로 사망했던 경우는 많다. 지난 2009년 미 서부 해안에서는 갑자기 괴상한 행동을 보인 펠리칸들이 무더기로 도로나 바다 위에서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어떤 펠리칸들은 자동차나 보트 앞으로 달려들어 충돌했는가 하면, 또 어떤 펠리칸들은 방향을 잃은 듯 우왕좌왕하다가 차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이렇게 사망한 펠리칸들의 수는 미 서부 해안을 따라 수백 마리에 달했다.
펠리칸들의 이런 기이한 행동에 대해 조류전문가들은 바이러스 감염이나 이상기후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혹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오염 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었고 이 물을 마신 펠리칸들이 발작 증세를 일으킨 것으로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추측일 뿐이다.
2009년 8월 스위스에서는 한 무리의 젖소와 황소들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알프스 지방의 라우터브룬넨의 고원지대에서 풀을 뜯던 소들이 갑자기 수백 미터 아래 절벽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은 것이다. 3일 동안 이렇게 절벽 아래로 추락해 숨진 소들은 모두 28마리였다.
대체 이유가 뭘까. 혹시 무언가에 쫓겨 도망을 치다 변을 당한 건 아닐까. 이에 대해 지역 경찰은 “알프스 지방에 육식동물은 서식하지 않는다”면서 “맹수에 쫓겨 도망을 치다 추락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밖에도 당시 인근 지역에 몰아친 무시무시한 뇌우 때문에 놀란 소들이 도망을 치다 추락했다거나, 무리를 지어 풀을 뜯던 소들이 정신없이 풀을 찾아다니다가 실수로 낭떠러지로 떨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처럼 같은 장소에서 수십 마리의 소들이 추락해서 죽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이런 추측 역시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5년 터키 동부의 밴 지방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수백 마리의 양들이 길게 줄을 서서 언덕 아래로 뛰어내리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무려 1500마리의 양들이 줄줄이 뛰어내렸지만 이 가운데 먼저 뛰어내린 400마리는 즉사했던 반면, 나머지 1100마리는 이미 떨어진 양들 위로 떨어져 목숨을 건졌다.
한편 이런 비슷한 일이 주기적으로 발생해 온 주민이 공포에 빠지는 마을도 있다. 인도의 작은 마을인 자팅가에서는 매년 9월부터 11월까지 세 달 동안 새들이 집단 자살을 하는 끔찍한 현상이 벌어진다. 해가 질 무렵이면 갑자기 수백 마리의 새들이 무리를 지어 건물이나 나무를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가 부딪쳐 죽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류학자인 안와루딘 초드리는 “정확히 말하면 자살은 아니다. 새들은 빛이 나는 물체를 향해 날아가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충돌 사고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어떤 조류학자들은 지구의 자기장이 갑자기 변화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동물들은 정서 및 행동 장애를 일으키며, 새들의 경우에는 갑자기 균형을 잃고 땅으로 추락하거나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나무에서 뚝 떨어지기도 한다. 이 새들이 해가 진 다음에 활동하는 이유 역시 미스터리다. 대부분의 새들은 낮 시간에 활동하는 주행성이기 때문에 이런 괴상한 행동은 의문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과연 동물들은 집단 자살을 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집단자살을 하는 것처럼 보일 뿐 사실은 다른 숨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집단 자살을 하는 동물로 잘 알려진 레밍쥐다. 짝짓기 철이 되면 수백 마리의 레밍쥐들은 일렬로 줄을 지어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집단 자살을 시도한다. 이에 대해서는 늙은 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종족 보존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동물학자인 고든 자렐은 “사실은 그렇지 않다. 레밍쥐들은 자살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살아남기 위해서 서식지를 옮기는 ‘집단 이동’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다를 건너기 위해 뛰어들지만 헤엄쳐서 반대편에 도달하기 전에 익사하거나 기진맥진한 채 죽을 뿐이라는 것이다. 레밍쥐가 집단 자살을 한다는 잘못된 믿음은 1958년 디즈니 다큐 영화인 <백색 황야>를 통해 잘못 알려졌으며, 이는 사실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 없는 꾸며진 이야기라는 것이 정설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