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오너일가에 특혜’ 시비
▲ 유원실업 지점이 있는 일산 롯데시네마(위)와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 매점 전경. 서미경 씨는 서울 경기 일원의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갖고 있는 유원실업의 실직적인 ‘오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일부 재벌 인사들이 회사한테 돌아갈 이익을 가로챈 금액이 최소 2조 5000억 원에 달한다는 자료를 내놨다.
지난 10년 동안 16개 기업집단의 지배주주 일가 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회사 기회 유용’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그 정도라는 것이다. 회사기회유용이란 회사의 이익으로 잡혀야 할 사업기회가 대주주 등 오너 개인에게 돌아가게끔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회사가 개인회사라면 모를까 상장된 주식회사의 경우 사업기회가 특정 대주주에게 돌아가면 일반주주의 기회 이익을 사실상 빼앗아 가는 것이라는 점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개혁연대가 지적한 삼성 현대차 SK 금호 아시아나 외에도 내로라하는 재벌그룹에서 이런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그룹도 그중 하나로 꼽힌다.
롯데그룹의 주력사인 롯데쇼핑은 지난 2월 초 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3조 원이 넘는 돈을 끌어모았다. 기존 대주주 지분이던 주식을 시장에 내놓고 일반투자자들에게 롯데쇼핑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는 시장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모아 투자를 할 수 있는 대신 대주주인 신격호 회장 일가가 좌지우지하던 경영은 자본시장의 룰에 맞추어 나가겠다는 ‘약속’을 한 셈이다. 자금 조성은 쉬워진 대신 경영에 대한 관리 감독은 더욱 강화된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롯데쇼핑의 일부 사업기회가 오너 일가에 돌아가고 있다는 논란을 부를 만한 사안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크게 백화점 사업과 할인점 사업, 영화관 사업, 도넛츠(크리스피 크림 도넛 KKD)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중 최근 롯데쇼핑이 힘주고 있는 분야가 영화 사업이다. 롯데는 영화 제작과 배급, 영화관사업을 롯데쇼핑을 통해 하고 있다.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에서는 전국에 위탁점 포함 34개소 230여 개의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지만 롯데쇼핑은 영화 관련 사업에서 얼마만큼의 매출액이 나오고 있는지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250개관을 돌파한 CJCGV의 지난해 매출액과 비교해 보면 대충은 알 수 있다.
CJCGV는 지난 2005년 238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3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런 동종 업계의 예에 비추어 볼 때 롯데시네마의 매점 수익이 150억~200억 원대 사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CJCGV는 영화관 내의 매점 운영 수익도 포함돼 있는 반면 롯데쇼핑의 롯데시네마는 매점운용 수익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영화관 내 매점 수익은 극장 수입의 알짜로 불린다. 대부분 현금 매출인 데다 영화관이라는 공간을 독점하는 사업이라 땅짚고 헤엄치기 사업이라는 것.
롯데시네마는 이 매점 사업을 외주를 줬다. 시네마통상과 유원실업. 이 두 회사는 모두 신격호 회장의 특수관계인들이 대주주인 회사다.
▲ 신격호 회장은 큰딸 영자 씨(왼쪽)와 아직 20대인 둘째 딸이 있다. | ||
서울 경기 일원의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쥔 유원실업은 신 회장의 둘째 딸과 관련이 있다. 둘째 딸의 생모인 서미경 씨가 이 회사의 감사이고 외삼촌인 서진석 씨가 이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원실업은 서미경 씨와 그의 딸이 대주주 지분을 갖고 있는 개인 회사로 알려져 있다.
롯데쇼핑 입장에선 이 두 회사에 대해 정상적인 입점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두 회사가 신 회장의 두 딸과 관련이 있는 특수회사라는 점에서 ‘회사익 편취사례’가 아니냐는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롯데쇼핑과 거래하는 또다른 회사도 친인척 특혜시비를 낳고 있다.
신영자 부사장의 아들인 장재영 씨는 광고선전물의 인쇄를 하는 유니엘이라는 회사와 명품의류를 수입하는 비엔에프통상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비엔에프통상은 장재영 씨의 지분의 거의 100%이고 유니엘도 사실상 그의 개인회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엔에프통상은 폴스미스 등의 의류를 수입해 서울 부산 대구 등의 롯데쇼핑 매장에 지점을 내고 판매할 정도로 롯데쇼핑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지난해 비엔에프통상의 매출액은 225억 원에 순이익은 24억5000만 원.
유니엘의 장재영 씨 지분은 9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광고 선전물 등의 인쇄업을 하는 이 회사의 자본금은 지난 8월 증자를 해서 7500만 원.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374억 원, 순이익은 42억9000만 원. 유니엘은 지난 3월 이를 바탕으로 주주에게 20억 원의 배당금을 줬다. 증자전 자본금 5000만 원을 기준으로 하면 배당수익률이 4000%가 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게다가 장재영 씨는 계속 이 회사 등기이사로 일해왔다. 다만 어찌된 일인지 지난 2월 사임했다가 10월 중순에 이사직에 복귀한 뒤 10여일 만에 그만두는 등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롯데쇼핑이 상장기업이 아닌 대주주 개인 회사였다면 오너 일가에 대한 이런 사업권 배려는 별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롯데쇼핑의 주식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되고 롯데쇼핑의 ‘주인’이 신격호 회장 일가를 포함해 소액투자자까지 모두 주주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점에서 롯데쇼핑에 의존하고 있는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에 돌아가는 막대한 배당이 ‘회사익 편취사례’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