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지지율 3등으로 밀리자 우려 확산…“우군보다 아군이 많아야” 미묘한 선 긋기
#조국혁신당-민주당 미묘한 기류
3월 5일 이재명 대표는 조국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는 동일하다”며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종식하고, 심판하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의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중에 조국혁신당이 있다”고 강조했다. 양당 대표가 ‘반윤’ 기치를 구심점으로 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지지율을 앞서자 기류가 변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국혁신당에 비례의석을 빼앗겨 과반의석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은 더불어민주연합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3월 22일 공표)에 따르면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27.7%로 더불어민주연합(20.1%)보다 7.6%포인트(p) 앞섰다. 국민의미래는 29.8%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지지하는 유권자도 조국혁신당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스탯리서치가 시사저널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3월 22일 공표)에 따르면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 조사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22.3%로 더불어민주연합(18.3%)을 앞섰다. 특히 윤석열 정권 심판해야 한다고 응답한 이들 중 46.3%가 조국혁신당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36.5%였다(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자 이 대표는 ‘몰빵론’을 띄웠다. 3월 18일 이 대표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을 찾아 “‘몰빵론’에 대해 처음 말한다. 우군보다 아군이 많아야 한다”며 조국혁신당에 대한 견제구를 던졌다. 이 대표는 “만약 민주당이 1당을 놓치고 그들(국민의힘)이 1당이 되어 행정 권력만으로도 나라를 이렇게 망쳤는데 입법권과 국회의장까지 차지해 의사봉을 장악하는 날을 상상해 보라”며 “민주당이 151석으로 과반을 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외쳤다.
이 대표는 집안 단속에도 나섰다. 3월 18일 시사인 유튜브 채널에 조국 대표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함께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조 대표가 “(조국혁신당과) 정세 인식이 똑같아서 나중에 명예당원으로 모셔야겠다”고 하자 박 전 원장은 웃으면서 “이중 당적은 안 되니까 명예당원 좋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함께 가야 한다”며 “크게, 넓게 보고 윤석열·김건희 검찰 정권을 종식하는 계기의 총선이 돼야 한다”고 했다.
3월 19일 이 대표는 춘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이 박 전 원장의 ‘명예당원’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민주당 후보께서 조국혁신당 명예당원을 하겠다고?”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대표는 “민주당 후보라면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명예당원을 해야지, 설마 조국혁신당 명예당원 이야기했을까”라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같은 날 정청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국민과 지지자들이야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지만, 민주당 공천을 받은 후보가 저런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박 전 원장은 3월 20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해당 발언은) 함께 같이 가자, 그런 의미였다”며 “오해가 됐다고 하면 저는 진솔하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박 후보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 대표는 “박 후보의 조국혁신당 명예당원이 되겠다는 발언은 해당 행위에 해당하는 매우 심각한 발언”이라면서도 “오늘 박 후보가 잘못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의 글을 냈기 때문에 그 점을 참작해 엄중히 경고하는 것으로 종결하기로 했다”고 했다. 또 이 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연합과 함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를 열고 “우리가 진짜 한편”이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몰빵론을 들고 나오자 ‘뷔페론’으로 응수했다. 조 대표는 “뷔페에 가면 여러 코너가 있지 않나”라며 “음식을 보고 본인 취향에 맞는 것을 택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더불어민주연합은 조국혁신당이 잘되면 의석수가 줄어들 수 있어 예민해질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넓은 의미에서 시민들에게 (다양한) 맛과 영양을 제공한다고 보는 게 (진보) 진영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복잡한 속내
민주당은 연일 조국혁신당과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월 2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담지 못하는 것들을 담는 새로운 그릇으로 필요하고 충분한 역할을 잘하고 있다”면서도 “지역구와 달리 비례대표는 명확히 경쟁 구도”라며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1당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151석의) 과반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발언 수위가 높아진 부분도 흥미롭다. 이 대표는 “이종섭 사건은 ‘워터게이트’를 넘어서는 국기 문란이자 헌정 문란 행위”라며 “국가 권력을 체계적으로 범죄에 활용한 것”이라며 “국가 최고 책임자도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만큼 총선 결과에 따라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정권 심판론을 언급하며 “야단쳐서 안 되면 회초리를 들고 회초리를 들어도 안 되면 그다음에는 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탄핵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는 조국혁신당과의 선명성 경쟁을 위해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조국혁신당을 바라보는 민주당 내부 시선은 엇갈린다. 호남에 출마한 한 초선 의원은 “지민비조 이런 이야기들이 (지역구에) 많이 퍼져 있다. 민주당이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 대해 투쟁을 잘해 왔지만, 좀 더 선명한 투쟁을 하기 원하는 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강한 어조로 “그러나 (조국혁신당과의 연대는) 안 된다. 민주당의 비례정당은 더불어민주연합”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경합지역에 출마하는 한 후보도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이 부족한 부분과 정의당 쪽 표를 많이 가지고 갔다”며 “어쨌든 (윤 정권에 대한 투쟁은) 같이 가는 거지만,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확실히 사람들이 많이 말한다. ‘나는 조국 찍을래요’라고. 그러면 ‘그렇게 하셔라’라고 말씀드린다. ‘어디에 찍어야 하나요’라고 하는 분들에게는 더불어민주연합 찍으셔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현재는 윤석열 정권 심판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 대열에 (조국혁신당이) 같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국혁신당 돌풍으로) 지역구에 투표하러 나오려는 사람들도 더 많이 생긴 것 같다.”
선거 전문가로 꼽히는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민주당 험지인 부산 판세에 조국혁신당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은 중도 진보 쪽이다. 스펙트럼이 다양한 정당이다. 그래서 (윤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움직이기 상당히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서 “조국이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니 ‘민주당에 180석이나 몰아줬는데 일 제대로 못 했다’고 실망한 그룹이 실망을 거두고 투표에 참여하는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있다. 부산에서도 많은 분들이 지민비조라고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조국혁신당과의 경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윤영덕 대표는 3월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당득표율 목표를 40% 이상으로 잡고 20석 정도를 목표 의석수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의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비례의석수는 더불어민주연합(20.1%)은 10석, 조국혁신당(27.7%)은 14석, 국민의미래(29.8%)는 15석으로 추산된다.
윤 대표는 일요신문에 “선거에서는 서로 유권자들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복잡할 이유가 없다. (더불어민주연합의) 장점을 잘 보여드릴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당에는 현역 의원들과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있다. 그러한 인적 네트워크를 충분하게 활용해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