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6억 ‘단짝’ 그가 도박 위해 오타니 돈까지 손대…일본 방송·출판계 “킬러콘텐츠에 찬물 끼얹어” 당황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에 따르면 “통역사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을 위해 오타니의 돈 수백만 달러를 훔친 혐의로 오타니 측 변호인으로부터 고발당했다”고 한다.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적어도 450만 달러(약 60억 원)가 송금된 것이 이번 해고에 이르게 된 발단이라고 여겨진다. 스포츠 도박은 미국 내 약 40개 주에선 합법이지만, LA 다저스가 속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불법이다.
3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이 끝난 후 미즈하라는 로커룸에 모인 선수들에게 “(나와 관련된) 문제가 밝혀질 것이다. 모두 내 잘못이다. 나는 도박 중독”이라고 미리 사과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즈하라는 일본 프로야구(NPB)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미국 선수들의 영어 통역사로 일하며 오타니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2017년 말 오타니가 LA 에인절스와 계약했을 당시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개인 통역사가 됐고, 이후 다저스까지 따라갔다. 오타니 선수의 ‘단짝’이라고 불릴 정도로 둘은 가까운 사이였다. 통역 외에도 야구장으로 이동할 때 운전을 해주고, 아플 땐 돌봐줬으며, 파파라치까지 막는 등 언제나 함께였다.
일본 매체 슈에이샤온라인에 의하면, 미즈하라의 연봉은 50만 달러(약 6억 원)선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오타니 선수로부터 개인적으로 별도의 큰돈이 보수로 지불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MLB에서 가장 많이 벌었던 통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 규모의 계약으로 관심을 집중시키더니, 이후 깜짝 결혼 발표와 아내 전격 공개, 한국에서의 개막전까지 야구계의 슈퍼스타 오타니의 일거수일투족은 언제나 화제였다. 그러나 통역사의 불법 도박이 보도되면서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
‘오타니 열풍’으로 들끓던 일본 방송국과 출판업계는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한 TV 관계자는 “오타니 선수는 이른바 ‘킬러 콘텐츠’다. 뉴스에서 오타니 선수가 잠깐 연습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시청률이 상승한다. 3월 20일 방송된 파드리스와의 경기는 24.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면서 “통역사의 불법 도박 소동이 자칫 오타니 선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걱정된다”고 파장을 우려했다.
오타니 선수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27)도 연일 이슈였기 때문에 인터뷰 등 프로그램 출연 요청을 검토하는 방송국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당분간 출연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겠냐”며 낙담하는 소리도 들린다. 일본 출판업계는 야심 차게 10만 부 이상의 히트를 목표로 오타니 관련 서적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곳곳에 통역사 미즈하라의 이야기가 등장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무엇보다 오타니 선수에게는 절친했던 친구가 한순간 사라지는 최악의 사태가 되어 버렸다. 일본에서는 오타니 선수의 정신적 충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20대 남성 팬은 “도박 중독에 빠진 사람이 오타니 선수 곁에 있었다니 충격이다. 억만장자 선수와 가까워지더니 금전 감각이 없어진 것인가. 모쪼록 오타니 선수가 훌훌 털고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후지TV에 말했다.
오타니 선수의 모교인 오슈시립 아네타이 초등학교의 스포츠소년단 오이카와 기쿠오 대표(70)는 “신뢰하던 사람의 배신은 역시 힘들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초등학교 시절 연식야구를 시작하는 친구들과 떨어져 경식야구 팀을 선택했을 때 어린 오타니는 혼자서도 괜찮다고 단언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오이카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결정한 일은 끝까지 해내는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자신의 길을 힘차게 갈 것”이라며 오타니의 변함없는 활약을 기대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