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대표 후보와 ‘러닝메이트’ 구도, 민주 후보들 ‘찐명’ 경쟁…거수기 전락 우려도
정치권에선 대표뿐 아니라 최고위원 선거에도 관심이 뜨겁다. 대표가 얼마나 많은 최고위원을 ‘우군’으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향후 당 운영이 원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명’들이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과는 달리 국민의힘에선 계파 성적표에 따라 당 지형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7월 23일과 8월 18일 전당대회를 치른다. 여기서 새로 뽑힌 당 지도부가 22대 국회 전반기와 2026년 지방선거까지 거대 양당을 진두지휘한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경선에는 9명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친한계 좌장’으로 알려진 재선의 장동혁 의원, 초선 김민전 박정훈 인요한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원외에서는 3선 출신 김재원 전 의원과 김형대 강남구의회 의장, 박용찬(영등포을) 이상규(성북을) 함운경(마포을) 당협위원장이 나선다.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김은희 전 의원, 김정식 전 청년대변인, 박상현 전 정책조정위 청년부위원장, 박준형 전 리빌드코리아 대표, 박진호 김포갑 당협위원장, 박홍준 전 중앙청년위 위원장 직무대행, 손주하 서울 중구의원, 안동현 전 당 청년정책네트워크특위 위원, 진종오 의원, 홍용민 한국금형기술사회 대외협력이사 등 10명이 자격심사를 통과했다. 이 중 7월 3~4일 예비경선(당원 여론조사)을 거쳐 최종후보 4인이 확정된다.
민주당도 속속 최고위원 후보들이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4선의 김민석 전 총선 상황실장을 비롯해 재선 강선우 김병주 한준호 의원, 초선 이성윤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3선 전현희 의원과 재선 민형배 의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원외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측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이미 출마 입장을 밝혔다. 박승원 광명시장과 최대호 안양시장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등도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대표 선거에선 이재명 전 대표를 상대할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후보군이 10명을 훌쩍 넘기면서 최고위원 선거가 그나마 전당대회 흥행 요소가 될 거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최고위원 후보가 9명 이상일 경우 오는 14일 예비경선을 통해 8명으로 추릴 계획이다.
다만 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들이 ‘친명’ 일색이라 치열한 경쟁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전 대표의 경우 아직 당대표직 연임 도전 의사를 공식 선언하지 않았음에도, 최고위원 후보들의 출마선언을 보면 “이재명 대표와 함께”를 강조하고 있다.
강선우 의원은 6월 24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당대표, 강선우 최고위원과 함께 정권 탈환의 길로 가겠다”며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4선 중진 김민석 의원 역시 7월 1일 기자회견에서 “민심의 지원과 강력한 대선주자를 가진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본격적 집권 준비의 출발”이라며 “당대표와 협력해 집권 준비를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처럼 특정 후보가 독주하는 판세는 아니다. 다만,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 사이에 ‘러닝메이트’를 맺으며 ‘줄세우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동훈 후보는 장동혁 박정훈 후보와,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진종오 의원과 러닝메이트로 손을 잡았다. 원희룡 후보의 경우 최고위원 후보에 인요한 후보,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박진호 후보와 발을 맞추고 있다.
한동훈 원희룡 후보가 러닝메이트와 함께 세몰이에 나서자 윤상현 후보가 문제 제기를 했다. 윤 후보는 7월 3일 “러닝메이트는 사실상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청년최고위원이 10여 명 나왔는데 그 중 한 사람을 유력 후보가 데리고 다닌다. 그게 선거운동인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진다”고 비판했다.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한동훈 원희룡 후보 손을 들어줬다.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6월 27일 회의를 마친 뒤 “후보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러닝메이트’를 표방해 본인을 포함한 타 후보를 당선되게 하려는 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고위원 후보들의 자질 문제도 거론된다. 보수 정당 최고위에 몸담았던 여권 관계자는 “당 지도부는 정당의 전략과 방향을 결정하는 곳이다. 과거 당 지도부는 재선 이상 의원, 또는 정당 활동을 오래 해 온 사람들이 들어갔다. 이들은 본인들의 정치철학과 신념이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 최고위원 후보들은 당대표 줄 서기만 신경 쓰다 보니 정치경력이 짧은 이들이 많다. 그런 후보들이 최고위에 들어가서 제대로 된 결정을 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후보 중 유일한 원내 후보는 한동훈 후보 러닝메이트 ‘사격 금메달리스트’ 진종오 의원이다. 한 후보 권유를 받아 전대 출마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의원은 지난 2월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국민의힘에 영입돼 비례대표 후보 4번으로 당선됐다. 이전까진 별다른 정치활동이 없었다. 국회에 들어온 지 이제 한 달이 지났고, 정치 입문도 반년이 안 된 셈이다.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의 민주당 이성윤 최고위원 후보도 30년간 검사로 재직하다가 지난 2월 민주당 영입인재로 영입돼, 4월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다. 이 후보는 7월 1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같은 반 같은 조에서 공부한 동기다. 그가 거친 성정으로 인권을 짓밟으며, 사냥하듯 수사하는 무도한 수사방식을 오랫동안 지켜봤다”며 “윤석열 용산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외나무다리에서 제대로 맞장 떠보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과거 전당대회에도 초선 의원들이 도전하는 경우는 많았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만 해도 고민정 장경태 의원이 초선 의원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국민의힘도 조수진 태영호 배현진 의원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1~2년 의원직을 한 뒤 도전한 것”이라며 “정치 입문 반년도 안 돼서 최고위원에 도전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귀띔했다.
결국 이들이 최고위원에 올라간다면 당대표나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여권 관계자는 “친명 마케팅이든, 당대표 러닝메이트든 정치 초보들이 최고위원까지 가면 유력 정치인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럼 그들이 당 지도부에 들어가서 당대표나 대통령의 의중에 반하는 의견을 낼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최고위원 후보들 중에는 과거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문제가 됐던 정치인도 있다.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은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끝장내겠다”고 강조하며 출마선언을 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4월 총선 경선 때 박용진 의원을 꺾고 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 공천을 받았다. 하지만 과거 ‘DMZ 발목지뢰 목발 경품’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공천이 취소돼 총선 출마가 좌절됐다. 이후 3개월여 만에 최고위원 후보로 나왔다. 정 전 의원은 이 발언에 대해 이미 피해자들에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재원 전 의원은 앞서 김기현 당대표 체제에서 수석최고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하지만 선출 직후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수록 반대’ ‘4·3 사건 폄훼’ 발언 등이 불거졌고, 2달 만에 당원권 1년 정지 중징계를 받으면서 사실상 최고위원 활동을 못하게 됐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는지 김재원 후보는 당초 후보 자격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선관위가 김 후보의 이의 신청을 수용하면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김민전 의원의 경우 현직 의원 중 처음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띄워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6월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2020년 파주을 금촌2동 제2투표소 투표록에 투표관리인 날인이 누락된 약 20장의 투표지와 일련번호 미절취 투표지 1장 있음이 기록돼 있었지만, 재검표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검·경에 고소·고발이 이뤄졌으나 최종 불기소 처리됐다고 한다”며 “2020년 총선 재검표 과정에서 등장한 상당수의 이상 투표지를 ‘인쇄 오류’ ‘형상기억 종이’ 등으로 치부한 것이 결과적으로 외로운 늑대형 선거부정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에 의심도 하게 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