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분야 41개, 보건·복지 분야 33개 등…전체 1호는 서미화 의원 ‘교통약자법 전부개정안’
국민의힘 1호 법안은 탈북민 출신 박충권 의원이 냈다. 박충권 의원은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박 의원은 5월 30일 ‘이공계 지원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다. 법안에는 초·중등 수학과 과학 교육 강화와 이공계 학생에 대한 지원 방안이 포함됐다.
일요신문은 5월 30일부터 6월 20일까지 제출된 1호 법안 186개를 분석했다. 법안을 분류한 결과 경제·산업 분야가 41개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보건·복지(33개) 국토·교통(23개) 정치·행정(22개) 법제·사법(21개) 안보·보훈(14개) 노동(10개) 교육(8개) 방송·통신(7개) 환경(5개) 문화·체육(2개) 순이다.
#야권, 윤석열 정부 겨냥 입법
법제·사법 분야에서는 한동훈 특검법 등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법안이 주목을 받았다. 전현희 의원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대통령이 가족 등 사적 이해관계자에 대한 수사나 재판에 대한 법률안에 대해서는 스스로 회피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담겼다.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을 겨냥한 법안으로 보인다.
천준호 의원과 민형배 의원은 각각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법률에 위배되는 시행령에 대해서는 국회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통치’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김성환 의원의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탄핵소추나 해임건의의 자동폐기를 방지하는 조항이 담겼다. 기존 법안에 따르면 탄핵소추안 또는 국무총리·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후 72시간 안에 본회의에서 표결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개정안은 자동 폐기되는 대신 다음 본회의에서 다시 상정돼 표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됐다. 발의자인 박균택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사례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박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변호인 출신이다. 앞서 국민권익위는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놨다.
주철현 의원은 ‘상설특검 활성화법’을 발의했다. 주 의원은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국회의 특검 추천위원회 구성기한을 10일로 명시 △특정 교섭단체가 5일 안에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을 시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특검 위촉 등의 내용을 담았다. 법안이 통과되면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특검법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 견제용 법안도 발의됐다. 양부남 의원은 1호 법안으로 ‘피의사실공표금지법안’을 내놨다. 검찰은 △정부시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 △사회 이목을 끌 만한 중대한 사건 △범죄수사·공소유지 또는 검찰정책 수립·운영에 참고될 사건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있다. 이러한 예외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관련 사안을 언론 등에 알리지 못하게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조국혁신당 의원들도 여권을 겨눈 법안을 내놨다. 박은정 의원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관 재직시 비위의혹 및 자녀 논문대필 등 가족의 비위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당 소속 의원 12명 전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 전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징계에 대한 취소 소송에서 법무부가 고의로 패소하게 했다는 의혹, 한 전 위원장 자녀 논문 대필 의혹 특검 수사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준형 의원은 ‘외무공무원법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출국이 금지되거나 헌법이나 국가보안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사람은 특임공관장으로 임명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권은 수사대상자이자 출국금지 대상자인 이종섭 전 장관을 특임공관장에 임명하는 세계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며 “특임공관장 임명을 통제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재발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오물 풍선이 띄운 안보 법안
남북관계 관련 법안에서도 여야 사이에서 파열음이 나왔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 의원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동 행위들을 독려한다는 것도 아니지만,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표현의 자유,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라도 졸속입법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남북합의서를 파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강 의원은 최근 있었던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등의 연쇄 도발을 입법 취지로 들었다.
반면 경기도 평화부지사 출신인 이재강 민주당 의원은 1호 법안으로 이른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발의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전단을 살포하려면 관할 경찰서에 살포 시간·장소·수량 등을 사전 신고해야 한다. 관할 경찰서장은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살포를 금지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최근 북한 도발의 발단에는 국내 탈북민단체가 북한으로 30만 장의 대북 전단을 띄워 보내며 북한을 먼저 자극한 데 있다”며 “이들 단체는 북한의 연이은 오물 풍선 도발에 맞대응해 대북 전단 수백만 개를 북쪽으로 날려 보낼 추가 계획을 언급하는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관계를 더욱 고조시키는 중”이라고 했다.
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에 대해 국가가 피해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나왔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민방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피해 복구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담았다.
