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당국 “대상 불명확해 조사 어려워”…민원인들 5일 집단시위 예고
그런데 '일요신문i' 취재 결과 국토부는 물론 서울시나 유관 자치구 차원에서도 대화방 내 인물들의 거래행위나 투기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접수 7일 만에 신고처리결과를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내 주요 모아타운 추진지역 단독·다세대·다가구 주택 소유주로 이뤄진 ‘강남 3구 및 서울시 모아타운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9일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에 조사의뢰(신고) 1건을 접수했다.
신고 내용에는 “(카카오톡에)갭투기 작전 단체대화방을 개설해 타깃 지역 빌라를 선매집한 뒤 모아타운 추진으로 가격 상승을 유도 후 부당이득을 실현하는 투기세력”이라며 “공인중개사도 끼여 있는 것으로 보여 조사를 부탁한다”고 서술했다. 그러면서 해당 카카오톡 오픈채팅 대화방 주소를 첨부했다. 개설 시점이 2023년 6월인 해당 대화방에는 현재 600명 이상이 입장해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난 2일 기자와 만나 “해당 대화방에서 활동하는 투기작전세력은 주로 서울시가 특정 지역을 ‘모아타운 추진 대상지’로 발표하는 시점을 전후로 빌라 매물 가격이 뛰도록 유도하며 매수 투자자를 모으거나 자신들이 직접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22년 한 무리가 구성돼 서초구 반포1동에서 투기 작업을 벌였고, 이후 송파구 삼전동과 용산구 용문동·신창동 등지로 활동이 연계, 확산 것으로 파악 중”이라며 “대화방엔 자신의 닉네임을 공인중개사(부동산)로 내건 인물도 4명가량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요신문i’ 취재결과 해당 신고 건은 국토부에 접수된 뒤 서울시와 서초구 등에 공유됐지만, 대화방 내 인물들의 부동산 거래 행위나 투기행위 여부, 공인중개사 가담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 조사가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신고센터는 지난 3월 26일 통보한 ‘신고 처리결과’에서 “지자체(서초구 부동산정보과) 조사결과 공인중개사법 위반행위 및 위반행위를 한 개업공인중개사가 특정되지 않아 공인중개사법에 근거해 조사가 불가함을 알려드린다”고만 기술했다. 여타 대화방 내 인물들이나 이들의 거래행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서울시 주택공급과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투기 의혹 제기가 있더라도 관련 규정 등에 비추어 위법 소지가 있을 때 처벌을 하는 것이지, 의심이 된다고 막 처벌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 “(민원인이) 제시한 지역들 현장에도 나가보고 했지만 거래 행위의 문제점이나 투기 의심 소지가 명확하지 않아 위법 여부 판단이 어렵고, 조치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부동산(공인중개사) 업소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 권한은 서울시에 있지 않고 자치구청장에 있다”면서 “자치구 차원에서 점검해 위법 사항이 있을 경우 처벌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오는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집단시위를 열어 서울시 모아타운 정책의 대대적 수정과 ‘문제 구역’의 지정 해제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번 시위에는 △강동구 둔촌2동 △노원구 월계동 △광진구 자양4동 △마포구 합정동 △서대문구 옥천동·천연동 △성북구 장위동(13구역) △종로구 창신동 △강남구 일원동 △서초구 양재2동 총 9개구, 10개동의 주택 소유주 3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서울시가 “모아타운 투기를 칼차단 하겠다”며 지난 3월 21일 ‘모아타운·모아주택 갈등 방지대책’을 발표했지만 보다 강도 높은 투기 억제책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해당 대책에서 ‘모아타운 추진 현장에 부동산 이상거래 등 투기세력 유입이 의심될 경우 구청장이 해당지역을 대상지 공모에서 제외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투기 징후가 보이거나 의심되는 지역에서 구청장이나 주민(50% 이상 동의 시) 요청이 있을 경우 서울시가 건축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건축허가나 착공을 제한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