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 지분 80% 놓고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 불거져…하이브, 민희진 대표 사임 요구
4월 22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이날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또 다른 경영진인 A 씨 등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어도어 경영진의 업무 구역을 찾아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하는 한편 관련인들의 대면 진술 확보에 나선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이브는 이들이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해 독자 행보를 시도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 대표와 A 씨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는 한편,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어도어는 설립 당시 하이브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었으나 2023년 민 대표가 우선매수권(콜옵션)을 행사해 하이브로부터 18%(57만 3160주)를 11억 원 가량에 매입, 회사의 2대 주주에 올랐다. 하이브는 80%(257만 6000주)의 지분을 보유했으며 나머지 2%는 어도어의 다른 경영진이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쳐봐야 20%의 지분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어도어 경영진이 하이브에게 사실상 '반기'를 들려 했다는 점에 의구심이 모이기도 한다. 회사의 독립이 목적이라 하더라도 어도어는 설립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기획사고, 소속 그룹인 뉴진스가 K팝 대표 걸그룹으로 입지를 다진 데엔 '하이브 레이블' 소속이란 반사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탓이다. 하이브라는 메리트가 아직 건재한 상태에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경영권을 탈취하려 할 이유가 없지 않냐는 의문도 생긴다.
이에 대해 한 가요계 관계자는 "어도어의 이사회가 민희진 대표 측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보니 (하이브)관련 내부 정보 자료만 제대로 갖춰지면 충분히 경영권에 손을 댈 수 있고, 또 어도어 내부에서 '민 대표가 곧 어도어'라는 기류가 강해 회사가 독립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이브가 어도어에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고는 하지만 이사회 구성원들이 민 대표의 편을 들 가능성이 높아 민 대표의 사임 등이 수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짚었다.
실제로 하이브가 직위를 이용해 하이브 내부 정보를 어도어에 대거 넘겼다고 의심하고 있는 어도어 경영진 A 씨는 민희진 대표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하이브 재무부서에서 IR을 담당하며 하이브의 상장 업무 등을 수행하다 올해 초 어도어로 적을 옮겼다. A 씨 외 2023년 4월 25일 자로 꾸려진 어도어 이사회 멤버들은 이른바 '민희진 사단'으로 불리는 민 대표의 측근들이다.
어도어는 하이브의 레이블 가운데 가장 성장세가 기대되는 곳으로 꼽혀왔다. 2022년 민희진 대표가 제작한 첫 걸그룹인 뉴진스를 데뷔시킨 뒤 어도어의 매출은 186억 원에서 1년 만에 1103억 원까지 늘었다. 단 하나의 소속 그룹을 데뷔시킨 것 만으로 1000억 원 가까이 매출 성장세를 보인 것.
이처럼 빠른 시간 안에 큰 성장을 거듭한 어도어의 '쿠데타' 소식은 하이브의 주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어도어가 독립할 경우 하이브 레이블의 가장 큰 축 가운데 하나가 빠지는 셈인 만큼 뉴스 보도 이후 장중 한때 주가가 10% 넘게 추락하며 변동성 완화 장치(VI)가 걸리기도 했다. 이날 하이브 주가는 전날 대비 1만 8000원(7.81%) 하락한 21만 2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민 대표는 이날 감사와 관련해 아직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다. 하이브는 감사를 통해 확보한 전산 자산 등을 분석해 이를 토대로 필요시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민희진 대표는 2002년 SM엔터테인먼트에 공채로 입사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레드벨벳 등 소속 아이돌의 비주얼 디렉터를 맡아 앨범 콘셉트 등을 총괄했다. 2018년 SM엔터를 퇴사해 이듬해 하이브로 이적한 그는 2021년 11월 설립된 어도어의 대표직을 맡으며 그의 첫 걸그룹 뉴진스를 성공적으로 데뷔시켰켜 'K팝 대표 걸그룹'의 반열에 올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