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췌장암 젊은 여성 사이 전염병처럼 번져…조기 진단과 나쁜 생활습관 등 원인 추측만 할 뿐
무엇보다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은 영국인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현지 언론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젊은 사람들의 수가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들턴의 경우에서 보았듯 수년 전부터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리는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 영국의 ‘메일온라인’은 “과학자들이 50대 이하를 강타하고 있는 미스터리한 암 발병률 증가의 원인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하면서 “미들턴의 충격적인 고백을 지켜본 전문의들은 이것이 비단 미들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버밍엄대학의 대장외과 전문의인 앤드루 베그스 교수는 “광범위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환경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면서 “젊은 나이에 암이 발병하는 경우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40대에 암에 걸리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렇게 젊은 암 환자들이 증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된 의학의 발달과 함께 증상에 대한 조기 인식, 암 발병 유전인자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의 발달 등을 꼽았다.
실제 영국암연구센터(CRUK)에 따르면, 암 발병률은 전 연령층에서 증가하고 있지만 젊은층에서는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25~49세의 연간 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62.4명꼴이며, 이는 1990년대보다 22% 증가한 수치다. 때문에 이러한 추세가 단지 의학 기술의 발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가령 영국 전체 암 환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75세 이상의 비율은 같은 기간 9%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버밍엄대학의 종양학자인 시반 시바쿠마르 박사는 50대 미만 암환자의 증가를 가리켜 ‘전염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재 젊은 사람들(50세 이하) 사이에서 암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복부암에 걸리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세계적인 종양학자인 카롤 시코라 교수 역시 올해 초 메일온라인 인터뷰에서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무서우리만치 급증하고 있는 췌장암의 원인이 무엇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시코라 교수는 “코로나19나 백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보다 훨씬 전부터 증가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선을 그으면서 “내 생각에는 아마도 비만, 지방 함량이 높은 식단, 장시간 앉아있거나 하루 종일 앉아있는 생활습관 등이 요인일 수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 발달한 암 진단법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젊은층의 암 발병률이 31%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무엇보다 붉은 고기는 많이 먹고, 과일은 적게 먹는 식습관을 가진 나라에서 그럴 확률이 더 높다. 또한 과도한 알코올 섭취 및 흡연 역시 이른 나이에 암에 걸리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1950년대 이후 서구 세계에서 증가하기 시작한 가공식품 소비가 젊은층 사이에서 대장암 발병률을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