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성정동 부지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헐값 매각 의혹 관련 최근 공정위 현장 조사도
#태초이앤씨 “계약금 돌려달라”
SM그룹 계열사인 SMAMC투자대부는 2021년 성정동 부지와 해당 부지에 건설 중이었던 미완성 아파트 단지를 432억 원에 매입했다. SMAMC투자대부는 SM삼환기업을 시공사로 선정한 후 아파트 공사를 재개했다. 아파트는 ‘경남아너스빌 어반하이츠’라는 이름으로 2025년께 완공될 예정이다.
그런데 SMAMC투자대부는 2022년 성정동 부지 매각을 추진했다. 태초이앤씨는 2022년 12월 성정동 부지와 미완성 아파트를 389억 원에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태초이앤씨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차녀인 우지영 대표가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사실상 우 대표 개인 회사다. 태초이앤씨는 매입 이유에 대해 “주택건설 사업을 위한 부동산 취득”이라고 밝혔다. 태초이앤씨는 계약금 명목으로 매매가의 10%인 약 39억 원을 SMAMC투자대부에 지급했다. 그러나 태초이앤씨는 2023년 2월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SMAMC투자대부는 계약이 취소된 후 공개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 공개 매각 결과 태초이앤씨가 다시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매각가는 228억 원이었다. 태초이앤씨로서는 2022년 계약했던 389억 원보다 161억 원 저렴한 가격에 부지를 매입했다. 반대로 SMAMC투자대부로서는 432억 원에 부지를 매입해 228억 원에 매각하면서 204억 원을 손해 본 셈이다. 이 때문에 SMAMC투자대부가 우지영 대표를 위해 성정동 부지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공정위는 최근 해당 의혹과 관련해 SM그룹 현장 조사에 나섰다.
태초이앤씨는 최근 몇 년간 진행 중인 사업이 없어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태초이앤씨의 2022년 말 기준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8900만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그럼에도 태초이앤씨가 수백억 원을 마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SM그룹의 지원이 있었다. 태초이앤씨는 성정동 부지 매입 후인 2023년 5월 SM상선으로부터 288억 원을 차입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태초이앤씨는 지난해 6월 SMAMC투자대부에 2022년 지급한 계약금 39억 원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태초이앤씨는 법률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했고, SMAMC투자대부는 법무법인 동인을 각각 선임했다. 해당 소송은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아직 1심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부동산 계약에서 매수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 계약금을 돌려받기 어렵다”며 “매도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어야 반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송과는 별개로 태초이앤씨가 소송을 제기한 후에도 SM그룹 계열사로부터 적지 않은 돈을 차입했다. 태초이앤씨는 올해 2월 SM하이플러스로부터 92억 원을 빌렸고, 올해 3월에는 SM상선으로부터 135억 원을 추가로 차입했다. 이와 관련, SM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성정동 부지 내 아파트 건설 역사는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휘승도시개발은 2005년 성정동 부지를 매입해 293가구 규모 아파트 공사를 추진했다. 이후 금광건업이 2009년 해당 부지를 매입해 아파트 사업을 이어갔다. 금광건업은 아파트 브랜드 ‘금광포란재’를 소유한 건설사로, 성정동 부지에 ‘성정동 금광포란재 도솔리지움’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금광건업도 2010년 부도를 내면서 아파트 건설은 전면 중단됐다. SMAMC투자대부가 인수하기 전까지 성정동 아파트 건설 사업장은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인근 지역의 흉물로 남았다.
#태초이앤씨의 광폭 행보
태초이앤씨는 최근 들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태초이앤씨는 지난 4월 19일 한스인테크와 한스케미칼을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공시했다. 스토킹호스란 기업을 매각할 때 우선협상대상자를 먼저 선정한 후 조건을 공개하고, 경쟁 입찰을 시행해 입찰 결과 응찰자의 조건이 우선협상대상자의 조건보다 좋지 않으면 우선협상대상자가 인수자로 확정되는 방식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응찰자가 있으면 해당 응찰자를 최종 인수자로 선정한다.
한스인테크와 한스케미칼은 합성수지필름 제조업체다. 두 회사의 최근 실적은 좋지 않다. 한스인테크와 한스케미칼은 지난해 각각 292억 원, 152억 원의 순손실을 거뒀다. 태초이앤씨는 한스인테크·한스케미칼 인수 이유에 대해 “신성장 동력 확보 및 시너지 창출”이라고 밝혔다. 태초이앤씨는 또 건설 업체 HN Inc(옛 현대BS&C)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지난 5월 8일에는 경영컨설팅 자회사 태초홀딩스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SM그룹은 순환출자 구조인 관계로 공식적인 지주사가 없지만 (주)삼라와 삼라마이다스가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다. 우오현 회장은 현재 (주)삼라 지분 68.82%, 삼라마이다스 지분 74.01%를 갖고 있다. 또 우 회장의 장남 우기원 SM그룹 부사장은 (주)삼라 지분 2.43%, 삼라마이다스 지분 25.99%를 보유 중이다. 우지영 대표는 두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우지영 대표가 태초이앤씨를 중심으로 계열분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 대표가 대외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현재까지는 추측만 무성한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SM그룹은 규모 치고 오너 일가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다”며 “우오현 회장 자녀들은 경영 활동을 하고는 있다지만 존재감은커녕 얼굴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