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 발견 못해” 입장 등 건설사·학교·구청 재발방지 약속 없어…준공 후 1년간 이례적 ‘임시사용 승인’ 운영
최근 연세대 학생 기숙사 우정원의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연세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냉장고가 기울었다’, ‘천장에서 콘크리트 가루가 떨어진다’, '바닥 타일이 들렸다'는 등 기숙사 안전에 우려 섞인 글이 게재되면서 불안감이 고조됐다.
지난 22일 우정원을 나와 근처 원룸으로 짐을 옮기는 학생들을 다수 목격할 수 있었다. 연세대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부모님이 우정원 소식을 뉴스로 접하곤 (기숙사에서) 빨리 나오라고 했다”며 “내가 있는 방에 금이 가 있고 다른 친구의 방도 비슷하다”고 전했다.
우정원 시공을 담당했던 부영에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법률 전문가는 "지난해 진행했던 안전진단에서 정상이었다면 건설의 하자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자로 본다면 부영이 책임을 지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법률 전문가는 "연세대도 발주 업체로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영 측은 "설계 감리는 연세대가 한 것"이라며 "관련 안전진단을 비롯한 사후 일은 연세대에서 진행한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18일 발생한 우정원 기숙사 지하 1층 셀프키친(주방)의 바닥 들뜸 현상에 대해 이날 오전 서울시 및 서대문구청 관계자와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며 “점검 결과 확인 가능한 슬래브에서 균열 등의 구조적인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세대가 언급한 합동 점검 결과를 보면, 하부층인 지하 2층의 경우 슬래브와 보, 기둥 등에 외관상 이상 징후는 없었다. 셀프키친이 있는 지하 1층의 천장면은 점검구를 통해 슬래브, 보의 상태를 직접 점검했고 이상은 없다. 다만 타일이 들뜬 부분의 보와 슬래브는 단열용 칠이 돼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확인은 못 한 것으로 알려져 학생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서울시와 관할 서대문구청은 건물의 안전을 우려할 만한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순한 바닥 마감재의 부착 상태 불량’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서울시와 구청은 큰 사이즈의 타일일수록 들뜸 현상이 잦으니 추후 타일 교체 시에는 현재 크기(60㎝x60㎝)의 타일보다 작은 크기를 사용하도록 학교 쪽에 권고했다.
우정원과 관련해 석연치 않은 부분도 발견됐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우정원은 과거 1년간 정식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정원은 2014년 11월 11월에 준공됐지만 사용 승인은 2015년 10월에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10월부터 1년여간 '임시사용 승인' 상태에서 학생들이 거주한 것이다. 앞의 법률 관계자는 "(기숙사이기에) 학생들이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임시사용 승인'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권리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아파트도 아니고 토지 등의 소유가 학교에 있을 학교 기숙사가 임시사용 승인부터 해준다는 게 이례적이긴 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임시사용 승인부터 받았다는 것은 인허가나 권리 양도 등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사업승인조건은 시공사와 학교 그리고 관할 지자체만 아는 거여서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관할 서대문구청은 그 이유에 대해 "(연세대) 개인정보에 해당돼 알려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우정원 건축 과정에 관여한 서울 서대문구와 연세대, 부영은 아직까지 재발 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약속을 밝히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는 계속 나올 전망이다. 법무법인 우리들의 박상흠 변호사는 "관리 주체들이 사고가 난 이후에야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 기숙사 건축 및 관리 과정에서 관할 행정청과 대학 당국의 각별한 유의와 감독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양보연 기자 by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