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이후 흑자 전환 실패…“금리 인하 가시화 따른 성장주 관심, 기업가치 제고 없다면 주가 회복 제한”
국내 대표 핀테크 기업 카카오페이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건 2021년. 공모가는 9만 원이었고, 2021년 12월 3일 장중 24만 8500원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약 3년이 흐른 지금 카카오페이 주가는 처참하다. 3일 종가 기준 2만 6750원. 최고가 대비 주가는 약 90% 감소했으며, 공모가와 비교해도 30%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권에서는 상장 이후 카카오페이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주가 폭락의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적자 장기화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늘고 있다. 폭락의 주범은 밸류에이션이다. 현 시장 상황도 ‘성장주’에 대한 기대를 부여하기 어렵다. 단기적인 주가 모멘텀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페이의 영업 손실은 2021년 272억 원, 2022년 454억 원, 2023년 565억 원으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신사업으로 낙점한 금융업 분야에서 적자가 심하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주 매출원인 카카오페이는 2020년 바로투자증권을 인수, 2022년 손해보험업 본인가를 획득해 증권과 보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금융업 영업 손실은 2021년 236억 원, 2022년 727억 원, 2023년 903억 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고객 유치를 위해 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율을 업계 최저 수준인 0.05%로 낮추고 예탁금 이용료 30만 원 연 5% 이자율 적용 등 파격 조건을 내세웠다. 그 결과 수수료 수익은 2022년 254억 원에서 2023년 223억 원으로 감소했고, 이자 비용은 2022년 14억 원에서 지난해 114억 원으로 증가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비대면 위주의 영업 방식으로 장기 보험보다 해외여행보험, 휴대폰보험, 금융안심보험, 골프보험 등 소액 단기 보험 위주로 판매해 수익이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외연 확장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출범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신생 회사다. 플랫폼은 대부분 초반에 트래픽을 만들어야 하기에 사업 초기 단계에서 인력, 시스템, 마케팅 등에 비용이 매출 대비 큰 비중으로 투입된다. 이 모든 게 계획된 투자다. 카카오페이가 별도 기준 흑자를 달성한 것처럼 금융업 부문도 좋은 실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의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간편 결제서비스 시장 거래금액은 2021년 21조 원에서 2023년 32조 원으로 9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그 결과 연간 매출은 2021년 4586억 원, 2022년 5213억 원, 2023년 6153억 원으로 증가 추세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포함된 비금융업 부분 실적은 2022년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2022년 273억 원, 2023년 337억 원으로 증가세다. 금융업도 지난해 매출은 상승했다. 2021년 638억 원에서 2022년 497억 원으로 감소했으나 2023년 702억 원으로 상승했다.
카카오페이는 올해도 외연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6월 삼성페이와 연동을 시작했다. 마케팅 강도도 높였다. 오프라인 결제 시 결제 금액의 최대 3%를 월 최대 3만 원까지 카카오페이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카페이백’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또 카카오페이앱에서 삼성페이 결제를 처음 이용 시 카카오페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간편결제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업체별로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말 그대로 ‘간편’해야 하기에 최소 접속으로 결제를 끝내야 한다. 업체들은 결제금액 일부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혜택으로 이용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마케팅 출혈 경쟁이 장기전으로 가면 곳간이 넉넉한 기업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카카오페이는 경쟁사인 네이버파이낸셜에서 밀리고 있다. 네이버페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광고선전비로만 지난해 4783억 원을 썼다.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광고선전비 556억 원에 약 8배 수준이다.
광고선전비 차이는 현실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결제 수단과 관계없이 결제 시 포인트 뽑기 혜택을 제공하며, 이 혜택은 상시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반면 카카오페이의 카카오페이포인트로만 계산했을 때 포인트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를 주로 쓰는 소비자들을 유인하기에 어려움이 따르는 셈이다. 게다가 카카오페이의 현재 이벤트는 프로모션이기에 언제든 종료될 수 있다. 이 프로모션을 상시 이벤트로 전환하면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금융업 부문과 관련해서도 “카카오페이증권은 ‘주식 모으기’ 서비스 오픈 6개월 만에 3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았다. 투자 관련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주식 모으기’ 서비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라며 “카카오페이손해보험도 하반기에는 라인업을 확대하고 월 단위로 납입하는 보험 상품 출시로 안정적 수익 기반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카카오페이의 실적은 올해도 적자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1분기에도 매출과 비용이 약 20% 동반 상승하며 9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는 그 수치가 약 30억 원 낮아졌다.
임희연 수석연구원은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기대감을 배제할 수 없다. 하반기 금리 인하가 가시화함에 따라 성장주 관심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본질적인 기업가치 제고가 없다면 주가 회복에는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