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몫 2인 합류 관건, 민주당 협조 필요…‘교섭단체 요건 완화’ 공약 지킬지도 주목
#조국, 교섭단체 구성 추진
22대 국회에서 12석으로 원내 3당에 오른 조국혁신당이 범야권 교섭단체 구성에 나선다. 4월 16일 조국혁신당은 “단독 또는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노력하고,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나 방식 등은 조국 대표에게 일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대표가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조국 대표는 총선 이전부터 2018년 20대 국회 때 민주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이 구성한 공동 교섭단체 모델을 언급했다. 당시 두 당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노동 존중 사회와 좋은 일자리 만들기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등 7대 정책 공조 과제에 합의하며 공동 교섭단체를 꾸렸다. 조국혁신당은 △검찰개혁 △사회권 공화국을 위한 헌법 개정 등 10대 정책 공약을 내세운 상황이다.
조국혁신당은 우선 22대 국회에 진입한 범야권 군소 정당들과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3석)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 새로운미래(1석)가 그 대상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연합 시민사회 몫인 서미화 김윤 당선인까지 더하면 20석으로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다. 현재까지 조국 대표는 군소 정당이나 더불어민주연합에 어떤 제안도 공식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군소 정당은 공동 교섭단체 구성 시 원내 영향력을 높일 수 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배분하는 정당 보조금도 증가하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진다. 진보당 측은 “국회가 교섭단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고, 노동자 서민을 위한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은 향후 거취에 대해 “지난 선거에 대한 평가를 거친 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다”며 “조국혁신당이 손을 내밀면 그것도 포함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섭단체가 되면 22대 국회 원 구성 시 상임위원장을 배분받을 수 있고, 상임위·특위에 간사를 둘 수 있다. 아울러 국회 운영의 핵심 권한인 윤리 심사 징계 요구권, 의사일정 변동 동의권, 국무위원 출석요구권, 의안 수정동의권, 긴급현안질문 등을 바탕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제3교섭단체인 국민의당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2곳을 차지했고, 18개 상임위별 간사로 초·재선 의원들을 전면 배치하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선관위에서 배분하는 정당 경상보조금도 큰 폭으로 증가한다. 현행 경상보조금 배분 기준에 따르면 전체 보조금 가운데 50%는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균등하게 배분한다.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에는 총액의 5%씩 지급한다. 나머지는 의석수와 득표율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총액의 2%를 준다. 국민의당은 2016년 2월 15일까지 17석으로 교섭단체 지위 확보에 실패하면서 1분기 경상보조금 규모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자력으로 8석 더 모으려면…
더불어민주연합 시민사회 몫인 서미화 김윤 당선인의 합류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4월 16일 시민사회 몫으로 참여한 연합정치시민회의는 비공개 오찬에서 “범야권 제3교섭단체가 만들어져서 거기에 참여하면 좋겠지만, 민주당과 교감이 먼저 이뤄져야 된다. 시민사회가 주도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 만큼 우선 상황을 지켜보자”라는 취지로 논의했다고 한다. 조 대표가 민주당 협조 없이는 서미화 김윤 당선인을 데려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조국혁신당이 보수 정당 가치를 표방하고 있는 개혁신당(3석)과 공동 교섭단체를 꾸릴 가능성은 낮다. 4월 17일 조국 대표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시쳇말로 쪽수를 막 늘리는 데 집중하면 당 정체성이 흩어질 수 있다”며 “범민주 진영의 지지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과 시간에 원내 교섭단체를 만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람 저 사람 강제로 당겨오고 꿔오고 이런 방식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조국 대표가 최대한 자력으로 20석을 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과 갈등 국면이 불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숙제다. 민주당은 이른바 ‘의원 꿔주기’를 통해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힘을 보태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국회의원들 스스로 정치활동을 위해서 탈당을 선언하고 조국혁신당에 합류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조국 대표가 군소 정당과 18석까지 확보한 이후 나머지 2석은 결국 민주당에서 데리고 와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이 탈당하고 조국혁신당에 합류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과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조 대표가 정치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면 민주당은 묵인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용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한 재선의원은 “순리대로 되지 않겠느냐.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지향하는 가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며 “조국혁신당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한다면 20석이 당연히 모일 것이고, 공감하는 이가 없다면 못 모으는 것이 순리다. 제3지대 군소정당도 가치 공감대 없이 인위적으로 공동 교섭단체에 참여하지 않는다. 요즘엔 누가 강제로 가라고 한다고 가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이 각자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조국혁신당 도움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법안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권한과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강제 종료를 위해선 조국혁신당 의석이 필요하다.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운영에서도 조국혁신당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21대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위장탈당’ 논란이 불거졌는데, 조국 대표는 이 같은 진보적 개혁적 법안을 통과할 때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에선 ‘검수완박 시즌2’를 공약으로 발표했다(관련기사 ‘검수완박 시즌2’ 조국혁신당 약진 ‘기소청’ 공약 현실화하나).
민주당의 교섭단체 완화 요건 공약은 최후의 수단으로 거론된다. 3월 27일 김민석 민주당 선거대책위 상황실장은 “싸우지 않는 상생 국회 측면에서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인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런데 민주당 지도부와 친명계는 총선 끝나자마자 공약 파기를 시사하고 나섰다. 4월 16일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에 대해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조국 대표가 20석을 모으기 여의치 않으면 교섭단체 완화 요건 공약을 지켜달라고 이야기하며 여론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그러면 민주당은 총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15석 정도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은 개원 전까지 마무리될 가능성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대여투쟁을 해야 하는데, 교섭단체가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민주당에서 범야권 제3교섭단체를 놓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