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천지검 압수수색 등 속도 내지만…주요 보도 4건 중 KBS·JTBC 성과 못 내 의구심
경찰은 인천지검 소속 수사관 B 씨가 A 사에 고 이선균의 마약 혐의 경찰 수사 관련 내용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B 씨 휴대전화의 포렌식 작업에 돌입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고 이선균이 사망한 직후부터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이선균 수사 정보 유출’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경찰은 관련 수사를 시작했다. 1월 12일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모인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2023년 11월 24일 KBS 단독 보도 내용 등을 문제 삼았다. 크게 화제가 된 보도는 대략 네 가지 정도다.
우선 2023년 10월 19일 보도된 ‘톱스타 L 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앞서 언급한 경기 지역 언론사 A 사의 단독 보도다. 고 이선균이 경찰에 입건된 것은 10월 23일이니 입건도 되기 전 내사 과정에서 언론 보도가 먼저 나왔다. 경찰은 10월 18일 마약 불법 투약 혐의로 유흥업소 실장 C 씨를 체포하면서 이선균 관련 진술을 확보해 내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바로 다음 날 관련 보도가 나왔다.
톱스타 L 씨가 누구인지를 두고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하루 뒤인 10월 20일 이선균의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가 공식입장을 내면서 실명 보도가 이뤄졌다. 이후 이선균이 세 차례에 걸쳐 경찰 소환 조사를 받는 과정이 모두 언론에 노출됐고 세 번째 소환 조사를 받고 나흘이 지난 12월 27일 고 이선균은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두 번째는 11월 24일 보도된 KBS의 ‘이선균과 유흥업소 실장 통화 녹음 단독 보도’로 남녀 간의 사적인 대화까지 포함된 통화 녹음이 공개되면서 큰 충격을 줬다. 이 보도 때문에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 KBS에도 성명서를 전달했을 정도다. 한 영화관계자는 “반드시 수사 정보 유출을 확인해야 되는 사안으로 의도적인 유출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의도적 유출이라는 의혹이 집중되는 이유는 당시 여론 흐름 때문이다. 마약 혐의로 입건된 이선균과 지드래곤 모두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1차 모발 정밀감정에 이어 2차 체모감정까지 음성이 나오면서 경찰 수사가 꼬여가는 상황이었다. 11월 24일 오후 더팩트는 이선균의 겨드랑이털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와 경찰이 사실상 물증 확보에 실패했다는 내용의 단독 보도를 했다. 그런데 이날 밤 KBS ‘뉴스9’에서 이선균과 유흥업소 실장의 통화 녹음이 단독 공개되면서 여론이 크게 요동쳤다.
세 번째는 12월 26일 JTBC가 단독 보도한 ‘이선균 “빨대 이용해 코로 흡입했지만, 수면제로 알았다” 진술’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고 이선균은 다음 날인 27일 오전 와룡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에도 상황은 고 이선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12월 23일 시작해 심야조사를 거쳐 24일까지 진행된 3차 소환조사가 끝난 뒤 이선균 측은 경찰 수사를 두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2차 정밀검사까지 음성 판정이 나온 상황에서 이선균의 변호인은 12월 26일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의견서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제출했다.
경찰이 확보한 마약 투약 혐의 관련 증거는 유흥업소 실장 C 씨의 진술뿐이니 이선균과 C 씨의 진술 가운데 누구의 진술이 더 신빙성 있는지 거짓말 탐지기 조사로 확인해 보자는 의견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JTBC 단독 보도가 여론의 흐름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이런 까닭에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선 경찰 수사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수사 정보 유출로 의심되는 단독 보도가 나오면서 반대로 고 이선균을 궁지로 몰아넣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12월 28일 보도된 디스패치의 ‘빨대는, 흠집내기였다…이선균, 조각난 진술’이라는 기사다. 고 이선균의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인데 경찰이 10월 18일에 작성한 ‘사건보고서’가 기사를 통해 공개된 부분이 문제가 됐다. 해당 문건은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서 내부적으로 작성한 것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고 이선균 사건 수사 정보 유출 의혹 수사 초기인 1월 22일 디스패치를 압수수색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수사 시작과 동시에 디스패치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약 석 달이 지난 뒤에야 ‘톱스타 L 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 기사를 보도한 A 사로 수사가 확대됐다. 그런데 디스패치 보도는 당시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었고, A 사에 대한 정보 유출 혐의는 경찰이 아니라, 압수수색을 받은 검찰 관계자에 있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 가고 있다.
반면 여전히 고 이선균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위기로 내몰릴 때마다 여론의 흐름을 뒤바꾼 KBS와 JTBC의 단독 보도에 대해서는 아직 경찰 수사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선 행여 경찰 내부에서 수사 정보가 유출됐을 수 있는 부분이라 수사가 미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고 이선균 사건 수사 정보 유출 의혹 수사를 시작한 것은 1월 중순으로 벌써 100일가량 지났다. 과연 경찰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