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여름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일이라고 하면 아마 수박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수박은 달콤한 맛과 아삭아삭한 식감, 그리고 뛰어난 수분 보충으로 전세계 어디서나 사랑받는 과일이다. 무엇보다 수분이 많아 서구권에서는 흔히 ‘물을 먹는 것 같다(Eating your water)’라는 관용구로 표현되기도 한다. ‘메일온라인’을 통해 기업 건강관리 전문 영양사인 릴리 사우터가 전하는 수박의 건강 효능과 이를 둘러싼 과학적 근거, 그리고 잘못 알려진 오해들을 살펴봤다.
수박의 건강 효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수박은 항암 효과가 있을까
깍둑썰기한 수박 한 컵(약 152g, 대략 수박 한 조각)의 열량은 46칼로리, 당분은 9g 정도며, 탄수화물은 약 12g 들어 있다. 지방이나 나트륨은 거의 없고, 리코펜은 약 7~11mg 정도 함유되어 있다. 리코펜은 수박의 붉은빛을 띠게 하는 천연 색소로, 토마토나 자몽 등에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리코펜은 활성산소라고 불리는 불안정한 분자를 중화하는 항산화제 역할을 한다. 활성산소는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지만 흡연, 대기 오염, 자외선 노출 등으로 인해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몸속에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많아지면 세포가 손상돼 노화와 여러 만성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우터는 “신선한 수박은 신선한 토마토보다 리코펜 농도가 더 높다”라고 말하면서 “다만 통조림 토마토나 토마토 페이스트 같은 가공된 토마토 제품에 들어있는 리코펜은 수박이나 토마토에 들어 있는 리코펜보다 체내 흡수율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리코펜 섭취량이 많을수록 전립선암 위험이 낮아진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하지만 사우터는 “리코펜이 전립선암을 포함한 특정 암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고혈압에 도움이 될까
수박 한 컵에는 우리 몸이 산화질소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아미노산인 L-시트룰린이 수백 밀리그램 들어 있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이완하고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잠재적으로는 혈압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사우터는 “현재까지 진행된 대부분의 연구는 영양제 형태의 L-시트룰린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영양제는 실제 수박을 먹어서 얻을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아미노산을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여러 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토마토에서 추출한 리코펜을 하루 5~30mg(토마토 한두 개에 해당하는 양)씩 섭취할 경우 심혈관 위험 인자가 다소 개선됐으며, 특히 혈압이 소폭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수박을 푸짐하게 한 번 먹는 양과 엇비슷하다.
그러나 이 결과는 주로 토마토와 리코펜 영양제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기 때문에 수박을 먹어도 이와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수박은 어떻게 먹는 게 좋을까
사우터는 수박 주스보다는 수박 한 조각을 통째로 먹는 게 건강에 더 좋다고 말한다. 이유는 바로 섬유질 때문이다. 사우터는 “수박을 통째로 먹어야 포만감을 더 느낄 수 있고, 섬유질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 이는 주스보다 먹는 속도가 더 느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과일은 즙을 내서 마시면 섬유질 대부분이 제거되고, 원래 들어 있던 당분이 유리당으로 분리된다”고 말했다. 유리당은 과일을 갈거나 즙을 내는 순간 과육의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밖으로 빠져나온 당을 의미한다. 때문에 설탕을 전혀 넣지 않은 100% 천연 착즙 주스 역시 유리당이며, 이렇게 액체 상태가 된 당은 체내에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수박 주스보다는 수박 한 조각을 통째로 먹는 게 건강에 더 좋다.유리당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비만, 당뇨,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이런 이유에서 전문가들은 과일주스나 스무디를 하루 150ml 이하로 마실 것을 권장하고 있다.
수박은 화채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으며, 샐러드에 넣어도 훌륭한 재료가 된다. 수박과 치즈를 곁들인 샐러드가 대표적이다. 혹은 석쇠에 구운 새우와 함께 곁들일 수도 있다.
#수박 섭취를 조심해야 하는 경우
수박은 일반적으로는 약물과 함께 섭취한다고 해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다만 너무 많은 양을 먹을 경우에는 혈압약, 질산염 제제, 발기부전 치료제, 칼륨 보존성 이뇨제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잠재적으로 저혈압을 유발하거나, 스피로노락톤 같은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칼륨 수치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사우터는 “당뇨 환자의 경우 수박을 섭취해도 무방하지만, 당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섭취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충고했다.
