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 쪽서 프로그램 참석자 정보로 전화” 민원…‘품위손상’ 등에 저촉 가능성 탓 당선자 임명 미뤄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누구든지 개인의 정보 제공을 동의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불법에 해당한다.
주민자치회는 관할 구역 내에 거주하거나 사업장에 종사하는 주민 또는 단체의 대표자로서 추천 또는 선출된 후보자 중 봉사정신이 투철하거나 자치회관 운영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갖춘 자를 위원으로 위촉해 구성한다. △자치회관의 시설 등 설치 및 운영 △주민의 문화, 복지, 편익 증진 △주민의 자치활동 강화 △지역공동체 형성 △기타 자치회관의 운영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관리하며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자치회관 프로그램 수강료 징수 및 집행한다.
이런 바탕을 지닌 주민자치회는 국회의원, 시장, 시의원들에게는 선거와 직결되는 표밭이다 보니 지역에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조직으로 ‘권력 위에 군림하는 권력’으로 통한다. 이는 주민자치회가 결정한 사안을 뒤집을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최근 거제시 장평동에서 통장 선거가 치러졌다. 출마자는 주민자치회 사무국장을 지낸 A 씨로 통장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무국장을 사임한 후 통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장평동장은 통장 임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유는 장평동사무소에 ‘개인정보를 이용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 사무국장 출신 A 씨의 지지를 호소한 사무차장 B 씨는 주민자치회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한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활용해 전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대의 동의가 없는 개인정보 이용인 셈이다. 공직선거법에는 저촉되지 않으나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위배되는 사안으로 피해자의 선처가 없으면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통장 당선자 A 씨는 임명을 재촉하고 있으나, 장평동장은 민원이 발생한 이상 이 문제가 해결돼야 임명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장평동장은 통장 당선인의 행위가 공직선거법에는 저촉되지 않으나, ‘거제시 이·통장 임명에 관한 규칙’ 제3조 5항 2호에 명시된 ‘품위 손상’ 등의 문제에 저촉돼 임명을 미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평동 지역민 C 씨는 “주민자치회는 시의 재정지원을 받는 곳이다. 사무국장을 역임하면서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주민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선거는 부정당한 선거”라며 “A 씨가 통장에 당선되기 위해 근거도 없는 봉사시간을 시에 보고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통장 당선인 측 관계자 D 씨는 통장 임명을 미루는 사실을 두고 “장평동장은 직무유기이며, 주민자치위원회는 업무방해”라고 주장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