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성골 검맥’ 이원모 ‘수행실장’ 이용 등 대거 낙선…민주, 대장동 변호사 5인·경기도 라인 등 승전보
총선 개표가 마무리된 뒤 여권 한 관계자는 “마치 총을 든 사람들과 검을 든 사람들이 싸운 것 같은 성적표가 나왔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일방적인 판세가 이어졌다. 범야권은 192석을 쓸어 담았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던 윤석열 정부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더구나 원내 입성을 노리던 ‘친윤 호위무사’들이 여의도행 티켓을 발급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친윤 후보 중 생존자도 있다.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출신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가 부산 해운대갑에서 당선됐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던 강승규 후보는 기존 지역구인 서울 마포갑을 떠나 충남 홍성 예산에 출마해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임종득 후보는 경북 영주 영양 봉화에서 승리했다. 이들은 양지에 출마해 무난하게 생환한 케이스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후보는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승리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와 투표함 속 결과가 달랐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지며 의원직을 내려놨던 김 후보는 다시 국회로 출근을 하게 됐다.
격전지인 수도권에 출격한 친윤 후보들은 ‘정치의 쓴맛’을 봐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 수행실장 출신 이용 국민의힘 후보는 경기 하남갑에 출격해 ‘반윤 선봉’ 추미애 민주당 후보에게 근소한 차로 패했다. 개표 중반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혼전이 펼쳐지며 이변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최종 성적표는 낙선이었다.
검찰 내 윤석열 사단 막내로 꼽히며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지낸 ‘검맥 성골’ 이원모 후보도 낙선했다. 이 후보는 경기 용인갑에 출마해 경찰 출신 이상식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이 후보는 개표 초중반까지 앞서나갔지만, 개표 막판 데드크로스를 피하지 못하며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경기 의정부갑에 출마한 전희경 전 정무비서관, 장성민 전 미래전략기획관(경기 안산갑), 신재경 전 선임행정관(인천 남동을), 이승환 행정관(서울 중랑을), 김기흥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인천 남동갑) 등 대통령실 출신 후보들은 수도권 격전지에서 전멸했다. 당협위원장 1호로 친윤계에 합류했던 함경우 경기 광주갑 후보도 낙선했고, ‘윤석열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던 고석 용인병 후보도 접전 끝에 패했다.
여권 내부에선 처참한 성적표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친윤 후보 중 생환한 이들은 대부분 양지 출마자들이고, 격전지에선 사실상 초토화에 가까운 궤멸을 면치 못한 상황이 됐다.
친명 호위무사들은 활짝 웃었다. ‘대장동 변호사’ 5인이 원내진입에 성공했다. 김동아 서울 서대문갑 민주당 후보, 박균택 광주 광산갑 후보, 이건태 경기 부천병 후보, 김기표 경기 부천을 후보, 검사 출신 민주당 법률위원장 양부남 광주 서을 후보가 격전지와 양지에서 각각 승전보를 울렸다. 민주당 당대표 정무특보 정진욱 광주 동남갑 후보도 원내에 입성했다.
‘원외 친명’ 대표 주자이자 선거 막판 주요 논란 중심에 섰던 양문석(경기 안산갑) 김준혁(경기 수원정) 후보도 여의도행 티켓 발권에 성공했다. 양 후보는 ‘편법 대출 논란’, 김 후보는 ‘막말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지역구 내 지지세를 유지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원외에서 친명 핵심 스피커 역할을 했던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소속들 원내 입성도 화제다. 김우영 서울 은평을 후보, 부승찬 경기 용인병 후보 등이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 라인’도 곳곳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실 차장, 경기도청 청년비서관 출신 모경종 후보가 인천 서구병에서 승리했다. 경기도 정무수석 출신 윤종군(경기 안성), 경기도 정책수석 출신 조계원(전남 여수을) 후보가 원내 진입을 확정지었다.
이재명 대표 대선 캠프 ‘특보 라인’도 국회에 자신의 자리를 예약하는 데 성공했다. 김문수(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김현(경기 안산을) 김현정(경기 평택병) 후보 등이 당선됐다.
야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민주당 승리로 이어졌고, 그 가운데 이른바 친명이라고 불리는 후보들이 대거 원내에 진입한 상황”이라면서 “원내에서 이재명 대표 기반이 보다 탄탄해지고 정치적 영향력에 내실을 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픈 손가락도 있다. 특히 전략적으로 배치했던 여성 친명 후보들이 접전 끝에 원내 입성에 실패했다. 안귀령 서울 도봉갑 후보는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했다.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변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스타 총경’ 출신 이지은 서울 마포갑 후보는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와 맞붙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선 우세한 결과가 나왔지만, 투표함을 열어보니 조 후보 지지세가 더 강했다. 이 후보는 결국 낙선했다.
‘영입 인재’ 그룹에서도 낙선자들이 나왔다. 이재명 대표가 특별히 힘을 실어줬던 후보들이 낙선하면서 야권 내부에선 적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8번 지원유세를 나서 화제가 됐던 한강벨트 최대 격전지 서울 동작을에선 류삼영 후보가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했다. 류 후보는 출구조사 결과에서 나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제 개표에선 나 후보를 넘어서지 못했다.
‘현대차 사장’ 출신으로 동탄 민심 사냥에 나섰던 공영운 경기 화성을 후보는 이번 총선 핫플레이스에서 이변 제물이 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와 삼파전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없었다. 이준석 후보가 막판 맹추격을 한 끝에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공 후보로선 선거 직전 불거진 ‘편법 증여 논란’으로 지지세 우위를 지키지 못한 것이 뼈아픈 대목이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류삼영 후보를 비롯해 안귀령 이지은 공영운 후보 등은 향후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민주당에서 주요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데, 낙선했다”면서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겼음에도, 큰 기대를 받았던 인재들이 낙선해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친윤과 친명 호위무사들 성적표도 명암이 뚜렷해졌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윤 대통령을 싫어하는 강도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 증명된 선거”라면서 “이런 과정에서 여당이 선거에서 참패하고 이에 따라 친윤들 원내 입성 비율도 낮아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민주당이 승리했기 때문에 친명들이 국회에 입성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친명 위주로 공천해서 친명들이 대거 입성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이제 국회 내에서 친명들이 강성으로 나갈 수 있다”면서 “조국혁신당 의원들과 선명성 경쟁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