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를 줄줄 꿰고 있었다”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취재하러 잠실구장에 모인 야구기자들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설왕설래하던 한화 새 감독에 김응용 전 삼성 감독이 선임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였다. 그도 그럴 게 애초 한화의 유력 감독 후보군 가운데 김 감독의 이름은 없었다.
김 감독이 갑자기 한화 사령탑에 오른 배경은 무엇일까. 취재 결과 3가지 이유로 밝혀졌다. 첫째 김 감독의 강력한 복귀 의지와 자신감이다. 김 감독은 9월 중순 야구계 복귀 의사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장, 즉 감독 복귀를 바란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김 감독은 71세의 고령이 복귀에 장애가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 “병원 진단 결과 신체 나이는 50대였다”며 “야구는 나이가 아니라 경험으로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한화 구단 수뇌부와 만났을 때 “2년 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강팀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자신감의 배경은 역시 풍부한 경륜이었다. 김 감독은 구단 수뇌부와 접촉 시 한화 문제점을 정확히 짚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단 구성, 선수기용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는데 이를 듣고 구단 수뇌부가 “어떻게 한화를 그리 잘 파악하고 있느냐”며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두 번째는 구단의 적극적인 구애다. 한화 내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팀엔 젊은 선수가 많다. 박찬호, 류현진, 김태균 등 슈퍼스타도 즐비하다. 코치진 역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지도자가 다수다. 긍정적으로 보면 젊은 선수들의 역동성과 슈퍼스타의 능력,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지도자들의 노하우가 더해져 훌륭한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젊은 선수는 자릴 못 잡아 방황하고, 슈퍼스타는 팀보다 자기 위주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지도자는 과거의 이름값만으로 야구할 수도 있다. 우린 그런 부정적인 면을 단번에 휘어잡는 강력한 감독이 필요했다. 제아무리 슈퍼스타라고 해도 김 감독 앞에선 고양이 앞의 쥐였다. 여기다 다년이었던 코치 계약을 1년으로 바꾼 것도 ‘코치들이 나태해지면 안 된다’고 주장한 해태 시절 김 감독의 작품이었다. 김 감독 휘하에선 코치들이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그룹 최고위층의 전폭적인 지지다. 한화는 옥중에 있는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김 감독 선임과 관련한 최종 재가를 받았다. 김 회장은 “김응용 감독이라면 정체된 우리 팀을 잘 이끌 것”이라며 “최고의 감독을 영입한 만큼 최고의 지원을 아끼지 마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 회장이 ‘No’ 했다면 김 감독 선임은 물 건너 갔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 12회(감독 10번+사장 2번) 경력의 김 감독을 김 회장은 익히 알았고, 그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한화는 김 감독에게 코치진 선임, 선수단 운영 권한을 대폭 양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김 감독의 구상이 차근차근 실현되도록 확실한 임기를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발표와 달리 한화가 김 감독에 정식 2년 계약 외에 옵션으로 1년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배려의 일환이란 소리가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