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의 화려한 경쟁 ‘소비자 눈만 뱅뱅’
▲ 전지현이 광고하는 삼성 애니콜 ‘슬림&J’폰. 오른쪽은 LG전자 ‘샤인’폰을 선보이는 김태희. | ||
LG전자는 샤인에 대대적인 홍보·마케팅을 집중하면서 제2의‘초콜릿폰’ 신화를 기대하고 있다. 판매량에서는 삼성전자에 밀리지만 기술력과 감성적인 소비자 만족도에서는 앞선다는 것. 샤인 출시를 통해 LG전자는 팬택을 따돌리고 업계 2위를 굳히고, 업계 1위인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물밑에서는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샤인이 10월 18일 출시 이후 보름 만에 하루 개통수가 1500대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전 초콜릿폰은 출시 3주가 넘어서야 하루 개통수 1000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샤인은 업계 최초로 스테인리스스틸로 외관을 입힌 제품이다.
LG전자는 “스테인리스스틸을 휴대폰에 적용하는 것은 정밀한 작업이라 개발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또 금속소재라 전파수신의 한계가 있는데 옆면을 플라스틱으로 처리해 전파수신이 원활하도록 해결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며 신제품에 대한 들뜬 기대를 내보였다. 이들은 “삼성전자는 이미 해볼 만한 디자인과 소재는 다 시도했다. 디자인이 점점 구태의연해져 가고 있어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9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슬림&J폰은 마그네슘 소재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항공기 소재로 쓰이는 마그네슘은 스테인리스스틸보다 8배나 비싼 소재다. 우리는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 마그네슘, 고무 코팅 등 모든 소재를 다 활용하고 있다. 스테인리스스틸 소재 가공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도 스테인리스스틸을 고려했었지만 전화기가 무거워지고 전파수신이 용이하지 않아 채택하지 않았다”며 맞받아치고 있다.
슬림&J폰은 현재 하루 2800대(B500, V9000, V9050 전체)가 개통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 선호도는 사용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전화기가 더 좋은지는 소비자들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시장반응에 무게를 싣고 있다. 주력으로 밀고 있는 슬림&J(B500)는 SK텔레콤에만 납품되고, KTF와 LG텔레콤에는 약간 변형된 모델(V9000, V9050)이 납품되고 있는데 이는 물량이 많은 SK텔레콤에서 타사와 차별화된 모델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가격이 비싼 이유를 ‘세계 최초를 위한 삼성의 홍보 비용’ 때문이라고 꼬집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1000만 화소 휴대폰의 경우 첨단기능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100만 원 이상의 가격으로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살지 의문이다. 삼성전자는 판매보다는 ‘세계 최초’라는 기술력 과시를 위한 모델을 만들고 이를 사장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대당 20억∼25억 원의 개발 비용이 다른 휴대폰에 포함되어 가격이 비싸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퀄컴에 지급되는 로열티를 예로 들면 삼성전자의 판매량이 훨씬 많기 때문에 로열티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돼 더 싸질 수 있다”며 맞받아치고 있다.
LG전자의 샤인 출시일에 삼성전자가 ‘울트라에디션 300만 대를 판매했다’는 보도자료를 돌린 것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보도자료를 돌렸다가 오히려 기자들이 ‘너무 물타기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삼성 측이 자료를 다시 거둬들였다”고 비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전날 3분기 IR에서 판매대수가 알려졌기 때문에 자료를 낸 것으로 우연히 날짜가 맞았는데, LG전자를 배려해서 보도자료를 거둔 것이지 물타기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편 팬택은 스카이 슬림폴더폰(S-110)이 일 개통 최대 3000대를 기록하고, 10월 말까지 누계 판매량이 30만 대를 넘어서면서 히트를 기록했다. 이들은 반짝이는 메탈 느낌의 슬림슬라이드폰(S-130)도 8월 출시 이후 이번달까지 10만 대를 판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카이 슬림슬라이드폰은 최근 방영중인 머스트 해브 ‘센스’ 광고가 인기 CF 1위에 선정되는 등 네티즌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LG전자는 샤인이 초콜릿폰의 하루 3000대 판매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정도면 삼성전자의 슬림&J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슬림&J뿐 아니라 해외에서 인기를 끈 울트라에디션 시리즈 등 다양한 모델로 승부할 계획이다. 연말, 연초 특수를 맞이한 휴대폰업계의 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