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날개 달 때 ‘도토리 3인방’ 5년째 포복중
▲ 이승엽. 사진제공=삼성라이온스 |
▲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삼성 이승엽이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임준선 기자 |
1. 국외파 선전
프로야구는 시즌 전부터 국외파 슈퍼스타들의 복귀로 뜨거웠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한화)와 ‘핵잠수함’ 김병현(넥센)은 처음으로 고국 마운드를 밟았고, ‘라이언킹’ 이승엽(삼성)과 ‘100억 원의 사나이’ 김태균(한화)은 오랜만에 고향팀으로 돌아와 타석에 섰다.
▲ 김태균 |
특히나 이승엽은 팀을 정규 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우승 청부사’ 기질을 다시 한번 발휘했다.
김태균의 개인 성적은 이승엽보다 더 뛰어났다. 올 시즌 개막 이후 55경기까지 4할대 타율을 유지했다. 시즌 후반기 들어 체력문제와 상대팀의 집중견제로 타율이 떨어지긴 했으나 타율 3할6푼3리로 타율왕에 등극했다. 많은 야구전문가는 “김태균마저 없었다면 한화는 프로야구 역대 최저승률을 기록했을지 모른다”며 “팀 내 비중은 이승엽을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1월 중순 넥센에 입단하며 다른 국외파 선수들보다 팬들과의 인사가 늦었던 김병현은 3승8패3홀드 평균자책 5.66을 기록했다. 성적은 인상적이지 않았으나 후반기 호투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2. 무명선수들의 반란
같은 팀 서건창도 반란의 대표적 주자였다. 지난해 신고선수로 넥센에 입단한 서건창은 올 한 해 가능성을 꽃피우며 넥센의 리드오프로 맹활약했다.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푼9리, 39도루를 기록하며 팀 기동력을 이끌었다.
두산 투수 노경은과 롯데 투수 이용훈도 무명 반란에 성공한 선수들이다.
2003년 두산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9년 동안 통산 11승에 그쳤던 노경은은 올 시즌 중반부터 선발로 등판하며 무려 12승을 챙겼다. ‘공은 빠른데 제구가 형편없다’는 소릴 듣던 노경은은 올 시즌엔 평균자책 2.53를 기록하며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특히나 노경은은 9월 4경기에서 완봉 2번 포함 4승 평균자책 ‘제로’로 완벽한 투구를 펼치며 팀을 포스트 시즌 진츨로 이끌었다.
올 시즌 8승5패 평균자책 3.01를 기록한 이용훈(롯데)도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올 시즌 만개한 선수다.
2011년 9월 17일 한화와의 2군 경기에서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던 이용훈은 올 시즌에도 LG전에서 8회 1사까지 퍼펙트게임을 펼치며 전무후무한 ‘1, 2군 동시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는가 싶었다. 최동수의 강습안타로 비록 대기록은 무산됐지만, 많은 야구팬은 어깨수술 이후 재기 확률이 17%밖에 되지 않던 이용훈이 피나는 노력 끝에 재기에 성공하는 걸 보면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3. 700만 관중 시대
올 시즌 프로야구는 국내 프로스포츠 역대 최다 관중인 700만을 돌파하며 명실공히 국민 스포츠로 거듭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월 6일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잠실, 인천, 광주구장에서 열린 3경기에 4만 4901명이 입장, 정규시즌 532경기의 누적관중수가 715만 6157명이 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최다 관중이다.
프로원년인 1982년 143만 명의 관중을 불러 모은 프로야구는 1995년 540만 관중을 기록하며 정점에 다다랐지만,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연간 관중수가 200만 명대에 불과할 만큼 위상이 떨어졌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 등이 기폭제로 작용하며 2008년 13년 만에 500만(525만 6332명) 관중을 돌파하면서 부활의 날개를 폈다. 2009년 592만의 관중을 동원한 프로야구는 1995년에서 세운 종전 최다관중기록(540만)을 깨뜨리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에는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600만(681만 28명) 고지를 돌파, 700만 관중시대를 예감케 했다.
올 시즌은 국외파 선수들의 복귀와 시즌 막판까지 순위전이 치열하게 펼쳐지며 구장마다 만원사례를 이뤘다.
KBO는 “내년 시즌부턴 9구단 NC가 참여하는 만큼 750만 관중도 불가능은 아니다”라며 3~4년 내 1000만 관중돌파에 성공하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4. 아마야구 비리
프로야구가 사상 최대의 흥행 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아마야구는 비리로 몸살을 앓았다. 9월 초 인천지검은 체육특기생 진학을 미끼로 학부모에게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인천 모 고교 야구부 감독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프로야구 투수 출신인 A 씨의 구속은 아마야구 비리사건의 출발이었다. 인천지검은 얼마 지나지 않아 A 씨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고 학생 1명을 입학시킨 부산 D 대학교 야구부 감독 B 씨를 체포했다.
