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서 작지만 뜻깊은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열려…동료들 간 진심 어린 응원으로 공동체 의미 되새겨
문화예술기획자 약 20명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어워드’에서는 심도 있는 논의와 토론을 거쳐 선정자를 뽑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선정 기준은 기획자로서의 가치관, 지역에 대한 태도, 활동성과 의미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다. 다만 문화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에 근무하지 않은 민간 영역의 기획자 중에서만 선정되며, 나이는 20대에서 40까지 다양하게 추천된다. 어워드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선정위원들 전원 자비 부담과 공개적인 후원금을 모아서 운영되며 정부 등의 지원은 일절 없다. 밀도 있는 토론을 거쳐 선정된 수상자에게는 1인당 약 5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이번 ‘2024 어워드’는 전국의 동료들 간 힘찬 응원을 주고받는 장을 형성했고, 좋은 문화기획자로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잘 표현되었다는 평가와 함께 오랫동안 박수치면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응원과 박수의 힘
이 ‘어워드’는 올해로 세 번째다. 전체 후보자 중 4명의 최종 후보군으로 압축했고, 이 중 2명이 최종 선정되었다. 그 주인공은 강원도 춘천의 ‘소양하다’ 윤한 대표, 경북 구미의 ‘생활예술콘텐츠연구소 프리즘’ 유신애 대표다. 자신의 가치관이 덕업일치(취미와 직업이 일치된다는 뜻의 신조어)라는 윤한 대표는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기록하는 일을 한다. 문학과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읽고‧쓰고‧만나 소양하겠다는 의미를 지닌 ‘소양하다’를 창업했고 이를 발판으로 지역에서 발생하는 ‘시간-땅-사람의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번 어워드에 최종 선정된 감회는 남다르다. “제가 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더 많은 분의 활동을 살펴보고 관심을 가져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더욱 응원과 박수를 보내겠다는 소회를 남겼다.
또 다른 수상자인 경북 구미의 유신애 대표는 20년간 피아노를 배우고 전공한 예술가 출신이다. 어떻게 하면 예술가들이 동네에서 잘살 수 있을지를 고민해 왔다고 한다. 자신에게 지역이란 “생존하고 증명해야 하는 투쟁의 장소”라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가진 구미를 만들고 싶어 프리즘이라는 단체를 결성했다고 한다. 수상 이후 하고 싶은 일은 프리즘을 통해 문화기획자들이 건강하게 만나 예술이 지역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따뜻하고 응원받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응원과 박수라는 공통적인 키워드가 있다. 이 응원과 박수가 절실했던 이들은 어워드를 통해서 진심 어린 응원과 박수를 나눌 수 있었다며, 지역의 문화기획자로서 살아 나갈 힘을 얻게 되었다고 이야기한 점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응원과 박수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박수(拍手)의 사전적 의미는 ‘소리를 내며 양 손바닥을 때리는 것’이다. 박장대소(拍掌大笑)라는 고사성어 역시 '기쁘거나 즐거워 손뼉 치며 크게 웃는다'는 의미다. 박수는 찬성, 환영,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하고, 음악, 춤 등에서 박자를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한다. 색다르게는 일본의 고바야시 도모미치는 저서 ‘인간은 왜 박수를 치는가’에서 박수의 의미를 ‘생물학적 진화’의 결과라고 말한다. ‘생물체가 내는 낮은 소리는 위협을 의미하지만, 높은 소리는 동조나 애정을 표현한다’면서 인류는 박수를 통해서 자신의 호감을 표현하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박수가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연극무대의 끝인사(커튼콜)는 배우들과 관객이 서로에게 손뼉을 치며 끝난다. 음악회에서도 ‘앵콜’을 외치면서 끊임없는 박수로 공연장을 메운다.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에도 신하와 백성들이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는 기록도 있을 정도니 간단하게 손뼉을 치는 행위가 참으로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짐작건대 박수에는 응원과 연대의 표현이 하나의 행동으로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도시공동체 해체 가속화
도시와 문화 관계의 대표적 사회학자 부르디외(Bourdieu)가 언급하는 ‘사회자본’이란 사회 속의 여러 사람 관계들을 말한다. 학교 동문, 사우회, 공채 기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나아가 내 주변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 모두 사회자본이라 할 수 있다. 사회자본은 경제자본과 달리 실물로 보여지는 면이 적지만,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다루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런 부르디외의 설명을 발판으로 허난영 교수는 저서 ‘공공 공연장의 길’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급변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사회경제적 성장과 소득수준의 확대, 문화소비의 확대, 그리고 1997년의 외환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우리 사회에 작용했고, 특히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에 기반으로 재편된 사회구조는 도시와 지방, 소득의 양극화, 공동체의 해체’를 급속도로 가져왔다고 염려한다.
실제로 도시공동체의 기반 위에서 보편적인 문화를 누릴 권리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특히 문화 분야 지원은 최근 들어 상당히 축소되었다. 청년 예술인 관련 사업의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다. 문화예술 교육 부문에서도 예술강사 관련 예산이 전보다 54%가량 줄었고, 국민독서문화증진사업은 통째로 예산이 삭감이 되었다. 이에 문체부는 “건전재정 기조 아래 제도적으로 꼭 지속해야 할 사업들만 남기게 된 것”이라며 재정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의 동질성’을 가질 수 있는 발판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특히 도시공동체에 기반한 사회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 사업들은 점점 그 흔적을 감추고 있는 실정이다. 관계가 축소되는 사회로 들어서고 있다. 도시공동체의 발판이 흔들리고 있다.
#문화정책 결과 아닌 경로 만드는 일
도시공동체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면서 상대를 지지하는 일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관계란 유지하지 않으면 해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타깝게도 여러 사회지표, 연구와 언론들조차 한국 사회의 도시공동체는 흔들리고 있음을 다방면으로 보여준다. 살펴보면 도시구성원을 결속시키는 ‘문화의 동질성’을 회복시킬 방안과 노력이 절실하다.
문화정책이란 결과를 만드는 일이 아닌 경로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문화정책은 결과와 성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양상이다. 경로가 튼튼할 때 응원과 박수를 보낼 다양한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다. 사실 이처럼 작은 어워드도 춘천문화도시센터의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이렇듯 서로를 호명하고 격려하며 즐겁게 박수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도시공동체 안에서 응원과 격려로 소통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그것이야 말로 문화를 통한 도시공동체의 회복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지금 우리에게는 응원과 박수가 필요할 때다.
진형우. 예술단체, 세종문화회관, 문화도시센터장을 역임한 문화예술 기획자다. 문화에는 ‘동기, 방법, 움직임, 강렬함, 행동’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모습으로 정의돼야 한다고 믿으며 하루를 가치 있게 사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진형우 문화예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