또한 수박에는 과당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수박으로 증상이 심해지는지 살펴보면서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수박을 먹으면 살이 빠질까
일부 연구에 따르면 칼로리가 높은 간식 대신 수박을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 지속돼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일례로 2019년 진행된 소규모 연구에서는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 33명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4주 동안 매일 수박 두 컵을 먹었고, 또 다른 4주 동안은 동일한 열량의 저지방 비스킷을 먹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수박을 먹었을 때 배고픔을 덜 느끼고 포만감을 더 오래, 그리고 많이 느꼈다고 답했다. 또한 수박을 먹는 기간 동안에는 체중, 체질량지수(BMI), 수축기 혈압이 소폭 감소했다.
다만 연구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수박 자체가 체중 감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단순히 칼로리가 높고 포만감이 적은 간식을 수박으로 대체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2023년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 역시 수박의 체중 감량 효과를 시사했다. 이 연구에서는 10~17세 아동 및 청소년들이 8주 동안 매일 수박주스 한 컵을 마신 후, 이어서 또 다른 8주 동안 동일한 칼로리의 다른 설탕 음료를 마시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수박 음료를 마신 기간 동안에는 체지방과 체중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찬물 샤워는 역효과…열대야 물리치는 5가지 꿀잠 요령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전국이 지글지글 끓고 있다. 무엇보다 열대야가 찾아오는 밤이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잠을 설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훨씬 더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다. 늘 에어컨을 켜고 자면 더위에 결코 적응하지 못한다.낮 동안에는 그늘에 머물거나, 가벼운 옷을 입거나,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식으로 어느 정도 더위를 피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밤에는 어떻게 더위를 이겨내야 숙면을 취할 수 있을까.
수면 부족은 신진대사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체중 증가, 당뇨병, 심혈관 질환, 나아가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을 떨어뜨리고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리 시테대학의 연구원 파비앙 소베 박사에 따르면, 수면의 질을 높이는 핵심은 몸속 체온을 낮추는 데 있다. 단순히 선풍기를 가장 강하게 틀어놓고 더위를 식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보다는 활동량, 옷차림 등을 조절하는 게 더 중요하다. 다음은 무더위에도 쉽게 잠들 수 있는 5가지 행동 요령이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기
잠자리에 들기 전 땀을 비오듯 흘렸다면 찬물 샤워가 몸을 식히기에 딱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물 온도를 얼음장처럼 차갑게 하면 되레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 산하 생물학융합연구소의 신경과학자인 아르멜 랑시야크 박사는 찬물 샤워보다는 체온을 서서히 낮추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할 것을 권장했다. 이는 더운 날씨에 갑자기 몸을 차갑게 하면 신체가 체온을 빼앗기고 있다고 착각해 오히려 열을 가두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낮 동안 양말 한 켤레를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잠자리에 들기 직전 신는 방법도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에어컨 끄기
무더위에 잠을 청해야 할 때면 대부분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켜고 잠든다. 하지만 소베 박사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다”면서 “늘 에어컨을 켜고 자면 우리 몸은 더위에 결코 적응하지 못한다”라고 충고했다. 실내 온도가 최고 28°C에 달해도 충분히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소베 박사는 “침실 온도는 반드시 18~20°C여야 한다”는 믿음은 잘못된 통념이라고 주장했다. 대신 그는 가볍고 통풍이 잘되는 잠옷을 입으라고 권했다. 두꺼운 이불 대신 얇은 면 시트를 덮고, 자기 전 침실을 충분히 환기시키는 것도 좋다.
#커피 줄이기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면 하루 동안 마시는 음료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커피는 잠을 설친 다음 날에는 정신을 번쩍 들게 해줄지는 몰라도 숙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커피는 각성제이기 때문에 잠자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섭취량을 줄이는 게 좋다. 카페인 음료는 이뇨 작용을 촉진하기 때문에 체내 수분을 빼앗아 탈수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체온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커피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물을 충분히 마셔 수분을 보충하도록 한다.
#술 줄이기
시원한 맥주 한 잔만큼 무더운 저녁을 시원하게 보내기에 좋은 방법도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잠자리를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날씨가 무더울 때는 커피뿐만 아니라 술도 멀리하는 게 좋다. 술을 마시면 잠은 쉽게 들 수 있어도 밤새 체온이 약간 올라가기 때문에 뒤척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곧 수면 방해로 이어진다.
#낮잠 자기
밤새 잠을 거의 못 잤다면 짧은 낮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소베 박사에 따르면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에 전략적으로 낮잠을 자면 수면 부족으로 인한 영향이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체 활동을 하지 않게 돼 더위가 몸에 주는 부담을 줄여주고, 부족했던 잠도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낮잠은 오후 2시 이전에, 그리고 시간은 30~40분으로 제한하는 게 좋다. 그래야 밤에도 다시 쉽게 잠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