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압승에 재판부 사건 처리 시점 고심…정치적 부담 적잖아 “눈치 보며 시간 끌 수도”
#올해 1심 선고 앞둔 이재명, 대법원 선고 앞둔 조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의 사법 리스크는 계속된다.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법원은 신속 재판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만 총 3개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 FC 불법 후원금 △경기도지사 시절 위증교사 △20대 대선 후보 시절 허위 발언 등 혐의다.
이 가운데 허위 발언과 위증교사 사건은 올해 중 1심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허위 발언 사건은 2022년 20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표가 당시 제기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인데, 2023년 2월 정식 재판이 시작돼 총 20차례 공판이 진행됐다.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우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이 확정되면 형에 따라 5년 이상 출마가 제한된다.
역시 올해 중 선고가 유력한 위증교사 사건의 경우 지난 1월부터 4주에 한 번꼴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19년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고 김병량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진성 씨에게 이 대표에게 유리하도록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이다. 함께 기소된 김진성 씨가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있고, 녹취록도 있어 사안이 단순하다.
위증죄는 기본 양형이 징역 6월~1년 6월인데, 위증교사의 경우 더 죄질이 안 좋다고 보고 가중처벌을 한다. 이 대표는 위증죄와 같은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22대 국회에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2번으로 입성하게 될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에서 해당 판결이 확정되면 조 대표는 의원직과 당대표직을 상실한다. 피선거권 역시 5년간 박탈돼 사면·복권되지 않는 한 2027년 3월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다. 대법원 안팎에선 이르면 올해 안에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해 왔다.
사건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정론이다. 증인 등을 불러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는 하급심(1·2심)과 달리 대법원에선 문서를 통한 법리적 판단만 이뤄진다. 조 대표의 경우 검찰과 사건 자체를 놓고 사실관계를 다퉜기 때문에 법리로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더욱이 이미 징역 4년을 확정받은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남편인 조 대표가 공범으로 확정됐기 때문에 유죄 선고를 피하긴 어렵다.
#정치 팬덤 문화 생기면서 판사들 부담도 증가
하지만 민심이 윤석열 정부 심판과 함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이 판사들에게도 부담이 갈 수 있는 분석이 나온다. 공식적으로 정치인이라는 것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지만, 언론이 주목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형사 재판 경험이 많은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대기업 오너들의 비리 사건이나 유력 정치인의 정치 관련 비위 사건을 맡게 되면 재판에서 나오는 발언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다 언론의 주목을 받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최근 들어 정치 팬덤 문화가 생기면서 극단적 지지자들이 가족을 위협하는 발언을 하는 일들이 생기면서 판사들 중 이런 재판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재판에서 정치적인 지점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고 원칙적으로 얘기를 하면서도 ‘눈치를 완전히 보지 않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문을 쓰는 과정에서 선거 등 정치적인 요소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재판 결과가 초래할 정치적인 변화나 우리 사회의 갈등 등은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국 대표의 2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김우수 김진하 이인수)는 징역 2년을 선고하고 600만 원을 추징하면서도 구속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거나 그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거나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양형 기준상의 진지한 반성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하면서도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불구속 결정에 대해 재판부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고 방어권을 보장한다”고 밝혔지만, 대법원이 ‘법리 다툼’만 하는 곳임을 감안할 때 정치적 고려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앞선 변호사는 “이전까지 법정구속은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면해주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법정구속 케이스를 한정하면서 판사들이 정치적인 사건에 있어서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불구속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2심 실형을 선고받고도 법정구속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설 특별사면을 받았던 김대열·지영관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도 실형을 받고도 법정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고했다. 하지만 설 특사 일주일 전 취하해 형이 확정됐고 사면을 받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2심 실형 선고를 받은 김기춘 전 실장도 법정구속을 면한 상태인데도 상고를 포기했고, 김 전 실장은 형 확정 5일 만에 사면됐다.
대법원 예규를 손보지 않는 한, 이재명 대표 사건 등 정치인들의 사건에 있어 법원이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더라도 불구속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치세력들로부터 판사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 욕을 최대한 덜 먹는 판단을 하는 것 중 하나가 ‘유죄 선고, 불구속 판단’인 것 같다”며 “총선 결과가 한쪽으로 쏠린 만큼, 내가 담당 사건 판사라면 시간을 가지고 더 천천히 재판을 끌고 가면서 정치적으로 잠잠할 때 판단을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