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 롯데 ‘별당마님’은 알부자
▲ 서미경 씨의 젊은 시절 모습(왼쪽), 신격호 롯데 회장. | ||
그가 왜 갑자기 연예계를 떠났는지는 몇 년이 지나서야 밝혀졌다. 그를 미스 롯데에 뽑아준 롯데제과의 오너인 신격호 회장의 딸을 낳은 것. 그의 행적은 그가 낳은 딸을 지난 88년 신 회장이 자신의 호적에 입적함으로써 공식화됐다. 그의 딸은 83년 생이다.
이후 그는 재벌가에선 ‘한복 자태가 고운 롯데 별당마님’으로 통했지만 연예계에도 재벌가 인명록에도 공식적으로는 없는 존재였다.
그 서미경 씨가 재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매출액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유기개발과 유원실업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기업인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을 <일요신문>이 단독 확인했다.
한일 양국에 롯데 왕국을 건설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도일 직전 국내에서 한국인 부인(신영자 부사장의 생모)과 결혼했지만 첫부인은 사망했고 일본에서 시게미쓰 하츠코 씨와 결혼했다. 그는 국내의 공식석상에 동부인할 일이 있으면 하츠코 씨와 동행한다. 한국인 부인이 사망한 뒤 그가 귀국했기에 국내에서도 그의 부인은 하츠코 씨로 통한다. 하츠코 씨와 신 회장 사이에는 동주 동빈 두 형제가 있고, 동주 씨는 일본 롯데 부사장을, 동빈 씨는 한국롯데 부회장을 맡아 경영수업을 쌓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 부인 사이에서 낳은 딸이자 가장 연장자이기도 한 신영자 부사장이나 20대인 막내딸은 이렇다하게 경영수업을 받는 게 없다.
재계에서는 이런 신 회장의 가정사와 동생 등 가까운 친인척의 경영참여를 그간 배제해 온 신 회장의 경영스타일이 롯데의 후계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왔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경영에 오랫동안 참여해온 신영자 부사장의 경우 롯데 핵심 계열사에 이렇다할 지분이 없다. 한국롯데의 지분은 이미 상당부분 신동빈 부회장에게 넘어간 상태다. 이는 신 회장이 아들 위주의 상속을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때문에 신 회장이 신 부사장을 아들 위주의 2세 체제 확립 전에 분가시킬 경우 어느 정도 규모의 재산(롯데 계열사 지분)을 ‘배려’할지 주목 받았다.
문제는 신 회장과 서미경 씨 사이에서 낳은 막내딸의 상속 부분이다.
그는 아직 20대인 데다 회사 경영에 참여한 적도 없기에 상속 외에는 이렇다하게 사업권을 주장할 만한 게 없다. 게다가 막내딸의 존재는 롯데그룹에서 오랫동안 쉬쉬해 왔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그의 모친인 서미경 씨의 행동반경을 주목해왔다. 어린 막내딸 대신 서미경 씨에게 배려를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에서다. 하지만 그동안 이렇다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없었다.
▲ 방배동에 위치한 외식업회사 유기개발 건물(왼쪽)과 유원실업 본사가 있는 유기빌딩(오른쪽). 이 두 건물의 소유주는 서미경 씨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서미경 씨는 유원실업의 감사로, 그의 오빠인 서진석 씨는 같은 기업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 7월 설립된 이 회사는 올 초 경유물산을 합병해 덩치를 더 키웠다. 방배동에 있는 유원실업의 사옥은 서미경 씨 개인 소유다. 대지 152평의 이 건물은 그가 지난 2003년 12월 사들였다.
자본금 6억 원의 유원실업과 방배동 사옥 빌딩, 그리고 방배동 1-xxx 번지의 200평에 달하는 자택 등 100억 원대로 추정되는 부동산 자산이 서 씨가 가진 전부일까?
서 씨의 현 주소지인 1-XXX번지 일대는 롯데 신 회장의 서울 거처로 알려졌던 곳이다. 한골목 중 세 채가 서 씨나 신 회장이 사는 곳이다. 동네 주민들도 이웃한 세집이 모두 신 회장 집으로 알고 있을 정도다. 서 씨의 현주소지와 신 회장 집으로 알려진 집 사이에 현재 롯데캐슬이 고급 빌라를 완공했다. 두 곳의 지번을 털어지은 대지 500평 6층 높이의 이 빌라의 반은 과거 서 씨의 주소지이기도 하다. 서씨는 곧 이 빌라로 이사가고 현 주소지에는 다시 롯데건설에서 고급 빌라를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씨의 알짜배기 회사는 따로 있다. 유원실업의 방배동 사옥과 나란히 붙은 건물에 유기개발이라는 회사가 들어있다.
지난 81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전국 롯데백화점 매장에 11개의 음식점을 내고 있다. 자본금 3억 5000만 원에 종업원 400명을 고용해 한식(유경) 패스트푸드(롯데리아) 향리(우동전문점) 커피숍(마가레트, 다줄) 등을 운영해 한해 200억 원의 매출(2003년 기준)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에는 서미경 씨가 지난 2000년 6월부터 이사로 재직하고 있고, 그의 오빠인 서진석 씨 역시 2000년 6월 서미경씨의 이사부 등재와 동시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서 씨의 대외활동 개시 시점을 2000년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서미경 씨는 자신의 방배동 집을 담보로 8억여 원의 근저당을 유기개발에 설정해 줬다는 점, 유기개발의 매장이 모두 롯데쇼핑 매장에 들어가 있다는 점은 서미경 씨가 이 회사의 실제 주인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롯데쇼핑의 상장은 신 회장이 오너 일가에게 배려했던 이런 각종 사업권이 ‘특혜 시비’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롯데쇼핑과 유원실업이나 유기개발의 ‘계약관계’의 세세한 항목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투명성을 요구할 권리도 있고 롯데도 투명하게 밝혀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이는 신 회장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상장은 투자자에게 사업장부를 공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배려해주지 않은 두 딸, 신영자 부사장과 막내딸에게 신 회장이 어떤 배려를 할지 주목받는 대목이다. 물론 잊혀졌던 그룹 별당마님 서미경 씨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