이어 인천지검은 유명 야구선수 아버지이자 현 대한야구협회(KBA) 심판위원으로 재직 중인 S 씨를 구속했다. 고교 야구선수를 서울소재 D 대학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켜 주는 대가로 2011년 9월 해당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으로부터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였다. 역시 프로야구 야수 출신인 D 대학 감독도 곧바로 구속됐다.
이밖에도 야구명문대인 H 대와 J 대의 유명 프로야구 선수 출신 감독들도 부정입학과 관련돼 금품을 수수한 의혹로 팀을 떠났다. 특히나 H 대 감독이던 C 씨는 금품수수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 와중에 아내가 투신자살하며 비탄에 잠겼다.
야구계는 잇따른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들의 비리소식에 “대한야구협회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며 목소릴 높이고 있다. 검찰은 지속적으로 아마추어 야구 비리를 추적해 발본색원하겠다는 자세다.
5. 10구단 창단 홍역
NC의 참여로 프로야구는 9구단 체재가 됐다. 하지만, 홀수 리그 체제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증가하며 10구단 창단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수원시와 전라북도가 KBO에 10구단 창단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10구단 창단이 가시화됐다.
그러나 몇몇 구단의 반대에 부딪혀 10구단 창단은 난항을 겪었다. 표면적 이유는 ‘아직 10개 구단을 운영할 만한 인프라와 자원을 확보하지 못해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KBO 구본능 총재가 직접 나서 반대 구단 대표를 만나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선수협 역시 7월 올스타전 보이콧 선언을 하며 반대 구단을 압박했다.
결국 7월 이사회에서 10구단 문제를 KBO에 위임하기로 약속하며 10구단 창단을 둘러싼 야구계의 첨예한 대립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시 KBO와 선수협은 “한국시리즈가 끝나는 대로 10구단 창단을 위한 이사회를 소집해 10구단이 2014 신인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창단을 조속하게 추진하자”는 의견에 합의했다.
KBO 관계자는 “이제 한국시리즈도 끝났으니 본격적인 10구단 창단 로드맵을 진행시킬 생각”이라며 “조만간 10구단과 관련한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수원시와 KT는 KBO의 발표에 발맞춰 10구단 창단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6. 감독 해임
올 시즌은 프로야구 감독의 수난 시대였다. 현역 감독 3명이 물러났다. 시작은 한화 한대화 감독이었다. 한 감독은 3년 계약 만료를 약 한 달 남긴 8월 말 전격 해임됐다. 재계약 가능성은 어두웠지만 임기는 끝까지 보장하겠다던 애초 약속을 깨고 한화 구단은 한 감독의 지휘봉을 빼앗았다.
넥센도 팀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규리그 종료를 코앞에 둔 9월 17일,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은 김시진 전 감독을 갈아치웠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양 감독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실패한 책임이 크다”며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패하자마자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야구계는 끊임없는 롯데 구단 최고위층의 ‘우승 압박’과 ‘현장 개입’이 양 감독의 사퇴를 유도했다고 보고 있다.
7. 그 나물 그 밥, 하위 3팀
올 시즌 한국시리즈는 ‘그 나물에 그 밥 시리즈’였다. 삼성과 SK가 3년 연속 맞붙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2008년 이후 4강팀들도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SK, 롯데가 5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고, 삼성과 두산, 롯데, KIA가 돌아가며 올랐다.
그 나물에 그 밥은 하위권 팀들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각각 6, 7, 8위를 차지한 넥센, LG, 한화는 몇 년째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그도 그럴 게 넥센은 현대 시절이던 지난 2007년부터 6년 연속, LG는 2003년부터 역대 최장 기록인 10년 연속, 한화도 2008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나 지난 2009년부터 올 시즌까지 넥센, LG, 한화는 나란히 6~8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 팀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을 뿐 어느 팀도 6위 이상의 성적표는 받지 못했다.
세 팀의 지속적인 부진은 프로야구에도 적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해마다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팀이 정해져 있다는 건 아구흥행에 큰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며 “하위 3팀이 내년 시즌엔 분발해 어느 한 팀이라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해야 750만 관중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8. 삼성 한국시리즈 2연패
삼성이 2년 연속 프로야구 챔피언에 올랐다. 정규리그 1위팀 삼성은 11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선발투수 장원삼의 호투와 박석민의 2점 홈런에 힘입어 SK를 7 대 0으로 완파했다.
시리즈 전적 4승2패를 기록한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석권했다. 반면 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물리치고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는 마운드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삼성은 1985년 한국시리즈 없이 전후기 통합우승을 차지했고 2002년, 2005년, 2006년, 2011년에는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등 팀 통산 6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또 지난해 삼성 사령탑에 오른 류중일 감독은 전임 선동열 감독에 이어 취임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역대 두 번째 감독이 됐다.
8년 만에 한국프로야구에 복귀한 ‘라이언킹’ 이승엽은 경기 뒤 기자단 투표에서 총 71표 중 47표를 획득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