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통하고 싶다?
▲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의 새 이사진들을 두고 코드 논란이 일고 있다. 왼쪽부터 박철 한국은행 고문,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 김병두 대한적십자사 강원지사 회장, 손숙 아름다운 가게 공동대표,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이옥경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상갑 경남대학 | ||
이사장을 맡고 있던 홍창선 열린우리당 의원을 비롯해 이사진들이 대부분 학계 인사들이라 삼성 측 인사로 규정할 순 없었지만 당시 등기이사진엔 이건희 회장 아들 이재용 상무가 올라 있었다. 이 상무의 이사직 반납으로 장학재단의 그룹지배구조 연계설도 일단 잠잠해진 분위기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이 정·재계 인사들 사이에서 다시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장학재단이 새롭게 등용한 등기이사진의 면면 때문이다. 이들 또한 전임 이사진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학계 중진들이다. 그런데 이들 중 다수 인사의 경력이나 현재 직함 중에 노무현 정부와 연계된 부분들이 눈에 띈다. 일부 정치권·재계 인사들 사이에선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이사진 구성이 삼성에 대한 여론 순화를 위한 오피니언 리더 만들기 일환’이란 이야기가 나돌기도 한다. 몇몇 인사들은 ‘장학재단 이사진의 면면이 노무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들 인사들 대부분이 삼성그룹에 날을 세우고 있는 시민운동 단체들과의 인연이 두텁다는 점도 눈에 띈다. 노무현 정부나 시민단체와의 개연성을 단정 짓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총수일가 문제로 위기에 몰려있는 삼성이 장학재단 이사진 인맥을 통해 정부·여권과 시민단체 등과의 교감을 얻고자 한다’는 이야기가 호사가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은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은 법학계에서 명망 높은 인사다. 한국법학교수회 이사,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여성 법학계 인사이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을 만큼 시민운동계의 저명인사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부의장 역임 전력. 신 이사장은 지난 2003년 7월부터 2005년 7월까지 2년간 민주평통 11기 여성부의장을 맡았던 바 있다. 민주평통은 현직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조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현재 의장이며 ‘코드 인사’ 논란을 불렀던 이재정 통일부장관 내정자가 얼마 전까지 수석부의장을 맡았다.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직을 비롯한 요직은 역대 정권 때마다 정부·여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채워졌던 바 있다.
이번에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등기이사진에 합류한 인사들 중 민주평통 출신이 또 한 사람 있다. 김병두 대한적십자사 강원지사 회장이다. 김 회장은 신인령 이사장과 함께 11기 민주평통 강원지부 부의장을 맡았던 바 있다. 김 회장은 춘천교대 학장, 강원도교원단체연합회 회장을 거쳐 강원도교육청 교육감을 지냈을 정도로 강원지역 학계에서 명망 높은 인물이다.
새로 꾸려진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이사진 중엔 현 정부 하에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활동을 했던 인사들도 있다. 이혜숙 이화여대 대학원장은 지난 2005년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한국여성과학기술자단체총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다. 박철 한국은행 고문도 현 정부 하에서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등기이사진 명부에 새로 오른 이옥경 내일신문 편집국장의 이름도 눈에 띈다. 이 국장은 인권운동가로 이름난 고 조영래 변호사의 부인이며 한국여성민우회 창립 등 여성운동계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 여성운동가 출신인 열린우리당 이미경 의원의 친언니이기도 하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