#지역구 법안들도 속속
지역 현안을 챙기는 1호 법안도 입법됐다. 부산 지역 의원들은 해양산업과 부산 지역 경제를 챙기는 법안을 내놨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과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법안은 부산을 싱가포르나 상하이처럼 글로벌 허브 도시로 육성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취지다.
대구는 대구 신공항이 주요 이슈였다. 강대식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등은 관련 내용을 담은 1호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신공항 건설 법적 근거 마련 △국가 재정 지원 강화 △민간 공항 개발 사업 일부를 대구시에 위탁 △신공항 건설을 위한 지방채 발행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남 지역은 의대 설립이 화두인 것으로 보인다. 김원이 김문수 민주당 의원은 각각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안’과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설치 및 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특별법안’을 1호 법안으로 내놨다.
농어촌 지역이 지역구인 이개호 문대림 민주당 의원은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농어민수당 지원법안’에서 농어민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을 주문했다. 현재 지자체별로 재정 여건이 달라 농어민에 대한 지원 정책이 천차만별이다. 이에 농어촌의 존속을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두 의원의 생각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1호 법안으로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폐광지역 면세점 설치가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 의원은 면세점을 설치하면 폐광으로 침체한 지역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 의원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등록했다. 국민의힘 김성원 송석준 의원은 수도권과밀개발억제를 위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송 의원 등은 자연보전권역, 접경지역,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등에 첨단산업, 교육, 문화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의 ‘수도권정비계획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공업지역이나 공공기관 부지 등에 걸려 있는 규제를 완화한 ‘정비발전지구’ 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소 의원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목적으로 도입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수도권 일부 지역에 역차별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규제 완화를 통해 본인의 지역구인 광주시 등 일부 경기도 지역의 개발 촉진을 도모하기 위한 법안으로 풀이된다.
#민생 법안들, 이번에는 과연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구하라법’을 다시 발의했다. 서 의원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가정법원은 부양의무를 위반하거나 가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성인 상속인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다.
저출생에 대한 대응 법안도 잇달아 나왔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자녀 1명당 공제 금액을 물가상승률만큼 상향하도록 규정했고, 근로자의 육아휴직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도록 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출산휴가를 쓸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난임치료휴가 기간을 연간 3일에서 6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등록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당의 입법과제로 선정한 법안이기도 하다.
전진숙 박성준 임광현 민주당 의원 등은 아동수당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의원들의 법안에는 △매월 일정 금액 지급 △모든 아동에 대해 수당 지급 △펀드 운용을 통한 자산 형성 지원 △지급 금액 확대 및 지급 대상 연령 상향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안도 있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이전될 공공기관은 인구감소지역의 혁신도시에 우선 입주하도록 규정했다. 지역 일자리 감소와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에 입주한 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 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법인세율에 차등을 두도록 했다. 세액공제를 통해 지방에 기업들이 입주하도록 유도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산이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지역균형발전인지 예산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소득규모·세수·경제규모 등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예산 배분을 할 때 지역의 열악한 여건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채무자 구제 법안도 연이어 나왔다. 5월 16일 기준 가계부채는 1109조 원에 달한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현행법이 통신비·건보료 미납 등 구직이나 경제활동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비금융채무’는 채무조정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이러한 요소들을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현행법에 따라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은 압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고 했다. 이에 채무자가 모든 은행을 통틀어 1개의 생활비 용도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압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보훈 분야 법안들도 눈길을 끌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학살을 주도한 이들이 불법으로 축적한 재산을 추적·환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제주시가 지역구인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희생자 및 유족 심사 위원회의 인력 부족으로 유족 심사와 희생자 판정 지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에는 명예회복과 보상이 제때 이뤄지도록 희생자 심사 기구와 유가족 범위 결정 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서 국방·원자력 분야 등 국가안보와 연관된 업종에 종사하다 순직한 민간인도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유 의원은 국가안보에 공헌한 사람에게 합당한 예우를 하기 위해서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이렇게 쏟아진 법안의 본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여야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21대 국회에서는 발의된 법안 2만 5856건 중 1만 6378건이 자동폐기된 것으로 파악됐다(관련기사 ‘구하라법’ 또 빛 못 보고…21대 국회 끝, 폐기되는 민생 법안들). 약 63%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셈이다. 22대 국회도 개회 초반부터 여야가 극한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필요한 법안이 자동폐기되는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