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미들턴 ‘절친’ 핸버리와 2019년부터 불륜설…고 다이애나비 유품 반지 뺀 모습에 다시 의혹 ‘활활’
하지만 불행히도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미들턴의 건강이 악화된 이유를 두고 다시 수군대기 시작했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불륜 스캔들이다. 윌리엄 왕세자(41)가 오래 전부터 내연 관계에 있는 여성이 있었고, 이 때문에 미들턴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과연 이 소문은 사실일까. 윌리엄은 정말 아버지 찰스 3세처럼 외도를 저질렀을까.
미들턴이 ‘어머니의 날’에 공개한 사진을 본 일부 사람들은 사진 속의 한 부분을 이상하게 여겼다. 미들턴이 평소와 달리 결혼반지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곧 갖가지 추측이 쏟아졌다. 어떤 사람들은 수술 후에 살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집에서는 반지를 착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반면, 이를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까지 미들턴이 고 다이애나비의 유품인 푸른 사파이어 반지를 착용하지 않고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미들턴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물론, 평상시에도 늘 반지를 끼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의구심은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요컨대 부부 사이에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이런 의심에 더욱 불을 댕긴 건 미국의 ‘레이트쇼’ 진행자인 스티븐 콜베어였다. 지난 3월 12일, 방송 중에 던진 농담이 화근이었다. 콜베어는 “미들턴의 실종으로 인해 왕국이 들썩이고 있다. 지금 누리꾼 수사대들은 미들턴이 사라진 이유가 남편이자 미래의 영국 왕인 윌리엄의 외도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나는 우리 모두가 불륜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불러보자. 마셔니스 오브 첨리(Marchioness of Cholmondeley·첨리 후작 부인)!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다!”라고 빈정거렸다. 그리고 이어서는 “2019년부터 윌리엄과 마칭 밴드 오브 치케이너리(Marching Band of Chicanery·속임수 악단) 사이의 불륜설이 돌고 있었다”라며 말장난까지 했다.
그가 언급한 첨리 후작 부인은 사라 로즈 핸버리(40)라는 영국 사교계 여성으로, 실제 윌리엄 부부를 비롯해 영국 왕실과 두터운 친분이 있는 인물이다. 콜베어의 이런 농담에 즉각 대응한 핸버리 측 법률팀은 “이 주장은 명백한 허위다”라고 말하면서 법적 대응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영국 왕실 전문가이자 ‘트루로열티 TV’의 편집장인 닉 불런 역시 ‘US위클리’ 인터뷰에서 “나는 첨리 후작 부인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잘 안다. 그는 윌리엄과 절대로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고 두둔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몇 년 전 해당 소문들이 퍼졌을 때도 핸버리는 매우 화를 냈었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로 몹시 화가 난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런 소문이 퍼진 데 대해 영국 왕실을 비난하고 있는 불런은 미들턴의 상태와 행방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공백’이 생겼고, 이로 인해 핸버리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윌리엄은 아버지 찰스 3세가 불륜으로 인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똑똑히 보았다. 때문에 내가 알기로는 윌리엄은 결코 그럴 생각이 없다”고 확신했다.
그럼에도 영국 대중들은 의혹을 거두긴커녕 오히려 온갖 추측을 쏟아내고 있다. 콜베어가 핸버리를 소환하자 즉각 핸버리가 누구인지, 또 정말 왕실과 어떤 사이인지 궁금해했다. 더욱이 2019년 이미 한차례 타블로이드지를 통해 불륜설이 제기됐던 터라 이런 호기심은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영국 사교 무대에서 ‘레이디 로즈 핸버리’로 불리는 그는 부유한 귀족 가문 출신으로, 오래 전부터 영국 왕실과 인연이 깊었다. 가령 외조모인 ‘레이디 엘리자베스 램바트’는 194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공의 결혼식 때 신부 측 들러리 가운데 한 명이었으며, ‘데일리메일’은 이에 대해 “램바트는 여왕의 평생 친구이자 결혼식에 참석한 두 명의 비왕실 일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소개했다.
핸버리가 대중들의 눈에 처음 띈 건 2005년이었다. 당시 친언니와 함께 토스카나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나란히 사진을 찍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분홍색 비키니를 입은 이 사진은 즉시 화제가 됐고, 전국 신문에 게재됐다. 블레어와의 이런 친분은 핸버리가 토리당 하원의원 마이클 고브의 정치 연구원으로 일했던 경력 덕분이었다.
핸버리의 결혼 역시 영국 사교계에서는 화제였다. 결혼 상대가 무려 23세 연상의 부유한 귀족인 데이비드 조지 필립 첨리 후작(63)이었기 때문이다. 2009년 결혼 당시 핸버리의 나이는 25세였으며, 둘 사이에는 현재 쌍둥이 아들과 딸이 있다. 부부의 순자산은 1억 1200만 파운드(약 1900억 원)로 추정되며, 여기에는 왕실 사유지인 샌드링엄 인근에 있는 대저택 ‘호튼 홀’을 비롯해 고가의 진귀한 예술품 등도 포함돼 있다.
