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vs 착용감 ‘속 보이는 한판’
▲ 좋은사람들의 ‘섹시쿠키’ 제품 홍보용 이미지(왼쪽), 트라이브랜즈의 속옷패션쇼 모델. | ||
지난해 여성용 란제리류를 제외한 속옷의 시장규모는 45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매출액은 BYC가 1509억 원, 트라이브랜즈가 1355억 원, 좋은사람들이 1159억 원, 태창이 560억 원이다.
그렇지만 BYC는 부동산 건설과 임대업 매출이 221억 원으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트라이브랜즈는 아웃웨어 의류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BYC는 광고·홍보나 새로운 컨셉트 개발보다는 기존의 제품을 착실히 관리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패션속옷 시장은 트라이브랜즈와 좋은사람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트라이브랜즈는 남성속옷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예전 영화배우 이덕화 씨가 닫히는 문을 치는 TV광고의 인상은 강렬했다. 아직도 남성속옷 하면 트라이가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다.
그렇지만 강한 중년남성의 이미지가 여성속옷 시장에서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트라이브랜즈는 여성속옷 공략을 위해 5년째 대규모 패션쇼를 열고 있다. 주력 브랜드인 트라이 외에 젊은 층을 겨냥해 ‘도시적 섹시함’을 표방한 ‘템프테이션’과 성인여성용 란제리 샤빌(CHAVILLE)을 내놓는 등 여성용 제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오랜 전통과 노하우가 있다 보니 트라이브랜즈는 품질에 있어서는 업계 최고임을 자신한다.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이 패션속옷의 추세라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편안하고 산뜻한 착용감을 타 업체는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2003년, 2004년 적자를 기록했던 트라이브랜즈는 지난해 대한전선에 인수되고 이호림 사장이 취임한 이후 아웃웨어 사업을 모두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 2005년 흑자로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
좋은사람들은 기존 속옷에 대한 인식을 깨뜨리는 독특한 아이디어 등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과 트렌드에 발빠르게 부응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좋은사람들 측은 “젊은층이 보기에 엄마도 입고, 할머니도 입는 속옷과는 다른 것을 원할 것이다. 속옷의 품질은 어느 업체나 이제는 다 비슷해졌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감성을 끌어내는 디자인이 관건”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디자인은 비슷하니 품질이 관건이라는 트라이브랜드의 얘기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좋은사람들 제품에는 녹차향기 팬티, 독도사랑 팬티, 월드컵 응원 팬티, 띠(12지) 팬티 등 독특한 것들이 많다. 좋은사람들은 특히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많다. “다른 속옷 브랜드는 설날, 추석 등 명절에 판매가 잘 되는 반면, 우리 제품은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크리스마스 등 젊은이들의 기념일에 판매가 잘 된다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좋은사람들은 유통채널별로 제품을 다양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데, 가두판매점에는 대표브랜드인 보디가드와 19∼25세 연령대를 위한 예스(YES), 란제리류인 섹시쿠키 매장이 있다. 다소 노후화된 브랜드인 제임스딘은 할인점용이고 편의점용으로는 소프트까페, 재래시장용으로 슈가프리를 내놓고 있다.
트라이브랜즈도 브랜드를 다양화해 커플내의 시리즈인 이끌림, 중고생용인 체리, 잠옷 등 실내복인 제임스캐슬러를 내놓고 있다.
업계는 작년 12월 태창 속옷사업부문을 인수한 이랜드를 주시하고 있다. ‘헌트 이너웨어’ ‘에블린’ 등 기존 4개 브랜드에 태창의 ‘빅맨’ ‘오엑스’ 등 5개 브랜드를 추가한 데 이어 올해 ‘바디팝’을 출시했다. 태창의 지난해 매출액 560억 원에 이랜드월드 내의사업부문 매출액 420억 원을 합하면 올 매출은 1000억 원대로 타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말 성적표가 나오면 향후 업계 구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편 BYC는 비교적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상품력과 인지도로 꾸준한 매출을 이루고 있다. 아직도 도매상가에서는 트라이와 BYC가 인기 품목이라고 한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