윌리엄 부부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도 바로 ‘호튼 홀’을 통해서였다. 윌리엄 부부가 2011년 결혼식을 올린 후 신혼살림을 차린 ‘앤머 홀’과 길 하나 사이를 두고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었다. 106개의 방이 있는 ‘호튼 홀’은 첨리 후작 가문이 조상 대대로 살고 있는 궁전과 같은 곳으로, ‘앤머 홀’마저 오두막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으리으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래였던 미들턴과 핸버리는 곧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고, ‘시골 이웃’이자 때로는 ‘시골 라이벌’로서 친분을 쌓아 나갔다. 이런 인연 덕분에 핸버리는 여러 차례 왕실 행사에도 초대받을 수 있었다. 가령 2017년에는 버킹엄궁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국빈 만찬에서 해리 왕자 옆에 앉는 특혜를 누렸는가 하면, 필립공의 장례식과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 심지어 핸버리의 둘째 아들인 올리버는 지난해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때 윌리엄 부부의 장남인 조지 왕자와 함께 나란히 시동 역할을 맡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둘의 우정은 오래 가지 못하는 듯 보였다. 처음 둘 사이가 멀어졌다는 징후가 나타난 건 2019년이었다. 당시 ‘더선’은 “미들턴과 핸버리 사이가 심하게 틀어졌다. 둘은 예전에는 가까웠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더선’은 윌리엄의 외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들턴이 어떤 이유에선지 윌리엄에게 핸버리를 친구 명단에서 ‘단계적으로’ 배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과연 이 보도는 사실이었을까. 이런 주장에 대해 왕실 기자인 리처드 케이는 “모두 거짓이다. 양측 모두 너무 화가 나서 ‘더선’을 상대로 법적인 조치를 취할지 고민했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논쟁에 대한 어떤 증거도 제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이는 또한 “윌리엄과 (핸버리의 남편인) 데이비드는 웃어야 할지 불평해야 할지 모른 채 주말 동안 서로 연락을 했다. 두 아내 모두 싸웠다거나 심지어 사이가 냉랭해졌다는 보도에 상처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왕실 측 역시 ‘불평도, 설명도 하지 않는다’는 관례대로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그렇게 이 사건은 잊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분명 이상한 점은 있었다. 이 무렵부터는 어찌된 일인지 미들턴과 핸버리가 공개적으로 함께 있는 모습이 목격되지 않았다. 일례로 같은 해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했던 미들턴과 핸버리는 서로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었으며, 함께 사진을 촬영하지도 않았다.
다시 윌리엄의 불륜 의혹이 불거진 건 멀리 대서양 건너에서였다. ‘더선’ 보도가 나가고 2주일 후 미국의 가십지인 ‘인터치’가 윌리엄과 핸버리가 바람을 피웠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인터치’는 “미들턴과 핸버리 사이가 멀어진 건 윌리엄이 외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그 시기는 미들턴이 셋째를 임신한 기간 동안이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터치’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들턴이 이 소문을 들은 뒤 윌리엄에게 직접 사실이냐고 물으면서 정면으로 맞섰고, 윌리엄은 ‘아무 사이도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웃어넘겼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당시 ‘인터치’와 인터뷰를 한 왕실 소식통은 “미들턴은 이제 핸버리와의 우정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다”면서 남편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어떤 흠도 없는 완벽한 커플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부부는 문제를 겪기 마련이고, 윌리엄 부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도 했다.
역시 켄싱턴궁 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최대한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해왔듯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이 추측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며 거짓이다’라는 짤막한 입장만 밝혔다. 당사자인 미들턴과 핸버리 역시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소문은 다시 잠잠해졌다. 게다가 영국 언론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이에 한편에서는 혹시 비밀리에 왕실의 압력이 작용한 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공개적으로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뒤에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더선’의 전 왕실 편집장인 던컨 라콤브는 미국의 온라인 뉴스 매체인 ‘데일리비스트’를 통해 “왕실 측 로펌인 ‘하보틀 앤 루이스’가 적어도 한 곳의 영국 출판업체에 법적 경고를 했다”라고 전했다. 요컨대 “이 보도는 허위적이고 매우 피해가 클 뿐만 아니라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유럽인권협약 제8조에 따라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라고 경고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라콤브는 “미래의 왕으로서 윌리엄이 법적 편지를 보낸 것은 최후의 수단”이라면서 “미들턴이 핸버리를 멀리한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유가 무엇이든 매우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라고 추측했다.
그동안 왕실 측이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은 까닭에 이 소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잊을 만하면 몇몇 호사가들을 통해 반복해서 제기되곤 했다. 가령 2022년에는 익명의 한 제보자가 연예인 가십 계정(@DeuxMoi)에 “영국 왕실의 한 일원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제보자가 누구를 지목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누리꾼들은 외도를 저지른 인물들이 윌리엄과 핸버리일 수 있다며 수군댔다.
이와 관련, ‘엔드게임: 왕실 가문과 군주제의 생존을 위한 싸움’의 저자이자 왕실 전문가인 오미드 스코비는 “불행하게도 어떤 소문이 계속 돌아다니게 내버려두면 그에 대응해서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그 소문은 이미 지구를 20바퀴 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이라고 주장할 만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왕실이 소문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절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런던 시립대학의 사회학 수석 강사인 스테파니 베이커 역시 “소셜미디어가 근거 없는 소문을 증폭시키고,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음모론을 만든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번에 벌어진 미들턴의 건강을 둘러싼 헛소리와 엉뚱한 추측들 역시 그런 경우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왕실의 젊은 일원들이 과거와 조금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사실이 아닌 소문은 그저 최대한 무시한다는 것이 왕실의 공식적인 입장이었다면, 젊은 왕족들은 필요한 경우에는 가능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가령 해리 왕자는 2016년, 미들턴의 언니인 피파 미들턴과 교제한다는 영국 가십지의 보도에 대해 직접 반박하고 나서면서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또한 2017년, 미들턴의 토플리스 사진이 프랑스 잡지 ‘클로저’에 대서특필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윌리엄과 미들턴은 잡지사를 고소하면서 법적 대응했고, 그 결과 11만 5000달러(약 1억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받아낸 바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